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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시한폭탄 한국 제조업

위안화만 바라보는 한국

‘완만한’ 절하가 관건…중국 정부의 환율 통제 능력엔 회의적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위안화만 바라보는 한국

위안화만 바라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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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한국 경제는 이미 상당 부분 중국 경제에 종속돼 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상황. 중국 당국 또한 자국 제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자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가치를 절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으로선 중국 제조업의 부흥은 절실하지만 위안화 절하는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또 다른 악재가 된다. 또한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 같은 불안정성이 나타나면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수도 있어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과거 위안화의 움직임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친 사례들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움직임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예측할 수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의 1994년 위안화 절하, 1998~99년 절하 자제, 2009~2010년 절상 사례를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했을 때 아시아는 소란스러웠고, 위안화 가치를 유지(또는 절상)할 때 다른 국가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1994년 중국은 수출을 증진해 적자를 맞은 무역수지를 반전시키고자 달러 대비 위안화(USD/CNY) 환율을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인상해 50%에 달하는 위안화 절하를 단행했다. 이는 중국과 경쟁하는 동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 악화로 귀결됐다.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상쇄하고자 해외로부터 과도한 외화를 차입했는데, 이것이 외환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 김 팀장의 분석.



인위적 평가절상으로 위안화 국제통화 만들기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99년 중국은 주변국 지원을 명분으로 위안화 절하를 자제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조치가 동아시아 경기 회복에 일조했다고 김 팀장은 평가한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했더라면 수출 증대를 통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큰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서 내수 부양을 실시해 세계 경제회복에 기여했다. 당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수출 증가율을 상회했고, 그 덕에 한국도 대중국 수출 증가를 통해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
중국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음에도 위안화 가치는 2013년까지 계속 절상됐다. 매력적인 중국 시장에 자본이 계속 유입된 덕분이지만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유지된 측면도 크다.
그러나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또 다른 부담을 낳았다. 자국 화폐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것. 화폐가치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가격이 높아지는 효과를 낳는다. 게다가 일본이 2012년 말부터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 평가절하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추구하면서 중국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이 타격을 입자 곧바로 고용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중 고용지표는 2014년 중반부터 줄곧 기준선인 5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중국의 철강, 석탄 부문 기업에서 대량 해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결국 중국 정부가 제조업을 살리려면 위안화 평가절하를 피할 수 없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제조업 고용을 증진할 것이다. 실제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1월 들어 6.5위안을 넘겼는데 이는 2011년 4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그래프 참조). 중국의 제조업 회복 자체는 중국에 많은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제조업계에도 희소식이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만큼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원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1% 하락할 때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0.8% 감소하고 한국의 전체 수출은 0.5% 감소한다.


위안화만 바라보는 한국

중국의 환율 통제용 외환보유액 1~2년 내 소진

어쨌든 위안화 평가절하는 앞으로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금융계 전반의 중론. 관건은 속도다. 중국 정부로선 최대한 완만한 평가절하가 필요하다. 갑작스레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외화 채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과연 위안화 가치가 완만하게 절하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국제금융업계는 불안 요소를 꽤 높게 평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 환율 통제 능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위안화 약세를 점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사용해야 하나 중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 2014년 6월 당시 4조 달러(약 4800조 원)에 달했던 중국 외환보유액은 2015년 11월 3조4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금액만 보면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중국은 적어도 2조5000억 달러 정도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환율 통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용액은 대략 1조5000억 달러(약 1812조7500억 원) 수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금액이 1~2년 내 소진될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네랄 또한 중국 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정부가 위안화를    1년 이상 방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위안화가 급격하게 평가절하될 경우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위안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될 경우 중국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금융 시스템이 먼저 타격을 입고,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현 6.5위안에서 7.5위안까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35%로 예상했는데, 만일 7.5위안까지 떨어질 경우 중국에 직접 투자하는 모든 자산을 매도하라고까지 조언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 경우 한국 증시가 1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와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중국 정부가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위안화 평가절하 자체는 이미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한국 제조업의 추가적인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기민한 환율 및 금리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2.17 1025호 (p36~37)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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