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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업계획서는 현대 작품,우린 이름만 빌려줬다”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부와 협의 후 금강산관광사업 참여,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내락”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사업계획서는 현대 작품,우린 이름만 빌려줬다”

“사업계획서는 현대 작품,우린 이름만 빌려줬다”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지난 6월29일 ‘주간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사업 참여와 관련해 “(금강산관광사업 참여를 밝힌) 6월20일 기자회견 전에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와 사전 협의해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장은 남북협력기금 제공도 기자회견 전에 통일부에게서 이미 내락을 받은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강산관광사업의)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은 현재 국민세금(남북협력기금) 대거 지원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불확실한 사업에 퍼주고 있다”는 비판을 그치지 않고 있다. 반면 통일부와 민주당 등 정부`-`여당은 그동안 “관광공사가 수익성이 있다고 자체 판단해 독자적으로 금강산관광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전적으로 한국관광공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참여라는 것.

그러나 조사장은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몇 가지 내용을 밝혔다. 조사장은 금강산관광사업 참여 과정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므로 그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조사장은 “현대아산-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작성해 정부 부처에 보고한 사업계획서도 내용이 졸속이며, 현대아산이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남북협력기금을 타내기 위해 현대측이 사업계획서를 급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대아산과의 합의문 발표 이전 대북 관광대금 미지급분은 관광공사가 떠맡는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와 같은 조사장의 발언은 ‘관광공사의 금강산사업 참여는 북한에 관광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광공사-현대-정부 등 3자가 막후에서 시간에 쫓기며 대충 기획한 합작품이었다’ ‘관광공사는 금강산사업에 국고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들러리였다’는 항간의 의혹과 관련해 매우 주목할 만하다.

‘주간동아’는 또 한국관광공사가 900억 원대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사업 내용이 담겨 있는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합의서 사본조차 갖고 있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현대`-`아태 간 체결한 사적 계약서이므로 우리에겐 갖고 있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 관광공사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이 동업을 할 때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900억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인데 현대와 북한에게 너무 저자세다”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향후에도 자금 조달은 관광공사가 대부분 떠맡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현대가 계속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와 현대아산이 세운다는 새로운 공동법인의 설립도 불투명하다. 지금까지는 이 법인이 금강산관광사업을 전담할 것으로 보도되었다.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광공사를 통해 이미 286억 원의 지원금을 북한으로 송금한 상황에서 현대아산은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인지라 과연 공동법인을 설립한 것인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조홍규 사장과의 일문일답. 조사장은 투자규모, 육로관광을 위한 북한 내 도로건설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밝혔다.

“사업계획서는 현대 작품,우린 이름만 빌려줬다”
-금강산관광사업 참여는 현대아산측이 먼저 제의했나.

“그렇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6월9일 귀국하자마자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북쪽과 잘 되었으니 금강산사업 같이하자’고 하더라. 김사장은 정부 당국자들과도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나는 육로관광이 허용되고 관광대가 지불금도 낮아져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관광공사의 사업참여 결정은 두 회사 간 실무진들이 아니라 사장들끼리 만나 결정한 거다.”

-금강산관광사업 참여는 관광공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인가.

“금강산관광사업 참여와 같은 일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 바보가 어디 있나. 관계 부처와 상의도 않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6월20일 기자회견 전에 나는 먼저 문화관광부와 협의했다. 그리고 통일부와도 협의했다. 국가정보원과도 상의했다. 나와 협의한 문광부와 통일부의 관료는 실무 국장급이 아니다. 그 이상급이다. 내가 사업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 통일부에 남북협력기금을 대달라고 요청했는데 그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주었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으니까 우리가 하겠다고 기자회견 열어서 발표한 것 아닌가. 청와대와는 상의가 없었다.”

-관광공사와 현대가 공동으로 ‘금강산관광사업 추진계획’이라는 사업계획서를 냈다는데.

“(기자가 8쪽짜리 사업계획서를 보여주자 몇 장을 들춰보면서) 이 공동 사업계획서라는 게 엉터리다. 여객선 감척 문제도 그렇고 현재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 관광공사도 사업 초기엔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사업계획서에 나온 향후 예상 매출과 적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객 중 18만 명을 수학여행객들로 채우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현대는 건설·토목 하는 회사라 관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가 나서면 달라질 것이다.”

-사업계획서는 공동으로 만든 것 아닌가.

“현대아산이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거다. 우리는 이름만 빌려줬다. 이 서류가 없으면 통일부에서 남북협력기금이 안 나오니까. 현대아산도 아마 급하게 만들었겠지.”

-그렇다면 관광공사 차원에선 금강산관광사업의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나.

“나는 한반도 전체를 관광자원으로 보고 관광공사를 이끌어 왔다. 금강산은 최고의 관광지이며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원회 사이에 맺어진 새로운 합의서의 조건이 좋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본다. 차차 수익을 내기 위한 계획을 세워갈 것이다. 현대아산이 내놓은 것과 같은 연구는 아직 하지 않았다. 수익 배분방식에 대해서도 현대측과 논의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금강산관광사업 중 어떤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검토하겠다.”

-관광공사가 대북 관광대금 미지급분(286억 원)부터 준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먼저 돈 안 내놓으면 사업에 안 끼워주니까 그렇게 한 것이다. 돈부터 주고 일단 사업에 참여하자고 결정했다. 현대아산의 입장에선 자기들에게 돈도 안 주는데 사업계획서니 합의서니 자기들 내부문서를 보여주면서 동업하자고 하겠는가.”

-현대-아태 간에 체결한 합의서를 갖고 있나

“나는 열람만 했다. 사본은 갖고 있지 않다. 북한이라는 상대도 있고, 남의 회사 서류를 우리가 어떻게 하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현대아산과 공동법인을 설립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관광공사 내에 금강산관광 전담팀을 구성하는 안이 나왔다. 공동법인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대아산의 재무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현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결정할 일이다.”

-금강산관광사업에 얼마 정도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인가.

“일단 남북협력기금으로 100% 충당한다. 6월 말 송금하는 286억 원을 포함해 남북협력기금 900억 원을 단계적으로 지원 받아 종잣돈으로 삼을 생각이다. 이를 기반으로 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골프장 등 관광공사의 자산을 처분할 계획은 없다.”

-금강산사업에 공동 참여한 만큼 관광공사도 북한측과 접촉하는가.

“우리는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 없다. 북한측이 현대하고만 상대하려고 하니…. 북한측과의 문제는 앞으로도 현대아산에서 전담할 것이다.”

-육로관광에 필수적인 북한 내 도로건설 문제는 어떻게 되나.

“그것은 관광공사나 현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당국이 풀어야 할 사안이다. 현대아산과 아태측 합의문에도 ‘당국간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한다’고만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확정한 게 없다. 앞으로 무슨 변수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만 전체적 흐름이 육로관광이 뚫리는 쪽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인당 관광대가 지불금의 구체적 액수를 명시하지 않은 등 북한과 아태 간 합의서가 국제적 계약관행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여행사들이 평양과 거래할 때 그쪽도 국제거래의 관행대로 하지 않는다.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관광대금을 관광객수에 비례해 지불하도록 바꾸었다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

-향후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관광사업을 단독으로 맡을 가능성도 있나.

“현대아산이 지금까지 투자한 부분을 얼마로 잡느냐는 문제 등 변수가 많다. 원론적으로 말했을 때 수익성이 난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주간동아 2001.07.12 292호 (p20~22)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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