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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姓도 대물림, 佛 ‘가족법 혁명’

잦은 이혼, 재결합 등 변해가는 가족 모습 반영… 사생아도 동등한 상속권 부여

  • < 파리/ 민유기 통신원 YKMIN@aol.com>

어머니 姓도 대물림, 佛 ‘가족법 혁명’

어머니 姓도 대물림, 佛 ‘가족법 혁명’
법은 사회상과 시대상의 반영물이다.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관계가 바뀌면 법의 내용도 변화한다. 프랑스 하원이 지난 2월 초 통과시킨 가족법은 프랑스에서 변화해가는 가족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법은 아이들이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던 기존의 관습과 달리 아버지의 성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 모두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조치는 프랑스 역사에서 800여년간 지속돼온 성씨 체제를 뒤흔드는 작은 혁명으로 간주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12세기 경부터 아이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기 시작했는데 프랑스에서 아버지 성씨의 대물림은 지금껏 어떠한 법률적 조항으로도 규정된 바 없는 하나의 사회적 관습이었다. 12세기 이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자 그때까지 성 없이 이름으로만 불리던 일반인들 사이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개인들 사이에 구별의 필요성이 등장했고 당시 호적을 관리하던 교회 사제들에 의해 아버지의 성이 교구대장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에 새로 하원을 통과한 가족법은 아버지의 성이든 어머니의 성이든, 두 개의 성을 이어붙인 것이든 호적 등록이나 각종 공문서에 공식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했고 새로운 성의 대물림도 가능해졌다. 이 법안에는 하원에서 법안을 제안했던 사회당 등 좌파정당뿐 아니라 보수적인 일부 우파정당 소속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 프랑스 사회에서 과거와 같은 가족의 개념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2000년 한해 30만4300쌍이 결혼했고 이중 40%에 해당하는 11만6000쌍이 이혼했다. 또한 성인인구 가운데 여자 26세, 남자 28세까지의 인구는 결혼한 커플보다 동거중인 커플이 더 많고, 한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40%가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서 태어난다.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1985년 27.4세에서 2000년엔 29.4세로 늦어졌고, 한해 결혼하는 사람들의 30%는 결혼식에 그들의 아이가 참가한다. 대체로 부모의 이혼 탓인 편부, 편모 가구 수는 1700만에 달하고 이는 아이가 있는 가구의 16%에 해당한다.

이러한 각종 통계가 보여주듯 성인 남녀의 정상적인 결혼과 결혼생활로 태어난 자녀들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잘 정비된 사회 안전망 덕택에 동거나 이혼, 편부-편모 가정 등이 법적-경제적-사회적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부부는 거의 없다.



청소년들 정체성 혼란 줄어들 듯

프랑스에서는 결혼 전 동거와 결혼 후 잦은 이혼 및 재결합에 따라, 아버지나 어머니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한 가족을 이루면서 새로운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아버지의 성씨만을 따르는 관습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두세 번 이혼과 재혼을 했을 경우 기존 관습대로라면 그 아이는 성이 서너 번 바뀌게 되지만, 처음부터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면 어머니의 결혼생활과 상관없이 계속 한 성씨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들의 결합과 이혼으로 생기는 청소년들 정체성의 혼란이 줄어들 수 있다.

새로 개정된 가족법은 아이로 하여금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 이외에도 과부의 전 남편 재산에 대한 상속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고 혼외 관계로 태어난 사생아들이 법적 자녀와 동등한 상속권을 갖도록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개정된 가족법은 프랑스 헌법이 보장한 남녀평등과 유럽연합 차원의 인권규약이 규정한 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3.08 274호 (p61~61)

< 파리/ 민유기 통신원 YKMI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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