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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호주 속 보르도’ 쿠나와라

원조 뺨치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풍취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호주 속 보르도’ 쿠나와라

‘호주 속 보르도’ 쿠나와라

호주 쿠나와라의 테라로사 토양 단면(위)과 카트눅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사진 제공 · 길진 인터내셔널

호주는 진한 과일향과 묵직한 보디감이 매력적인 시라즈(Shiraz)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이름을 날리는 마을이 있다. ‘호주 속 보르도’라 부르는 쿠나와라(Coonawarra)가 그곳이다. 무엇이 쿠나와라를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들었을까.
무엇보다 독특한 토양에 그 이유가 있다. 쿠나와라 지역의 흙은 외관상 초콜릿처럼 검붉어 보이지만 속을 파보면 마시멜로처럼 하얗다. 겉흙은 테라로사(Terra Rossa)라 부르는 점토로, 배수가 뛰어나 포도 성장에 이상적인 흙이다. 흙을 50cm 정도 파고 들어가면 그 아래 하얀 석회암층이 자리한다. 포도나무는 부드러운 석회층을 뚫고 심층부에 뿌리를 내린다. 이런 테루아르(terroir·토양 및 환경)에서 나온 포도는 깊은 맛을 낼 수밖에 없다. 쿠나와라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독특한 민트향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도 한몫한다. 쿠나와라는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약 430km 떨어진 곳으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산지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연평균기온 19도의 서늘하고 건조한 해양성기후는 포도가 골고루 익는 데 도움을 주고, 한여름 큰 일교차는 포도 속 당도와 산도 사이에 균형을 잡아준다. 그래서 쿠나와라 와인은 정교하면서도 섬세하다.
이렇게 와인 생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지만 쿠나와라는 원래 목축업을 하던 지역이었다. 맨 처음 이곳을 와인 산지로 개발한 사람은 존 리독(John Riddoch)이다. 와인 도매상이던 그는 1891년 금광을 개발할 생각으로 쿠나와라에 왔지만 이곳 토양을 보고 와인 생산으로 방향을 바꿨다.

‘호주 속 보르도’ 쿠나와라

오디세이 카트눅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길진 인터내셔널

이후 많은 사람이 이곳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생산했지만 경제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쿠나와라 와인산업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쿠나와라가 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새로운 기술력으로 무장한 와이너리들이 들어서면서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와인을 시장에 내놓은 것. 그런 와이너리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이 카트눅(Katnook)이다. 카트눅은 80년 카트눅 에스테이트(Katnook Estate)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각종 와인 대회에서 메달을 49개나 획득하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카트눅 에스테이트는 잘 익은 블랙커런트, 다크초콜릿, 민트향이 섞인 아로마로 쿠나와라에서 생산되는 전체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중에서도 클래식으로 꼽힌다.
오디세이(Odyssey) 카베르네 소비뇽은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명품으로 농축된 과일향과 함께 힘과 우아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두 와인 모두 셀러에서 오랜 기간 병숙성이 가능하며 가격은 에스테이트가 10만 원, 오디세이가 20만 원 정도다. 파운더스 블록(Founder’s Block) 카베르네 소비뇽은 붉은 과일향이 산뜻한 세련된 스타일이며 5만 원대로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집 안 가구들을 배치하다 보면 밋밋한 분위기를 발랄하게 만들고자 포인트 가구라는 것을 둘 때가 있다. 호주 와인 산지 가운데 쿠나와라가 바로 그런 존재다. 묵직하고 진한 호주의 전형적인 와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곳이다. 남반구의 프랑스 보르도 쿠나와라, 독특한 호주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쿠나와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추천한다.






주간동아 2016.03.09 1028호 (p76~76)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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