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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감염성 질환

잊을 만하면 불쑥 ‘후진국 대표 질병’

올들어 이질·말라리아·홍역 기승…물·음식물 등 감염경로 다양 ‘예방접종 필수’

잊을 만하면 불쑥 ‘후진국 대표 질병’

잊을 만하면 불쑥 ‘후진국 대표 질병’
계절성 전염병은 예방접종이 필수다. 그러나 세균성이질처럼 효과적인 예방접종이 개발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경우 철저한 환경위생이 요구된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인성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환자가 390명, 기생충성 전염병인 말라리아 환자 90여 명, 홍역은 640여 명이 발생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한다(5월22일 기준).

이질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학교 급식이 중단됐고 일부 초등학교는 단축수업을 실시했다. 부산에서는 대구 지역 기도원수련회에 다녀온 교회신도들을 중심으로 이질이 번지자 기도원 지하수에 대한 역학조사를 펼쳤으나 아직까지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에서는 고등학교 학생 41명이 풍진에 감염되자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후진국병으로 불리며 자취를 감췄던 각종 전염병이 전국을 강타하자 새삼 전염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이 늘어나면서 집단발병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절실하다. 보건당국도 계절성 전염병에 대한 기초지식과 예방책을 보급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계절별 전염병으로는 3~5월까지 홍역, 풍진, 수족구병과 유행성 이하선염이 있고, 5~10월까지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콜레라와 일본뇌염 등이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콜레라, 장티푸스, 식중독 등 음식물매개질환과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위생해충매개질환의 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홍역은 홍역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전염병으로 구강점막에 코플리크씨 반점이 나타나면 진단이 가능하고, 홍반성 구진(발진)이 특징이다. 홍역환자로부터 직접 전염되거나 환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건을 만졌을 때 간접적으로 감염된다. 감염성이 강해서 접촉한 사람의 90% 이상이 발병한다. 특이요법은 없고 MMR백신(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백신)을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홍역의 유행은 건조한 계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백신접종사업 이후에는 발생이 크게 줄었다.

풍진은 루벨라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환으로 림프절 종대와 홍반성 발진이 주요 증세며, 급성질환은 아니지만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아기에게 전염돼 선천성풍진으로 인한 기형이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풍진환자는 경증이거나 증세가 거의 없고, 임상증세가 나타나는 시기는 이미 오랫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한 다음이므로 환자의 격리만으로는 예방효과를 보기 어렵다. 감염성이 있는 환자는 임신부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생후 12개월이 지난 아이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고 임신 가능 연령층의 여성들은 임신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접종해야 한다. 예방접종 후 3개월 이내에 임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티푸스는 환자와 보균자의 대소변이나 장티푸스균에 오염된 물 또는 음식물을 먹은 6∼14일 후에 지속적인 발열, 권태감, 식욕부진, 느린 맥박, 설사 혹은 변비와 허리부분에 장미모양 발진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급성 열성 전신질환 전염병이다. 약 1%에서 장출혈이나 장천공이 일어날 수 있다. 치명률은 1% 미만이고 재발률은 5∼10% 정도다.

주로 환자나 보균자의 대소변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에 의해 전파된다. 장티푸스균은 사람만을 병원소로 하므로 사람 사이의 전파경로만 차단하면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장티푸스 발생률은 10만명 당 5∼10명 정도로 추정된다. 30대가 가장 많고 월별로는 5, 6월에 많이 발생한다.

장티푸스는 세계적인 전염병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후진국병’이라고 한다. 예방접종 백신으로 비경구용 아단위백신과 경구용 약독화생백신이 있다. 전국민이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는 없고,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나 장티푸스에 걸려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높은 사람(식품위생업소 종사자, 집단급식소 종사자, 급수시설 관리자, 어부, 어패류 취급자 등)만 예방접종하면 된다. 배양검사가 세 번 음성일 때까지 환자의 대소변을 감시해야 감염의 전파와 보균자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예방접종으로 질병을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근절하지는 못하므로 개인위생 강화와 보균자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

콜레라는 급성세균성 장내감염증으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다. 위생시설 및 환경위생이 나쁜 곳(특히 오염된 상수도원)에서 발생되며 오염된 식수, 음식물, 어패류를 먹은 뒤 감염된다.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해 주고 테트라사이클린 등을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고, 물이나 음식물을 끓여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쥐통 쥐병 호열자 진질 등으로 불렸으며 최근 들어서는 1980, 1991, 1995년에 유행했다. 1917년 이래로 7차례의 세계적인 유행이 있었는데, 60년대 초반과 1970년대에 걸쳐 아프리카 서유럽 필리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발생했다.

제일 효과적인 예방법은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를 먹지 않는 것이다.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음식물을 준비하거나 취급할 때 끓이거나 익혀서 먹어야 한다.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며 특히 음식물을 취급하기 전과 배변 후 손을 씻는다. 백신에 의한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면역효과가 불충분하고 효과가 낮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고 있다.

세균성이질은 세균에 의한 급성 염증성 결장염으로 감염력이 강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로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고열과 구역질, 경련성 복통, 배변 후 불편감을 동반한 설사가 특징이다. 어린이들은 전신경련이 올 수 있다. 혈액 점액 고름이 섞인 대변으로 발병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진단은 대변이나 직장면봉법으로 세균성 이질균을 분리하여 진단할 수 있다.

일단 이질환자는 격리치료를 해야 하며, 수액요법과 항생제 치료가 가능하다. 예방접종 백신은 개발이 시도됐으나 아직 유용한 백신이 없는 상태다. 이질은 이미 수차례 유행했는데 1950년에 항생제 도입과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환경위생 개선으로 뚜렷한 감소경향을 보였다. 특히 독력이 약한 균주로 대치되면서 사망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치명률은 20∼34세에서 가장 낮고, 이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높다.

환자는 설사가 멈출 때까지 격리해야 한다. 소량의 균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장관배설물의 위생적 관리를 요하며, 감염된 환자의 경우 식품취급, 탁아, 환자간호를 금해야 한다. 대변과 오염된 물건에 대한 철저한 소독도 요구된다.

세균성이질이 유행할 경우 예방적 항생제 치료는 별 효과가 없으며, 배변 후 손씻기의 중요성을 충분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 백신은 개발이 시도되었으나 아직 유용한 백신은 없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돼 신경으로 침범하는 급성 전염병이다. 일본뇌염 모기가 산란기에 감염된 돼지를 흡혈한 뒤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염된다. 15세 이하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전 연령층에서 걸릴 수 있다.

일본뇌염 유행시기는 7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이며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1개월 사이에 전체의 약 80%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뇌염 환자는 특별히 격리 수용할 필요는 없다.

일본뇌염의 예방대책으로는 매개 모기의 구제, 증폭 숙주인 돼지 대책, 사람의 예방접종 등을 들 수 있다. 3∼15세의 아동은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하며, 3세에 2회, 4세에 1회 접종하는 것이 기초 접종이고 그 이후 15세가 될 때까지 2년 간격으로 추가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접종으로 발생률을 줄일 수 있으나 근절하지는 못하므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모기의 번식과 서식을 방지하는 환경위생이 중요하다. 가축 사육장 등 취약지역에 대한 살충소독 강화 및 물웅덩이 등 모기 서식처를 제거해야 한다.

이상의 몇 가지 여름철 질환들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주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방접종을 무시하거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아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주간동아 2000.06.15 238호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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