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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현대 ‘금강산 뱃길’ 끊어버려?

적자해소 위해 남북에 ‘카지노’‘부담금 삭감’ 요청… 남북 모두 유람선 중단 땐 타격 “어쩌나”

  • 성기영 기자sky3203@donga.com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궁지 몰린 현대 ‘금강산 뱃길’ 끊어버려?

궁지 몰린 현대 ‘금강산 뱃길’ 끊어버려?
북한에 가서 북한 당국자들이 현대를 걱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 당국자들보다 더 현대 걱정을 하던데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현대가 정말 그렇게 어렵습니까?’고 물으면서 ‘토지공사는 정부산하기관이니까 남측 정부가 현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라고 은밀히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개성공단 1단계 사업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공동사업 시행자인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등과 함께 방북했던 한국토지공사(김용채 사장)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은 현대의 어려운 사정을 훤히 꿰뚫어보고 이를 우려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 출신인 김용채 사장에게 현대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것.

북한 “1년치 식량분 놓칠까” 현대 걱정

궁지 몰린 현대 ‘금강산 뱃길’ 끊어버려?
북한 당국이 최근의 현대 자금난을 걱정하는 것은 대우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당연한 일이다. 대우는 북한에 맨먼저 투자한 남한 대기업이었지만 계열사의 부도로 남포공단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당국은 현대 역시 자금난이 심화하면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 개선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이 이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이 현대의 자금난 때문이다.



현대아산의 자본금은 총4500억원(미화 4억달러) 수준. 여기에다가 그동안의 관광객 입장 수입 7200만달러에 부대시설 운용수익 2000만달러를 합쳐도 4억9200만달러 정도. 반면 지출은 여태까지 북한 당국에 지불한 금강산 관광 사업 부담금 3억3000만달러에 시설 투자금액 1억2600만달러를 포함해 4억5600만달러 수준. 결국 이같은 계산법을 따르자면 달랑 3600만달러의 자본금이 남아 있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현대측이 앞으로 북한에 추가 지불해야 할 잔여금액은 6억달러 이상이다.

현대아산측은 ‘당장 북한측에 지불해야 할 부담금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외부의 시각에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무 현황은 일부 경영진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자금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현대측이 정부에는 선상 카지노 사업 허용을 요구하면서 북한을 상대로 대북사업 부담금을 깎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엄청난 적자폭 때문. 현대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남북한 양쪽 정부의 고민을 너무나 잘 읽고 있다.

우선 현대의 자금난은 외화수입의 상당 부분을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 경제에도 주름살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통계에 따르면 1999년 북한의 무역총액은 14억8000만달러. 이 가운데 수출은 5억2000만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9억6000만달러로 적자폭이 4억5000만달러나 된다. 따라서 북한이 현대로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의 대가로 98년 12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챙긴 3억3000만달러는 엄청난 수입이 아닐 수 없다. 만에 하나 현대가 자금난에 몰려 금강산사업을 포기하면 북한으로서는 1년치 식량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거액이 날아가는 셈이다. 또한 우리 정부도 햇볕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현대측의 자금 부족으로 인해 좌초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국내외 언론에 현대의 대북사업이 갑자기 이슈화된 과정을 보면 정부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현대가 통일부에 카지노사업장 임대사업을 내용으로 한 금강산관광사업 변경승인을 통일부에 신청한 것은 지난해 11월. 그러나 정부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12월26일로 예정됐던 정몽헌 회장의 방북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현대가 지난해 10월 장전항에 건설한 해상호텔(해금강호텔)에 카지노사업장을 개설하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러자 12월27일 황하수 교류협력국장이 나서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브리핑했다.

이날 밝힌 정부 입장의 골자는 ‘현재 금강산관광사업 변경 승인을 위해 법무부, 문화관광부 등 관계부처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북측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으로 북한법상 하자는 없지만 현대라는 기업의 행위인 만큼 현대도 정부의 승인 여부 결과를 존중할 것으로 본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정서와 여론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카지노사업장 허가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4년간 북측에 지불하기로 돼 있는 6억달러 이상의 관광사업 대가를 삭감 혹은 지불유예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현대측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위기가 공론화된 것이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표정이다. 4500억원 규모의 현대아산 자본금이 이미 잠식 상태를 눈앞에 두고 있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데다 이미 금강산 관광사업 시작 단계부터 선상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 정부측에 ‘포괄적 승인’을 요청했었다는 점을 들어 낙관하는 분위기다.

현대 관계자는 “금강산 유람선 사업도 정부 햇볕정책의 산물이 아니냐”면서 “모든 것이 무산될 경우 유람선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카지노를 허용해주는 정도의 성의를 보여줘야 북한측도 여기에 호응해 대북사업 부담금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로서는 ‘카지노 사업 허용’이라는 카드를 통해 사업 승인권자인 정부와, 사업 파트너인 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측도 설령 카지노 사업이 허가된다고 해도 이것이 금강산 관광사업 적자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카지노사업 허가에 대해 ‘최소한의 수익 모델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 입장이 처음 허용된 정선 카지노와 금강산 해상카지노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정선 내국인 카지노와 달리 금강산 관광객은 현금 소지한도가 1000달러로 제한되기 때문에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카지노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최소한의 유인책’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와 북한 당국, 그리고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이미 고차 방정식 풀기에 돌입했다. 현대는 북한과의 교감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상징성과 여론의 주시 앞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현대든 정부든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해결책이 찾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주간동아 2001.01.11 267호 (p38~39)

성기영 기자sky3203@donga.com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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