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2000.06.15

‘흥행훔치기’에 나선 스파이

  • 입력2006-01-1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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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절벽에 위험스럽게 매달린 톰 크루즈의 모습과 ‘빰빰빠밤~’하는 귀에 익은 영화음악. 올 초부터 극장에서 선보인 ‘미션 임파서블2’의 예고편을 보면서 가슴 설렌 영화팬들은 빨리 여름이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연중 최고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겨냥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숱한 영화들 중 가장 확실한 ‘대박’으로 꼽히는 ‘미션 임파서블2’(6월17일 개봉)는 전편의 폭발적인 성공 외에도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때문에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변두리 재개봉관에서 동시상영하는 ‘영웅본색’ 시리즈를 몇 번씩 반복해 보면서 젊은 날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오우삼’이라는 이름은 감독의 이름이 아닌 ‘영화 그 자체’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가 홍콩을 떠나 할리우드로 건너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시스템과 값비싼 눈요깃감 블록버스터를 요구하는 제작자들 틈에서 오우삼이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견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입성 이후, 실망스런 ‘하드 타겟’과 그저 그랬던 ‘브로큰 애로우’를 거쳐 ‘페이스 오프’에 와서야 오우삼은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영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영화적 진리를 몸소 실천한 그는 홍콩영화의 감수성을 미국에 이식시키며 멋지게 할리우드를 정복했다. 그런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의 제작자이자 배우인 톰 크루즈가 손을 내밀었다.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제작에 나서 ‘스카페이스’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을 스카우트해 만든 ‘미션 임파서블’(96년)은 70년대 TV시리즈로 인기를 모았던 ‘제5전선’을 리메이크한 작품. ‘007 시리즈’와 같은 스파이 영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함께 첨단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의 액션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냈다.

    톰 크루즈라는 호감도 만점의 스타가 그대로 주연을 맡고, 장르적으론 여전히 스파이 영화의 형식을 빌린 액션 스릴러물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 곳곳에 뉴테크놀로지가 총동원되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로 오락영화의 기본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점 등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있지만 ‘미션 임파서블2’는 확실히 전편과는 다른 영화다. 그건 전적으로 감독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2’는 영락없는 오우삼표 영화다.



    이 영화의 시사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몇 번의 폭소와 실소를 터뜨렸다. 물론 감독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장면에서였다. 그것은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그의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장면―성냥개비를 입에 문 주윤발이 멋지게 연기했던―들을 톰 크루즈가 연기하고 있는 데 대한 어색함과, 총격장면에서 하얀 비둘기떼(‘첩혈쌍웅’을 연상케 하는) 등이 난데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까. 오우삼 특유의 발레 같은 액션 장면과 자주 등장하는 슬로 모션, 장엄한 오페라를 보는 듯한 총격전이 이젠 더 이상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 오락영화로는 상당히 정교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반전의 반전으로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켰던 데 반해 ‘미션 임파서블2’는 튼실한 드라마로서는 아쉬움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개봉된 뒤 단 1주일만에 1억 달러를 넘어서는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올렸다. 이 영화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의 모기업인 미디어그룹 비아컴 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는 후문. 미국 관객들에 비해 오우삼식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관객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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