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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협회의 이색 민원

청와대에도 ‘허준’을 두옵소서

대통령과 가족 위한 한방주치의제 등 건의…“건강 관리에 양방보다 유리”

청와대에도 ‘허준’을 두옵소서

청와대에도 ‘허준’을 두옵소서
대한한의사협회는 5월30일 ‘한방주치의단’구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했다. 조선시대 궁중 내의원의 어의처럼 앞으로 한의사가 대통령에게 침도 놓고 약도 달여주겠다는 것으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청와대에 현대판 ‘허준’이 등장하는 셈이다.

대한한의사협회의 요청은 대략 두 가지. 청와대 내 의무실에서 한방치료를 하는 것과 대통령과 그 가족을 위한 한방주치의를 두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한방주치의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방은 건강을 유지, 관리하는데 있어서 양방보다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대통령에게 수술 등이 필요한 심각한 신체적 이상이 발생했을 땐 양방이 맡되 평소의 건강관리에는 한방적 요소를 적극 도입하자는 것. 특히 신경-근육통, 혈행장애, 각종 노인성 질환, 무력증엔 한방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최환영 한의사협회장은 “한방주치의는 아마 한의학(韓醫學)에 따른 계절별 체질관리, 기공체조, 호흡법, 식이요법을 대통령에게 주문할 것이다. 이는 대통령이 국정을 활기차게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수립 후 대통령의 공식적인 한방주치의는 없었지만 역대 대통령 중 상당수는 개인적으로 한약을 자주 복용했다고 한다. 이승만대통령의 경우 산삼을 애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사협회가 이번에 한방주치의 자리를 ‘정식’으로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는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한의학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병될 때까지 한국의 국가 최고 지도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민족문화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한의학을 배척하면서 처지가 급락, 오늘날까지 푸대접받고 있다는 것이 한의학계의 주장. 한의사가 대통령의 주치의로 활동하게 되면 한의학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한한의사협회의 생각이다.

이 단체는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장쩌민 주석은 최근 간질병치료로 유명한 중의학(中醫學)의사에게 ‘10대 중국걸출청년’이라는 영웅칭호를 줬다. 그러자 그 의사에게 무려 3만명의 외국인 환자들이 몰려왔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각 부처에서 중의학의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중의학은 8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 세계 동양의학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됐다는 것이 한의사협회의 설명. 미국에선 이미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의학대학이 30개나 된다. 중국인 다음으론 이스라엘인들이 유럽으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는 동양의학산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최회장은 “한 중국인으로부터 ‘한의학의 세계화는 고사하고 국내화부터 먼저 하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모욕적으로 들렸지만 틀리지도 않는 얘기다. 한의학은 지금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에는 정부가 한의학계의 바람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협회 한 관계자는 “한-약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정부가 한의학을 육성한다고 하면 마치 특정 이익단체에 특혜성 지원을 하는 것처럼 비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한의학은 적극적으로 계승해야 할 우리 민족의 대표적 의술이며 문화”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한방 주치의가 실제로 탄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새천년민주당은 그같은 제의를 받고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에선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



주간동아 2000.06.15 238호 (p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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