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4

2001.03.08

‘중국 인터넷’ 살벌한 검열, 불안한 클릭

당국, 2000만 네티즌 사용현황 일일이 조사… ‘대만’‘톈안문’ 단어만 올려도 체포

  • < 전원경/ 자유기고가 winniejeon@yahoo.co.kr>

    입력2005-02-15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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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인터넷’ 살벌한 검열, 불안한 클릭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일본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우리의 또 다른 이웃나라 중국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쯤이 될 듯하다. 중국은 한두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복잡한, 그리고 모호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서구에서도 중국은 알 수 없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최근 미 서부의 유력 일간지 ‘LA타임스’는 홍콩과 베이징, 그리고 미국에 있는 세 명의 중국 전문기자를 동원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사한 장문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사실 미국 컴퓨터 산업의 미래와도 관계가 깊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총 21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5년 전 중국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줄 알았던 사람의 수는 1만 명이 채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5년 안에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1억을 무난히 돌파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10년 동안 1만 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시장,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다. 당연하게도 미국 컴퓨터 업계는 중국시장에 대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세 명의 기자는 천문학적으로 팽창하는 중국의 인터넷을 파악하겠다는 의욕에 불타올라 덤벼들었지만 그들의 결론 역시 ‘중국은 참 알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중국을 알 수 없는 나라로 결론짓게 했을까. 그것은 중국의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검열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의 인터넷은 당국의 감시 속에서 탄생해 검열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놀랍게도 중국 당국은 2000만이 넘는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일일이 검열하고 있다. 한두 사람도 아닌 남한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을 추적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할 것인가. 그럴 바에는 아예 인터넷 사용을 송두리째 금지해 버릴 것이지…. 그러나 중국 당국은 끄떡도 없다.

    물론 이러한 검열은 합법적인 것이다. 중국에는 엄연한 ‘인터넷 검열법’이 존재하고 있다. 20개 조항으로 된 중국의 인터넷 검열법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웹사이트들은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네티즌들은 웹 상에서 어떠한 국가 기밀도 토론할 수 없으며 인터넷을 통해 국가 기밀을 유출한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법률은 무엇이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모든 정보나 글들은 다 국가 기밀로 간주된다. 그리고 이 법을 어기는 네티즌들이 소리소문 없이 체포되고 있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네티즌 린 하이는 1999년 초 체포돼 18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그의 죄목은 당국이 접속을 금지한 웹사이트에 접근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또 톈안문 사태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후앙 쿠이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 몇 달 후, 그의 집에는 짤막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저는 지금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과 같이 있습니다. 당분간 집에는 갈 수 없겠군요.”

    중국의 네티즌들에게는 대부분의 외국 사이트,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나 ‘LA타임스’ ‘타임’ 등 유명 영자신문이나 시사잡지의 홈페이지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검열 담당자들은 네티즌들의 글, 웹사이트 등에서 ‘대만’‘파룬궁’‘톈안문’ 등의 단어가 나오면 즉시 이 사이트를 폐쇄하고 글을 올린 이를 체포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들을 단속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127곳의 무허가 인터넷 카페를 폐쇄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에서 인터넷 사용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광경을 본 서구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새롭고 무한한 시장 개척의 가능성이었고 또 하나는 인터넷의 확산이 중국의 개방을 촉진시키고 인권상황을 호전시키지 않을까 하는 인권주의자들의 희망이었다.

    일단 구미의 컴퓨터 업계는 중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로 된 도메인 네임만 11만5000개, 당국의 허가를 얻은 웹사이트만 해도 3만3000개에 달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일일이 검열한다는 것은 중국 당국으로서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보다 효과적인 검열을 위해 새로운 검열 프로그램들을 계속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 회사들은 해커를 막거나 근무시간 중 포르노 사이트 등에 접근하는 종업원들을 찾아내기 위해 만든 검열 프로그램들을 중국 당국에 팔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도 중국에 검열 프로그램을 파는 데 열심이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검열 프로그램 전시회에는 컴팩, 휼렛패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을 비롯한 40여 회사들이 참가해 자사의 검열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데에 열을 올렸다. 중국 공안정보부가 주최한 이 전시회의 주제는 ‘보안 2000’이었다.

    검열의 눈초리가 매섭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시장이 당국의 손바닥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특유의 장삿속과 활기는 인터넷에서도 여전하다. 미국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닷컴 기업들과 젊은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100만 명의 네티즌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소후’(Sohu.com)는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다. 소후의 창립자인 찰스 창은 미국 유학을 마친 30대의 CEO로 야후의 창립자인 제리 양을 연상시킨다.

    소후 웹사이트에는 매일 새로운 국제뉴스가 업데이트된다. 다우존스 지수는 물론이고 앨 고어 후보가 조지 W. 부시의 대선승리를 인정하는 연설문의 내용까지 중국어로 번역돼 올라와 있다. 하지만 소후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당국의 비위를 거스를 만한 내용이나 중국 국내의 정치상황을 다룬 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 채팅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설령 네티즌들이 ‘아슬아슬한’ 글을 올리더라도 자체 검열을 담당하는 소후의 직원들이 이를 찾아내 삭제하는 데에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네티즌들이 소후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당국의 정책에도 호응해야 하지요.” 찰스 창은 경영자다운 매끄러운 언변으로 중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경영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인터넷 열기는 서구 인권주의자들의 기대처럼 중국에 자유주의의 물결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정치적 문제보다는 새로운 팬터지 소설이나 돈이 될 만한 기발한 사업거리 등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의 검열 의지가 워낙 강력하기도 하거니와 “실제의 검열보다 검열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크다”는 것이 중국 네티즌들의 공통적인 심경이다.

    “궁극적으로 인터넷은 중국의 개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세대,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리라고 봅니다.” 홍콩대학교 브루스 매킨타이어 교수의 말처럼 인터넷이 중국의 변화에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의 시계는 서구의 그것에 비하면 너무도 느리다. ‘죽(竹)의 장막’은 최소한 인터넷에서만은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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