주간동아 1050

2016.08.10

안병민의 일상 경영

출판사는 지식·지혜 기획사

좋은 책, 팔리는 책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08-05 17: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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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 이래 최고 불황’이라는 말이 몇 년째 출판계에 유행어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출판사의 주요 업무는 기획해 ‘원고’를 만들고 제작과정을 통해 ‘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출판사들은 책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책을 잘 ‘파는’ 것을 고민합니다. 서점 내 진열만으로는 책이 ‘발견’되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출판사 자체의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출판은 ‘연결’의 비즈니스입니다. 사람과 책을 ‘연결’하고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도 ‘연결’이라는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면 책은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출판계에서는 마케팅 차원의 다양한 논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객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을 제대로 정의, 발견하고 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영향력 있는 포털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출되는 ‘카드뉴스’를 통해 책을 ‘맛보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 처방입니다. 먼저 출판이라는 업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출판은 더는 좋은 책을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포인트가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라는 물성의 상자를 깨고 나오면 출판업의 전략적 방향 역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출판사는 ‘연예기획사’의 또 다른 버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와 함께 책, 강의, 토크쇼 등 ‘전방위적 콘텐츠’를 기획, 제작, 마케팅하고 매니징하는 회사, 즉 ‘지식·지혜 기획사’의 모습입니다. 마치 JYP가 ‘트와이스’를, YG가 ‘빅뱅’을 키워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고 한 최양하 한샘 회장의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각자 우리 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케팅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지갑을 여는 기술이 아닙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의 열쇳말은 ‘고객 행복’입니다. 즉 고객의 뜨거운 목마름을 시원한 물로 풀어주는 게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고객의 갈증과 상관없이 제품이 먼저 출시됩니다. 그것을 팔려고 하니 마케팅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순서가 잘못된 것이죠. 마케팅은 기획 단계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다 만든 책을 잘 파는 게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고객이 원하는 책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마케팅입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 인생을 바꾼다 했습니다. 더 많은 독자가 책과 함께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하기 바라는 ‘보통마케터’이자 두 권의 책을 낸 저자의 희망입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 집필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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