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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장성민 책임편역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부지런한 사람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법이다. 지난해 여의도에 처음 입성한 장성민 의원(민주당·통일외교통상위원회)이 갓 구워낸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는 그런 부지런함의 미덕이 돋보이는 ‘따끈따끈한 책’이다.

세계는 지금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대외정책은 향후 세계질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냉전과 탈냉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이해(利害)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우리에게 미국은 이미 하나의 생존 조건이다.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얼마 전에 아직 상원의 인준을 받지도 않은 미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 리처드 아미티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짜이기가 무섭게 방미한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과 상견례를 하자마자, 곧이어 임동원 국정원장까지 미국으로 건너가 ‘새 친구 만들기’에 나선 것도 한-미 간에 공조를 위한 ‘눈 높이 맞추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와 바로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이하 한반도리포트)가 따끈따끈한 정책자료로서 가치가 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반도리포트는 ‘부시 정부 파워 10인의 최신 한반도 관련 보고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 안보보좌관) 로버트 졸릭(무역대표부 대표) 도널드 럼스펠드(국방부장관) 폴 월포비츠(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국무부 부장관) 제임스 켈리(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리처드 하스(국무부 정책기획국장) 피터 브룩스(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문제 수석자문관) 로버트 매닝(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래리 워츨(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 소장)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입안-집행하는데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 10인의 최근 논문을 편역한 것이다.

편역자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논의들은 기본적으로 당파적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대통령선거운동의 맥락에서 제기된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비판이다. 이러한 당파적 논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거틀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편역자는 그 준거틀을 ‘일방주의’(unilateralism)라는 공화당의 핵심적 외교전통에서 찾고자 한다.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일부 언론에서 ‘드림팀’이라고도 부른 현 부시 행정부 외교진용의 인적 구성과 성향은 레이건을 뒤이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그것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레이건은 재임 말기에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를 인정해 핵무기 감축에 합의했지만, 1989년 말 몰타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구 부시 행정부 외교진용은 고르비의 평화공세를 경계했다. 이를테면 당시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던 딕 체니 국방장관(현 부통령)은 “소련의 실질적 변화가 전혀 없으며 소련의 굴복을 유도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역자는 이런 일방주의는 최근 ‘새로운 사고’를 내세운 북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구 부시 행정부의 대소정책이 공개적으로 선포된 것은 89년 5월 텍사스의 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작성을 주도한 이 연설에서 당시 부시 대통령은 미-소 간의 관계는 소련의 약속이 아니라 실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미티지 보고서’에 나타난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핵합의에 대한 비판이나 미사일 문제와 통상병력의 감축 등 새로운 요구를 첨가해 실질적 변화의 증거를 북한에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공화당의 군사적 일방주의 전통의 연장인 것이다.

꼼꼼히 정리한 부시 한반도 정책
장성민 의원은 군사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한 국익 추구를 특징으로 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레이건과 구 부시 행정부의 소련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냉전을 미국의 승리로 만들었다는 공화당의 역사적 해석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제 관계에서 국익의 완전한 일치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장의원은 “한국 외교의 절대적 기준은 한국의 국익이며, 한-미 공조는 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야당을 포함해 상당수 학자들까지도 때로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한 채 한-미 간 이견(異見)의 존재 자체가 마치 정책의 실패인 양 몰아가는 것은 국익보다 당파성을 앞세우는 것이다. 부시의 외교진용 10인의 논문에서 일맥상통하는 국익 우선의 논리를 읽을 수 있지만, 편역자가 강조하는 이 책을 관통하는 힘 또한 실은 ‘국익의 논리’다.

이 책의 주장대로 부시는 이 10인만을 기용한 것이 아니라, 이 보고서에 담긴 이들의 생각과 정책을 기용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리포트’는 3월8일 부시 대통령을 만나 대북정책을 조율하게 될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성공적 개혁-개방을 추진하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그것은 편역자의 소망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리포트/ 콘돌리자 라이스 외 지음/ 장성민 책임편역/ 김영사 펴냄/ 290쪽/ 9800원





주간동아 2001.03.01 273호 (p84~85)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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