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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제살 깎기 편집음반

‘리어카 불법 테이프’ 공백 메우기인가

  •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

‘리어카 불법 테이프’ 공백 메우기인가

‘리어카 불법 테이프’ 공백 메우기인가
반환점을 향해 가는 2001년 상반기 음반시장은 중저가 편집음반으로 시작해 편집음반 기획 붐으로 마감할 조짐이다. 음반 제작사들은 신보가 아예 나가지 않는다고 연일 하소연하고, 대형 배급사들은 배급사대로 배급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 어떤 조치도 현재 음반시장의 주역 앞에선 무력하기만 하다.

현실은 심각하다. 물론 올해 상반기엔 조성모나 G.O.D, 서태지 같은 밀리언셀러들이 잠시 활동을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박효신이나 양파 같은 만만찮은 신예들의 앨범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지누션과 이현우 같은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축들이 자신의 아성을 겨우 방어하는 정도이며, 이문세 같은 중견들의 신작 판매액도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러나 이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한국 음반산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먼저 오로지 방송을 통한 인기몰이 마케팅에 의존하는 우리의 매니지먼트는 급속하게 높아지는 단일 앨범의 종합적 완성도에 대한 대중의 기대 욕망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탓해야 한다. 또 과거 리어카에서 불법 테이프로 팔리던 히트곡 모음집이 단속의 철퇴를 맞고 사라지면서 바로 그 공백을 지금의 숱한 편집음반들이 ‘합법적으로’ 메우는 것이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의 여배우를 앞세운 상혼이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편집음반에 모든 원죄를 뒤집어씌우겠다는 관점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길지 않은 음반산업의 역사를 보더라도, 편집음반은 이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았다. 그것이 학술적 목적의 모음집이건 어떤 특정 테마 또는 장르, 그리고 특정 레이블의 모음집이건 간에 구매자의 입장에서 바겐세일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나 음반산업 강대국인 일본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기획은 숨돌릴 틈 없이 이루어진다. 곧 문화산업의 기본 명제인 ‘one source-multi use’의 가장 기초적인 실현인 것이다.



올해 상반기 편집음반의 붐을 불러온 ‘연가’시리즈가 전혀 새로운 기획이 아님에도 20~40대 여성에게 거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은, 이와 같은 편집음반의 속성을 가장 정교하게 포착한 결과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은 다름 아닌 균형의 상실이다. 시장의 고요한 상수가 되어야 할 편집음반이 ‘마군’(魔軍)처럼 시장의 중추를 담당할 단일 앨범 제작을 부추긴다. 문화의 영토에 한 칼의 해법은 없다.

음반 기획자들은 편집음반을 마녀 사냥식으로 매도할 게 아니라, 충실한 레이블의 기치를 올릴 수 있는 근원적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한국 음반사가 살고, 생명력을 가진 뮤지션을 만드는 왕도다.



주간동아 2001.05.17 284호 (p87~87)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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