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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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대신 독립을 가르쳐라”

학력과 성적 큰의미 없어‥창의력 도전정신 어릴 때부터 심어주기 나름

  • 입력2005-03-07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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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대신 독립을 가르쳐라”
    강태진 씽크프리 사장(41) 토론토대 인지심리학 석사. 임명수 비트뱅크 사장(43) 광주상고 졸업. 최용관 와우프리 사장(41) 서울공고 졸업. 박인철 넷포츠 사장(29) 부천대 졸업. 이철상 바이어블코리아 사장(32)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이의범 가로수닷컴 사장(36)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중퇴. 이지선 드림커뮤니케이션즈 사장(35) 서울대 영문과 졸업. 임영주 PKO 사장(31) 고교 중퇴(검정고시와 학사고시로 대졸학력 취득). 김영삼 아이러브스쿨 사장(32) 홍익대 산업공학과 졸업,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석사. 이철호 아이소프트 사장(39)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KAIST 전산학 석사과정 수료. 강창록 한국멘토 사장(49) 한양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이상은 맨주먹으로 시작해 벤처기업가로 자수성가한 20~40대 CEO 11명의 최종학력이다. 사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 잘나가는 벤처기업가들의 학력치고는 초라하다. 테헤란밸리에 가면 명문대, 해외유학파, MBA 출신이 즐비하다는 소문과도 다르다.

    여기서 이들의 학력을 놓고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재철 사장처럼 서울대 총학생회장-전대협 부의장 등 운동권에서 활약하다 97년 휴대전화용 리튬폴리머 전지사업에 뛰어들어 시가총액 1000억원대가 넘는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용관 사장(한국P2P협의회 초대 회장)과 임명수 사장처럼 각각 공고와 상고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당했거나 대기업에 다니면서 대학졸업장 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겪은 사람도 있다. 한국프로게임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임영주 사장은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 PKO 창업 1년 만에 자본금 16억4500만원의 중견기업 주인이 됐다. 또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음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공부보다 비즈니스 체질인 경우도 있다. 넷포츠 박인철 사장이 전형적인 케이스. 가난도 가난이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장사에 눈을 떠 ‘물류’를 이론이 아닌 몸으로 배운 비즈니스맨이다.

    벤처기업가 11명의 도전기를 담은 ‘다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영진비즈닷컴)는 이들의 성공비결을 남다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요약했다. 학력은 성공요인에 끼지도 못한다. 대신 이들에게는 한두 번의 사업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남다른 낙천성과 근성이 있었다.

    ”공부 대신 독립을 가르쳐라”
    그러나 자수성가한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중요한 고비마다 훌륭한 조언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인생 선배에게서 배운 셈이다.



    세계적인 인사전문 컨설팅 회사 타워스 페린의 박광서 사장(48)은 컨설턴트가 되기 전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30대 중반 뒤늦은 유학을 떠났고 호주에서 실무를 익힌 뒤 96년 타워스페린 한국 사장으로 귀국했다. 박사장 자신도 성공한 경영인이지만 그는 훌륭한 인생경영 컨설턴트이기도 했다.

    “당시 제가 몸담았던 대학은 후기로, 명문대 치렀다가 떨어지고 재수했다가 또 떨어져 자포자기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가운데 가난한 농사꾼의 6남매 중 장남으로 졸업 후 진로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후기대학 출신이어서 대기업은 어렵고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당시 월급이 25만~30만원 선. 그러나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3배는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제자에게 2년을 더 투자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쪽이 긴 인생 투자에서 이익이라는 점을 경영학적으로 설명했다. 중요한 것 한 가지만 얻으면 나머지(결혼, 재산, 명예)는 다 따라온다는 세상 이치도 귀띔했다. 그 제자는 현재 유명 회계법인 대표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누리고 있다. 박사장은 “만약 그 친구가 중소기업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퇴출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는다.

    박사장은 교수시절, 공부를 못해 삼류대학에 들어왔다며 풀죽어 있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설계를 하는 것은 20세부터”라며 ABC부터 시작해도 영어박사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두 아이에게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려면 체력, 재력, 지력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유산은 절대 없다는 점도 거듭 다짐한다. “내가 사회로부터 번 것이니 사회에 돌려주고 간다”는 뜻이다.

    유산 안 남기기 운동을 하고 있는 KSS해운의 박종규 회장은 세무사찰과 관련해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87년 갑자기 국세청이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세무사찰을 시작했는데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던 둘째 아들이 보낸 편지가 사찰을 중지시켰던 것이다. 아들의 편지에는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달에 600달러 이상을 벌기 힘드니 매달 150달러만 보내달라”는 간청이 적혀 있었다. 그때까지 박회장은 “미국에 보내주기만 하면 한 푼도 달라고 하지 않겠다”던 아들의 약속을 그대로 따랐다. 그 후 몇 달 간 200달러씩 보내준 게 아들에게 준 돈의 전부였다. 이처럼 어렵게 공부한 둘째아들은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내 자식도 아버지와 똑같이 기르겠다”고 다짐한다.

    재산상속과 경영권상속이 가장 어리석은 유산이라고 말하는 박회장은 “자식이 성장하면 한솥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솥밥을 먹다보면 재산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다툼이나 삼성의 변칙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프로기업인이라면 가족보다 기업이 우선돼야 한다. 자식들이 기업을 키우는 데 무슨 공헌을 했느냐”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어느 성공지침서에는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재산을 상속받아라’ ‘부자와 결혼하라’ ‘둘 다 가능성이 없다면 버는 것보다 덜 쓰고 차액만큼 투자하라’. 그러나 진짜 부자아빠는 돈을 물려주는 대신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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