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4

2001.03.08

빗나간 성욕, 끔찍한 결말

  • <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2-15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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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나간 성욕, 끔찍한 결말
    최근 신설된 여성부가 첫 국무회의 보고로 채택한 사안은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 대책’이었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사회에서 성희롱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국무총리실의 한 국장급 간부가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사 결국 사표를 제출하는 일도 있었다. 여성부와 여성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성희롱 문제를 정면으로 문제삼고 대응책 마련에 나설 태세여서 성희롱 파문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개봉된 영화 ‘더 길티’는 어딘가에서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부하 여직원을 곧잘 ‘희롱’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한 작품이다.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불러온 위험한 게임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주인공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

    영화의 주인공은 유능한 변호사와 미모의 여비서. 수임받은 사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소하고야 마는 변호사 캘럼 크레인(빌 풀먼)은 퇴근을 준비하다 그때까지 남아 일하고 있는 새 여비서 소피(가브리엘 앤워)를 발견한다. 그녀는 그날이 첫 출근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매혹된 남자는 은밀하게 술자리를 제안하고, 둘은 흠뻑 취할 때까지 마신 뒤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가고 마침내 관계를 가지려는 순간, 이성을 찾은 소피가 마음을 바꿔 강력하게 그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미 자제력을 잃은 남자는 완력으로 그녀를 겁탈하고 만다.

    빗나간 성욕, 끔찍한 결말
    다음날부터 소피의 존재가 부담스러워진 크레인은 결국 일주일 만에 그녀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소피는 크레인을 찾아가 사정하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뿐. 슬픔이 분노로 바뀐 그녀는 복수를 결심하고, 연방판사 발령을 눈앞에 둔 크레인에게 그 자리를 포기하라고 말한다. 궁지에 몰린 크레인은 살인청부를 계획하는데….

    이때부터 영화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묘미를 살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간다. 협박에서 살인청부, 거기에 거미줄 같이 얽혀드는 주변 인물들과의 어긋난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수면으로 떠올라 관객의 예상을 뒤엎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모든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찾아오는 반전은 그 기발함으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크레인 역의 빌 풀먼은 ‘인디펜던스 데이’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이미지를 벗고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잔인하고 비열한 악인으로 변신했다. 소피 역의 가브리엘 앤워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와 탱고를 춘 바로 그 여인. 우연한 기회에 이들과 인연이 얽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네이선 역은 할리우드의 차세대 청춘스타 데본 사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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