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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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美 작가 11인의 ‘문화 접목’

  • 원형준 월간미술 기자

    입력2006-01-10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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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계 美 작가 11인의 ‘문화 접목’
    1988년에 도쿄를 들른 일이 있었다. 당시 일본 젊은이의 상당수는 머리를 노란색 빨간색 등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그걸 보면서 일본인은‘바나나’와 같다고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겉은 황인종이라도 내면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백인에 가깝다는 얘기다. 머리를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염색하는 행위는 서구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비쳤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도쿄’ 패션은 서울에서 넘실대고 있다.

    민족주의-‘국가’라는 개념이 형성된 근대기 이후, 정체성에 관한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그 답은 고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제트항공기가 전세계를 연결하는 오늘에도 그 답은 유효한가.

    그런‘정체성’과‘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문제를 모색코자 하는 전시가 서울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코리아메리카코리아’로 명명된 이 전시는 주한 미 대사의 부인 크리스틴씨가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의 협찬을 받아 데이빗 로스씨(SFMoMA 관장)와 아트선재센터의 부관장 김선정씨가 기획한 것. 전시 제목인 ‘코리아메리카코리아’는 흔히 그 사이에 들어가는 하이픈을 빼서 한-미간의 단절된 느낌을 없애고 개인의 정체성이 DNA의 조합처럼 계속되는 완벽한 결과물임을 뜻한다. 참여 작가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미국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생활한 한국계 미국작가 11인이다.

    민연희에게 있어 공간은 하나의 끈과 같은 것이다. 태어나 자란 뒤 사랑을 하고 죽어가는 삶의 장소는 많은 인연의 끈들이다. 여러 색깔의 천을 미술관 창문에 설치한 그의 작업은 버려진 공간을 작품화한다.

    이아라 리의 영화 ‘아키테츄라’는 현대의 인공적 삶에 대한 감각적 보고다. 테크노 음악 속에 모습을 드러낸 현대건축물엔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라는 괴테의 경구가 숨어 있다.



    작품 ‘청록교’에서 서도호는 외부와 내부를 나누는‘경계’에 관심을 드러냈다. 작품에는 청색과 녹색의 작은 인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데, 이들과 다리 자체는 안과 밖, 너와 나를 연결한다. 정체성의 부재를 표현한 것일까. 그 자신은 다리의 청색과 녹색이 만나는 접점에 머물고 싶단다.

    캐럴 킴은 서양인과 다른 자신의 머리색을 주제로 삼는다. 작가가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리는 과정이 화장실에 설치된 비디오 모니터에 비친다. 그의 머리 자체가 정체성의 표현이다.

    추상 모노크롬 작가 바이런 킴은 우연히 발견한 윤동주의 ‘서시’와 그의 삶에 대한 감동을, 전통적인 한지병풍 위에 먹색과 하늘색을 통해 각각 밤과 낮으로 표현했으며, 작품 곳곳에 보이는 미완성된 부분은 요절한 시인의 짧은 생을 반영한다. 윤동주가 하늘 바람 별 등의 초월적인 언어로 정치적 현실을 언급했다면, 바이런 킴은 시각언어로 피부색,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려낸다.

    이밖에도 강익중, 마이클 주, 차학경, 김수진, 권소원, 신경미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전시장의 벽면을 흰색으로 통일한 것이나 서도호의 작품이 설치된 2층의 허전함이 다소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국내 관객들에겐 한국계 미국 작가의 기량과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문화적 간격을 좁혀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8월6일까지. 문의 아트선재센터(02-733-8945).

    임충섭 ‘빛의 건축展’

    작품에 담은 ‘문명과 자연의 부조화’


    서울 로댕갤러리에서는 5월19일부터 6월18일까지 ‘임충섭:빛의 건축展’을 선보이고 있다. ‘빛몰이’ ‘물매’ 등 설치작품 2점과 드로잉 20여 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바탕으로 문명과 자연 사이의 부조화를 형상화하고 그 치유 방향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빛몰이’는 국내에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 하얀 방, 기울어진 기둥, 바닥의 하얗게 칠한 막대자석 4개, 기둥과 자석을 잇는 실과 바늘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문명과 자연 사이의 부조화를 화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빛’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반영한다. ‘물매’는 그동안 발표된 ‘물매’ 연작을 종합한 것으로 실 베틀 흙을 소재로 해 친근감을 자아낸다. 73년 도미해서 뉴욕에서 활동해온 중진작가 임충섭의 미니멀리즘한 작품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 문의 로댕갤러리(02-2259-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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