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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뜨나 못 뜨나 한화갑 대권 캠프

측근들 종용에도 “아직 때 아니다” … ‘동교동계 캠프 불가 명령’ 받았나

  •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안 뜨나 못 뜨나 한화갑 대권 캠프

안 뜨나 못 뜨나 한화갑 대권 캠프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이 ‘대권 캠프’ 출범을 늦추고 있다. 한최고위원의 측근 인사들은 한위원이 동교동계 간판격으로 떠오른 지난해 8·30 전당대회 직후부터 끊임없이 연구소나 개인 사무실을 만들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한위원의 일관된 반응은 “아직 때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경선 직후, 지난 연말, 올 초 등 한위원에게는 ‘호기’랄 수 있는 시기가 그냥 지나갔다.

현재 한위원 측근 인사들은 3월 중 캠프 설립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신춘 정국을 맞아 정치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춰서는 곤란하다는 이유다. 또한 봄이 되면 여권 내 대권 예비주자들의 각축이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므로 브레인들이 모여 일할 수 있는 ‘캠프’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위원은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형태도 연구소가 될지 단순한 사무실이 될지 결정되지 않았다. 위치만 여의도나 마포쯤으로 잠정 결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사무실 물색에 나선 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도 몇몇 측근 인사들의 ‘연락 사무실’ 겸 ‘작업실’ 같은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이를 캠프로 보기는 어렵지만, 흩어져 있는 이들 작업실을 한데 통합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고려대 C-H교수, 연세대 M교수, 경희대 N교수 등 한위원과 절친한 자문그룹도 꽤 된다.

“한위원 움직이면 金心 작용한 것” 관측

한위원은 왜 ‘대권 캠프’를 차리지 않고 있는 것일까. 몸조심인가, 아니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가.



한위원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아직 뚜렷한 정치적 좌표를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대권에 도전할지, 킹 메이커가 될 것인지, 그도 아니면 김대중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무리를 하게끔 임기 후반기를 당에서 조력하는 역할만 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소 개설 같은 바깥에 드러나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

이는 다시 말해 김대통령이 한위원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중권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그런대로 당이 잘 굴러가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당내 동교동계의 위상이 현격하게 위축된 것도 아닌 만큼 현재의 양상을 잘 유지하면 된다는 선에서 한위원의 역할이 규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할 때, 한위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는 곧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노무현 장관 등은 모두 한위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김심’의 향배가 한위원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에서 한위원과 이위원이 만난 것 역시 이런 움직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미국 회동에서는 그리 깊은 얘기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어떤 이들은 최근 권노갑 전 고문이 내외문제연구소 재건을 본격 추진하다가 청와대의 ‘엄명’에 의해 중도 포기한 사실을 한위원과 결부시켜 얘기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본 한위원 역시 ‘동교동계 대권 캠프 불가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연구소 설립을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동교동계의 한 중진의원은 “동교동계는 지금도 대통령의 호통 한 마디면 모든 것을 접고 뒤로 물러날 것이다. 그게 동교동계다. 2선 후퇴 선언 같은 것은 얼마든지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권노갑 전 고문 중심의 ‘평창동 캠프’는 내외문제연구소 재건이 여의치 않자 김대통령 야당 시절 보좌진 모임인 ‘인동회’를 구심점으로 모이고 있다. 기왕에 있던 친목모임이라 ‘일’을 추진하기 쉽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어쩌면 한위원의 ‘대권 캠프’는 3월에도 뜨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자 항상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는 정치인 시각으로 보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그게 한위원 특유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한 측근은 “현재로서는 국제외교에 전념하고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외연(外延)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 한위원의 생각인 듯하다”고 말한다. 대권 예비주자들의 ‘섣부른 각축전’에 자신마저 끼여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3.08 274호 (p26~26)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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