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3

2001.03.01

한국인 8명도 인간복제 신청했다

美바이오기업 ‘클로네이드’ 측 밝혀 … 대잇기 목적 2명, 장애인 3명 포함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2-14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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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8명도 인간복제 신청했다
    미국령 바하마제도(諸島)에 등록된 미국의 바이오 기업 ‘클로네이드’(Clonaid)가 다음달 미국 내 비밀장소에서 생후 10개월 만에 사망한 남아의 복제작업을 시행한다고 영국 언론이 2월18일 보도했다.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 일은 지금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2001년 2월19일 현재 한국인 8명도 이 회사에 자신을 복제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클로네이드가 시도하는 인간복제실험은 이미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클로네이드는 외계인 ‘엘로힘’(Elohim)의 존재를 믿는 ‘라엘리안’이란 종교적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생명공학 회사다. 라엘리안은 서울 반포동에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라는 한국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복제신청 접수는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를 통해 이뤄졌다. 이 단체 최상렬 회장은 2월19일 “국내에서 8명으로부터 복제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명한 클로네이드 신청서엔 ‘클로네이드(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는 이를 ‘클로나이드’로 명명했다)는 자신과 똑같은 ‘복제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드립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나 아기가 사망할 경우 복제할 수 있도록 세포를 체취하고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최회장은 “우리와 신청인측은 신청서 서명을 신청인 또는 의뢰대상자의 복제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는 신청서 영문본을 클로네이드 본사로 보냈다고 한다. 30만파운드(약 6억원)에 이른다는 복제비용에 대해 최회장은 “그중 상당부분은 복제를 의뢰한 부부의 자발적 기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로네이드측이 한 명의 사람을 복제하는 ‘적정가격’이라며 자신에게 밝힌 액수는 25만달러정도였다는 것이다.

    8명의 신청자들은 무슨 이유에서 복제를 원한 것일까. 최회장은 “장난삼아 문의하는 사람은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신청을 의뢰해오면 장시간의 면담을 통해 확고한 의사를 확인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한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양모씨(36)는 대를 잇기 위해 인간복제 신청서를 낸 경우다. 양씨는 지난 99년 8월 유산의 후유증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아들을 원했던 남편과 시댁측은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이런 결정에 대해 남편과 시어머니도 찬성했다. 최회장은 “실제로 복제에 들어가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성남의 한 중견업체 간부인 이모씨도 2세를 얻기 위해 복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는 독신주의자. “결혼은 하기 싫고 아이는 양육하고 싶은데, 기왕이면 나와 유전자가 똑같은 아이가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이런 뜻이 만약 실현된다면 일이 훨씬 더 복잡하게 된다. 미국의 부부는 복제된 아들을 가지게 되더라도 이들의 가정은 3명의 독립적 개체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나 양씨 부부의 소원이 실현된다면 가족 내 3명 중 2명은 동일인이 된다. 이씨는 좀더 극단적이다. 이 경우 오직 두 명의 ‘나’로만 구성된 가정이 탄생한다. 타인과 단절된 공간에서 내가 또 다른 나를 양육하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모씨(69)는 수술 받던 도중 의식불명이 된 딸을 복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딸을 잃기 싫었기 때문. 그러나 복제에 필요한 체세포 채취 등의 실제적 조치는 없었다. 그의 딸은 얼마 뒤 숨졌다. 최상렬 회장은 “김씨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는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인간복제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가족이 사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사망자를 복제해 그를 계속 곁에 두고자 하는 충동을 강렬히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복제를 원하는 또 다른 부류는 장애인들이다. M씨(54)는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수년 전,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게 됐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에 복제신청을 해왔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치료에 필요한 자신의 신경세포들을 복제하는 분야다. 이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추진중인 인간배아세포의 복제를 통한 기간세포의 배양-이식 실험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황교수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세포 복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1급장애인 김모씨(25), 뇌성마비 장애인인 이모씨도 M씨와 비슷한 이유로 복제를 의뢰해왔다. 이씨는 “정상인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극심한 육체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게 더 윤리적인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에 따르면 인간복제신청은 99년에 집중됐다. 최근엔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클로네이드가 실제 복제실험에 착수하면서 라엘리안이 주도하는 인간복제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2월19일 클로네이드는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에 인간복제사업을 홍보하는 대형 포스터를 보내왔다. 배아복제 연구에 종사하는 한국의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한국라엘리안무브먼트측은 인간복제를 대중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론이 곧 나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복제가 몰고 올 ‘대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회장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인간복제는 정당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일은 10평의 실험실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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