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2000.06.15

차기 대통령 “3金 손 안에 있소이다”

여권 ‘대통령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 빅카드로 유혹…가을 되면 서서히 윤곽

  • 입력2005-12-26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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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통령 “3金 손 안에 있소이다”
    만약 ‘DJP+YS 체제’가 뜬다면….’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DJP 공조’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가담하는 ‘신 삼각 동맹’이 결성된다면….

    여권의 향후 대권 구도에 중대한 변화 조짐이 비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여권의 대통령 후보는 그가 누구이든지 간에 김대통령과 JP, YS로부터 동시에 OK사인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이들 세 사람이 특정인을 동시에 대통령 후보로 미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여권 핵심부에서 추진중인 대권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의 주역 3인이 각자의 영향력을 합쳐 다음 대통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수도권과 호남권, JP의 충청권, YS의 부산-경남권이 연대한다면 지금의 영-호남 대립 구도가 일거에 무력화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향후 대권 구도의 비밀이 숨어 있는 셈이다.

    물론 ‘DJPYS 공조’의 삼각 편대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직 아니다. 일단 ‘DJP 재공조’만 하더라도 ‘숙성 단계’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10명의 의원으로 낮추는 문제나, 민주당과 자민련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하는 일 등이 먼저 해결돼야만 DJP 공조는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DJP 회동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론이 힘을 얻어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합당이 ‘신 삼각 공조’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민련은 합당을 하지 않은채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바로 이 점에서 97년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대한 선례를 남겼다.

    김대통령과 YS의 관계는 지난 5월9일 만찬회동 이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YS는 4월말부터 5월초까지의 미국 방문당시 현지 공관들로부터 ‘국가 정상에 준하는 예우’를 받았고, 5월24일에는 일본에서 지병치료 중인 YS 부친 김홍조옹에게 최상룡 주일대사가 병문안을 갔다. 이어 부친 병문안을 위해 방일한 YS를 반기문 외교부차관이 환송했다. 이 때문인지 입만 열면 DJ를 향해 “독재자” “거짓말쟁이” 등의 험담을 퍼붓던 YS도 요즘은 매우 조용해졌다.

    그러나 과연 이것뿐일까. 민주당의 한 인사는 “5월9일 청와대 만찬에서 김대통령과 YS가 나눈 얘기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며 “향후 대권 구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청와대 만찬에 대해서는 상자기사 참조).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화해차원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과 YS의 관계 복원은 YS와 JP의 관계에도 훈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95년 초 “김종필을 내쫓는 것이 세계화는 아니다”라며 민자당을 탈당해 ‘딴 살림’을 차렸던 JP지만, YS와 적대 관계라 할 만큼 노골적으로 사이가 악화된 적은 없었다. 이는 YS도 마찬가지. 비록 96년 총선 승리 전략의 일환으로 JP를 내치기는 했지만 그를 비난한 적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1995년의 JP의 ‘섭섭함’을 YS가 위무하기만 한다면 커다란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것은 김대통령, JP, YS 3인의 생각이 합치되는 대통령 후보가 있겠느냐는 점. 서로 다른 후보를 고집할 경우 조정이 가능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YS는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DJP와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러나 여권은 이 대목에서도 또 하나의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다. 정-부통령제 도입이 바로 그것. 물론 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과 패키지사안이다. 현재로선 한나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민주당은 정-부통령제 도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임제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한나라당내에서도 정-부통령제 도입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김덕룡 이부영의원 등은 이총재의 중임제 개헌론이 나오자 즉각 “정-부통령제 도입 문제도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개헌론을 부추겼다. 어차피 이회창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거의 굳어진 상황이라면 부통령으로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이 다음 기회에 근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포스트 이회창’을 노리는 김덕룡 이부영 홍사덕 최병렬 박근혜의원 등이 이에 관심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정-부통령제 도입이 DJP와 YS 사이에 만약 있을지도 모를 ‘이견’을 절충할 수 있는 절묘한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 후보에 김대통령의 뜻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더라도, 부통령 후보는 YS나 JP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추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지역적으로 적절히 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방안일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의 정몽준의원 영입 움직임이나 노무현 전의원 입각설 등을 바로 이런 차원에서 보면 여권의 대권 구도에 어떤 가닥이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 핵심에서는 아예 한나라당 박근혜부총재를 영입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에 한나라당 박근혜부총재를 공식 수행원으로 동참시키는 문제를 검토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박부총재가 실제로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정치는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김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후계 구도에 대한 공식 논의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의 하한 정국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 즈음이 되면 대권 구도의 실마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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