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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부실시공 홈페이지’ 널렸다

지역구 227명 심층조사 최초 공개… 평균점수 47점 ‘낙제’, 32명은 아예 없거나 ‘깡통’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국회의원 ‘부실시공 홈페이지’ 널렸다

국회의원 ‘부실시공 홈페이지’ 널렸다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를 분석한 본격적인 조사 결과가 최초로 공개됐다. 그동안 단편적인 평가는 있었으나 전체 지역구 의원 227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심층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는 이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수도권에 가까울수록, 안정적인 선거구를 가진 의원일수록 충실하게 홈페이지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홈페이지 구성(디자인+콘텐츠)의 평균 점수가 100점 기준으로 47점에 그치고 전반적인 관리가 날로 부실해지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날마다 새로운 내용을 올리는 성실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만들어만 놓고 방치하다시피 하는 ‘깡통 홈페이지’도 있는 등 의원 개개인의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내용은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와 국민대 정치대학원을 졸업한 이윤기씨가 인터넷 업계 전문가 5명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김교수팀은 지난해 9월1일부터 올 2월7일까지 5개월여 동안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를 정밀 조사했다(상자기사 참조).





이 가운데 지난해 9월1일부터 11월19일까지 실시한 1차 조사 결과는 지난 2월15일 한국정치학회 주최 ‘정보사회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모색’이라는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김교수는 “국회의원 홈페이지는 정책 수립 등과 관련해 쌍방향성을 높일 수 있고 의정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중요 수단이기에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지역구 의원 가운데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의원은 85.9%인 195명으로 나타났다. 지역구 의원 32명이 아직도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상자기사 참조).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정보화 시대에 유권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의원’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선수로 보면 초선 92.1%, 재선 82.4%, 3선 80.6%, 4선 이상 82.1%가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 아무래도 초선과 재선 의원의 정보화 지수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당별로 보았을 때 민주당은 소속 의원의 91.7%, 한나라당은 83.9%, 자민련은 83.3%이다. 또한 서울 지역 의원들은 100%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등 상대적으로 대도시 출신 의원들의 보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 보유는 지난 4·13 총선을 전후해 크게 늘었지만 운영 실태는 갈수록 부실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실도 지수(뉴스, 의원동정, 보도자료 등 평가 기간 새로 올라온 게시물을 날짜 수로 나눈 수치)는 1차 조사(2000.9.1∼11.19) 때의 평균이 0.24. 평균 4일마다 한 번씩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는 셈이다.

2차 조사(2000.11.20∼2001.2.7) 때는 관리 부문에서 1위를 한 이인제 최고위원의 높은 점수에 힘입어 0.26으로 약간 높아졌지만 다른 의원들의 경우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조사기간 중 국정감사와 임시국회 등이 계속 열렸지만 연말-연초라는 시기와 언론의 관심이 낮아진 틈을 타 홈페이지 관리도 부실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구 의원 가운데 15명은 접속도 안 되는 홈페이지인 일명 ‘깡통 홈페이지’를 갖고 있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홈페이지 구성과 관리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 구성 부문 30위 안에 민주당 의원 22명이 들어있는데 반해 한나라당은 7명, 자민련은 1명에 불과했다. 관리 부문 30위는 민주당 16명, 한나라당 13명, 자민련 1명. 의원 숫자가 훨씬 많은 한나라당이 ‘디지털 정치’에서는 민주당에 뒤지고 있는 셈이다.

