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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수돗물에 콜레라균도 있다”

서울대 김상종 교수 “일반 세균 제거에도 역부족… 오염된 물 가정에 공급하는 셈”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서울 수돗물에 콜레라균도 있다”

“서울 수돗물에 콜레라균도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2일 전국 8곳의 가정 수돗물과 상수원수에서 무균성 뇌막염과 급성 장염 등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 97년 11월 서울대 김상종 교수(49·생명과학부)가 “서울시와 부산시 각 2곳의 수돗물에서 1000ℓ당 1~10마리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4년 만에 환경부가 이를 공식 인정한 것. 그동안 환경부와 서울시는 “김교수의 검사방법을 신뢰할 수 없으며, 선진국의 정수처리 기술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바이러스 검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선진국에도 없는 바이러스 수질 기준을 국내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며 김교수의 주장을 부인했다. 심지어 서울시는 김교수가 지난 99년 4월 서울과 부산의 수돗물 바이러스 재검출 결과를 발표하자, 그를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발하는 사태까지 빚기도 했다.

결국 환경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했고, 김교수의 ‘허위 사실’은 ‘진실’로 판명되었다. 환경부의 이런 전향적 발표에 대해 김교수는 “이제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환경부가 검사방법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결과 발표도 미심쩍은 곳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다음날인 5월3일 김교수를 만나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와 문제점,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내내 그는 관료들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했다.

-환경부 발표 이후 여러 모로 바빴을 텐데….



“발표 직후부터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현실이 안타깝고, 4년여의 세월이 아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대비책을 세웠으면 지금쯤은 바이러스 없는 수돗물을 먹을 수 있었다. ‘주간동아’가 정부의 터무니없는 주장 속에서도 수돗물의 바이러스 오염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데 감사한다.”

-바이러스가 각 정수장의 소독과정에서 어떻게 죽지 않고 가정까지 올 수 있는가.

“병원성 바이러스는 환자의 분변과 함께 배출되어 하수 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상수 원수에 유입된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일반 세균보다 소독제에 대한 내성이 훨씬 강해 정수과정에서 대장균은 죽어도 바이러스는 살아남는다. 외국의 경우도 이런 사례는 많다. 하지만 환경부가 이번에 스스로 인정했듯이 국내 정수장의 소독능력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의 10~70%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정수장은 일반 세균 제거 능력조차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똥물이 가정의 수돗물까지 공급되는 것이다. 환경부가 선진국 정수처리 기술 운운한 것이 우습게 되었다.”

-이번에 발견한 바이러스의 ‘위해도’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환경부는 이번에 검출한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 사례는 없다며 그 위험성을 애써 폄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1979년 수돗물에 바이러스 1입자만 있어도 전염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발견한 바이러스는 급성 장염의 원인균인 아데노 바이러스와 무균성 뇌수막염의 원인균인 엔테로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확인 결과 환경부의 주장과 달리 최근 전국적으로 발병하는 뇌수막염의 원인균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균성 뇌수막염이 자연상태에서 낫는 가벼운 질환이라는 주장도 거짓이다. 심할 경우 전신마비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국내외 의학계의 논문이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 97년과 99년 검출한 바이러스와 환경부가 이번에 검출한 바이러스는 어떻게 다른가.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똑같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엔테로 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140종이나 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가 발견한 바이러스는 그 중에서도 ‘콕사키 바이러스 B형’과 ‘에코 바이러스 6’였다. 이는 실제 우리 나라에서 발병하는 무균성 뇌수막염의 원인균이다. 솔직히 우리가 발견한 아데노 바이러스 중에는 가성 콜레라의 원인 바이러스인 로타 바이러스도 있었다. 이것을 보도하면 또 논쟁의 소지가 되겠지만 사실이다. 0.03입자만으로도 인구 1%를 감염할 수 있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이번 조사 결과는 바이러스의 종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다는 이야긴데….

“종을 구별하지 못한 것인지, 구별하고도 발표를 안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바이러스는 대장균이나 일반 세균과 달리 그 자체가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세포 배양법을 쓴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 미국 환경보호청이 인정한 총세포 배양법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세포 배양법으로는 3~4종 외에는 수돗물 안의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없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 보고서상에서도 확인된 사실이고, 지금은 세포 배양법에 서울대가 쓰는 유전자 검색법을 함께 적용해야만 적확한 종 구별이 가능하다. 이때문에 미국 미생물학회는 환경보호청에 세포 배양법과 유전자 검색법을 모두 시험법으로 채택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원인 바이러스를 정확히 모른다면 별 의미가 없지 않은가.



“바로 그것이 문제다. 바이러스 제거와 전염병 확산의 차단,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적확한 종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과학 잡지와 미생물학회가 인정한 유전자 검색법을 쓰지 않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 되고, 관료들의 발상이 아직 탁상공론에 머문다는 증거다.”

“서울 수돗물에 콜레라균도 있다”
-당초 환경부와 서울시는 김교수의 세포 배양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환경부는 유전자 검색법을 보고 세포 배양법을 변형한 것이라 했으며, 서울시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검사방법인 세포 배양법을 쓰지 않았다고 왜곡했다.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고도 시치미를 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세포 배양법은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기본적 과정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들도 유전자 검색법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기존에 세포 배양법과 유전자 검색법을 모두 썼다는 것인가.

“서울시도 이미 서울대 연구실과 같은 시설을 갖춘 연구소와 전문 인력을 갖췄다. 환경부 담당자도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알고도 그 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인지, 발표에서 빠뜨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그런 시설과 전문지식이 있음에도 나의 연구방법을 터무니없이 매도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좋아하는데….



이번 환경부 용역조사의 가장 큰 맹점이 여기에 있다. 1년 365일 24시간 공급하는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하면서, 단 1회밖에 시료를 채취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조사라고 볼 수 없다. 검사대상으로 선정한 10군데 가정집도 미생물의 번식이 쉬운 관말지역(수도관의 끝부분에 있는 지역)이 아니라 정수장과 가까운 곳이었다.”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15일 국회에서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수돗물의 수질 기준에 바이러스에 대한 항목은 없다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당시 장관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됐다는 생각을 했다. 국립환경연구원 자료에는 미국 수돗물 기준에 바이러스 항목을 포함하였다는 사실을 정확히 기재하였기 때문이다. 환경부 발표 당일인 2일 밤 김명자 환경부 장관을 만났는데 김장관은 그런 사실을 전혀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바이러스 발표 후 수개월 동안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먹으라는 경고를 하기보다는 염소를 뿌려대는 데 바빴던 환경부다. 행정체계의 비효율성이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민단체와 연대해 정확하고 정밀한 재조사를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자체 조사도 다시 할 작정이다. 환경부가 새로 구성한 ‘물관리위원회’의 구성원 모두가 정부 쪽 사람들로 채워져 기존의 수돗물 바이러스 관리의 난맥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언론에서 이를 바로잡아 주면 좋겠다.”



주간동아 2001.05.17 284호 (p36~37)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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