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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초기 성공에 자만하지 마라

  • <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 · 경영학>

벤처, 초기 성공에 자만하지 마라

벤처, 초기 성공에 자만하지 마라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 붕괴를 기점으로 벤처 사업의 룰이 ‘머니 게임’에서 ‘비즈니스 게임’으로 서서히 바뀌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많은 벤처 경영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신기술을 바탕으로 수익 창출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 기업의 마케팅과는 원리가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벤처 기업이 몸담고 있는 첨단 기술 시장은 고객의 구매 특성에 따라 크게 초기 시장, 주류 시장, 후기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에서 첨단 기술에 호의적인 고객들로 구성된 초기 시장과 지극히 보수적이고 실용적인 고객들로 구성된 주류 시장 사이에는 벤처 기업이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거대한 단절, 즉 캐즘(chasm)이 존재한다.

예컨대 벤처 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자신의 최신 기술과 뛰어난 성능의 제품으로 첨단 기술에 호의적인 초기 시장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실제로 사업 초기 1∼2년 동안 매출이 늘어나고 고객의 반응도 좋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사업에 성공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류 시장의 고객들은 초기 시장의 고객들과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첨단 제품보다 시장의 표준을 장악한 제품, 당장의 뛰어난 성능보다 오히려 애프터서비스의 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다. 따라서 초기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던 마케팅 전략이 주류 시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 사업 초기 인터넷 자체에 열광하는 소수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성장했던 인터넷 기업들이 정작 구매력을 갖춘 일반인들을 공략하는 데 실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벤처 마케팅의 또다른 특성은 때때로 고객을 무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첨단 산업은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기술이나 제품이 기존 시장을 대체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벤처 기업이 너무 현재의 고객에게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새롭게 등장할 미래의 시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예컨대 디스크 드라이버 시장의 경우, 3.5인치 드라이브가 개발됐을 당시 대부분의 고객들은 신제품인 3.5인치 드라이브보다는 기존 제품인 5.25인치 드라이브의 성능과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장을 석권한 3.5인치 드라이브 개발에 힘쓴 기업은 살아 남았고, 5.25인치 드라이브에 집착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벤처 기업은 현재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 외에도, 소수 고객이나 아예 새로운 고객들에게만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가까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기술 변화의 폭풍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주류 시장 겨냥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 필요



그렇다면 벤처 기업이 캐즘 현상과 급진적인 기술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주류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실 벤처 기업이 초기 시장에서 쌓은 명성과 업적은 일부 도움은 되지만 주류 시장의 고객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벤처 기업은 주류 시장 전체를 공략하기보다는 목표 세분 시장을 정하고 이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주류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기존 조직 문화와 단절된 새로운 마케팅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기존 조직은 현재의 고객들이 선호하는 기술의 개선을 원하지, 장래도 불확실하고 어쩌면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도 있는 급진적인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결국 기존 조직은 시장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기술 기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장하게 되고 그 결과 갑작스런 기술 혁신과 함께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현재의 주력 시장을 공략해 ‘캐즘’을 극복하고, 새로운 마케팅 조직을 활용해 미래의 고객 욕구를 선도하는 벤처 기업만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1.03.01 273호 (p24~24)

<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 ·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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