홈페이지를 잘 만든 의원이 반드시 관리도 잘할까. 그렇지 않다. 구성과 관리 부문 모두 최상급(30위 이내)에 든 사람은 민주당 곽치영 이인제 정장선 최용규 박주선 정동영 한화갑 추미애 의원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등 9명에 불과했다(‘표’ 참조). 한나라당 손학규 김덕룡 의원 등은 구성은 뛰어났지만 관리가 부실했고, 민주당 정철기 의원 등은 홈페이지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구성이 엉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콤 사장을 지낸 민주당 곽치영 의원은 유일하게 구성 2위, 관리 5위 등 두 부문에서 모두 5위 안에 들어 ‘가장 훌륭하게 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하고 있는 국회의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성 부문을 따져봤을 때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386의원’들의 50%인 5명이 상위 30위안에 든 것은 주목되는 현상이다. 48명 가운데 불과 8명만이 30위 안에 들어 26.7%에 머문 40대 의원과 대비된다. 30대 의원들은 관리 부문에서도 40%인 4명이 30위 안에 들었다. 아무래도 정보화 마인드가 앞서는 30대 의원들이 홈페이지 관리에도 열심인 것으로 드러난 것.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약칭 정통위) 소속 의원 중에서는 한나라당 최병렬 원희룡, 민주당 김영환 정동영 남궁석 곽치영 등 6명이 구성과 관리 부문에 걸쳐 30위권 안에 들었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정통위 소속이면서도 홈페이지가 없었다.

지역구가 안정된 의원이 불안정한 의원보다 더 열심히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지난해 4월 16대 총선에서 차점자와 많은 득표 차이로 당선된 의원이 그렇지 않은 의원보다 홈페이지 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지역 기반이 불안정한 의원의 경우 인터넷보다는 지역구 방문 등 현장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분석된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김교수는 “의정활동에 인터넷이 일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의원 스스로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단순한 홍보수단으로 삼기보다 정책을 제시하고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하며, 접속만 하면 의원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투명한 의정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교수는 또 “재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산의 많고 적음보다는 각 의원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홈페이지의 충실 운영 여부를 좌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국회의원의 홈페이지 운영에 대해서는 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네티즌의 관심이 따라주지 않으면 홈페이지 관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

16대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전남대 김용천 교수와 경상대 윤성이 교수가 네티즌 11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21.9%만이 선거 기간 중 지역구 후보자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고 응답했다. 정책 제언 등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네티즌들의 ‘e-폴리틱스’ 활용 수준이 높아지고 의원들의 인식이 이에 발맞춰 변할 때에야 사이버 정치의 질적-양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어떻게 조사했나

‘디자인 · 내용 ·콘텐츠 충실도‘ 3개 부문 면밀히 평가

야후와 라이코스, 국회 등에 등록된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는 5명의 전문가들이 △디자인 △콘텐츠(내용) △콘텐츠 충실도로 나눠 평가했다. ‘디자인’은 △레이아웃(배치) △이미지 컬러 △전체 디자인 등의 관계를 중심으로 각 항목 당 10점 만점으로 전체 150점 만점으로 계산했다.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23개 항목의 존재유무를 판별해 평가했다. 신상, 공약 및 정책, 기사 및 동정, 의정활동, 지역구 활동, 자유게시판, 기부금 모집, 개인 일정 공개, 동영상 및 오디오 파일 존재, 자원봉사자 모집, 연설문, 온라인 회원 모집 및 입당, 민원접수(게시판), 민원접수(이메일), 이메일에 의한 뉴스 전송, 운영자와의 접촉가능 여부, 모의투표, 대화방, 링크, 방문자수 공개, 자료실, 도움말, 검색가능 여부 등이다. 23점 만점으로 제시된 항목이 많을수록 점수가 많게 했다. 콘텐츠 충실도에 대한 평가는 조사기간의 게시물을 날짜 수로 나눴다. 예를 들어 100일 동안 새로 올린 게시물 합계가 100개면 지수는 1이 된다. 즉 지수 1은 매일 콘텐츠 항목을 1개씩 새로 올린 것이다. 그러나 100일 동안 게시물 수가 100개지만 그것이 2일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게시물 수는 2로 계산해 ‘벼락치기 관리’보다 ‘꾸준한 관리’를 중시했다.





주간동아 2001.03.08 274호 (p28~30)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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