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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특별기획 | 여론조사

약방의 감초 여론조사, 대란 온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각 당 경선 일정 한꺼번에 몰리면 차질 불가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약방의 감초 여론조사, 대란 온다

약방의 감초 여론조사, 대란 온다

20대 총선은 4월 13일 치른다. 동아일보

하루에 1000명을 표본으로 한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조사원이 몇 명이나 필요할까. 1명이 1000명을 조사할 수도 있고, 1000명이 1명씩 조사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업체는 15~20명의 조사원을 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조사원 1명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평균 응답 건수는 50여 건 정도. 조사원 1명이 받는 응답 건수가 적게는 30건에서 많게는 80여 건에 육박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여론조사의 질을 높이고자 조사원 1명이 평균(50건) 이상의 응답을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유선전화 응답률 평균이 20% 정도 된다는 점에서 하루에 50건의 응답을 받으려면 최소 250통 이상 전화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순연된 공천

문제는 여러 시·군에 걸쳐 있는 국회의원 선거구 여론조사의 경우 하루에 조사를 마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H리서치의 K이사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성별, 연령별 표본 추출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조사원 20명으로도 하루 만에 1000명의 표본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군이 한데 묶여 있는 지방의 경우 현실적으로 하루에 조사를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소한 이틀, 넉넉잡아 사흘에 걸쳐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W리서치의 P대표는 “19대 총선 때 3개 군이 하나로 묶인 국회의원 선거구 여론조사를 하는데, 20대 여성 1명의 샘플이 부족해 2700여 호에 전화를 걸어 응답을 받아낸 일도 있다”고 말했다. 1명의 표본으로부터 응답을 얻어내고자 20명의 조사원이 평균 135통의 전화를 걸어야 했던 셈이다.
새누리당은 1월 14일 상향식 공천 확대를 뼈대로 한 20대 총선 공천룰을 최종 확정했다. 경선과 관련해서는 국민참여선거인단의 당원 대 국민 비율을 30 대 70으로 조정하는 새 공천룰을 마련했다. 경선 방식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하되,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100% 국민여론조사로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경선 대상 후보자는 자격 심사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최대 5명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확정한 공천룰에 따르면 여론조사 방식은 약방의 감초처럼 다양하게 활용된다. 경선 대상 후보자를 압축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경선으로 공천 후보자를 확정할 때도 여론조사가 활용된다.
문제는 4월 총선이 90여 일 남은 1월 14일 현재, 20대 국회의원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라야 각 당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 총선 공천은 역대 총선 때보다 더 늦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약방의 감초 여론조사, 대란 온다

1월 14일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제7차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최근 최고위원회가 의결한 공천제도를 당헌·당규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공천룰 확정으로 우리 당은 선거구가 획정되면 언제든 공천심사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다만 1월 선거구가 획정되더라도 설 연휴 이후 2월 중순이 돼야 본격적인 공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2월 공천은 새누리당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 수 있다.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지만 분당 사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비교적 질서 있는 공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과 2월 2일 창당 예정인 국민의당의 경우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더라도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공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예상이 많다. 더민주당 한 의원은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에서는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을 통한 공천 시점은 늦추고, 그 대신 탈당으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당분간 새로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표본 1000명, 여론조사 최대 60건까지 가능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그에 따라 공천을 위한 각 당의 경선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론조사 대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꺼번에 여론조사가 몰렸을 때 과연 여론조사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
G리서치의 J부장은 “전화회선을 늘리고, 전화면접 조사원도 추가로 확보해 교육을 시키는 등 각 당 총선 경선에 대비하고 있다”며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조사 물량이 몰리지만 않는다면 감당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대 총선 때는 2~3주 내 여론조사가 몰려 일부 과부하가 걸린 경험이 있다”며 “올해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큰 만큼, 시차를 두고 여론조사 경선이 실시돼야 무리 없이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론조사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전화면접 조사원은 어림잡아 1200명 정도. 이들을 모두 조사에 투입하면 국내 여론조사업체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조사 물량은 1200명×50(조사원 인당 하루 평균 응답 건수)=6만 개 응답이 된다. 즉 1000명을 표본으로 하는 60건의 여론조사를 하루에 시행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경선 때는 복수의 여론조사업체에 조사를 의뢰한다는 점에서 하루에 동시다발적으로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최대 지역은 그 절반인 30건에 머물 공산이 크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 등 주요 3개 정당이 모두 여론조사로 경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조사 대상 지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개연성이 높다. 19대 총선 당시 지역구 수는 246개. 20대 총선에서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경선 대상자를 확정하기 위한 사전 여론조사까지 실시한다면 여론조사 경선 지역 수는 1000개 이상이 되리란 예상이 나온다.
W리서치의 P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때 각 당 공천이 늦어지면서 결국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지 못하고, 후보자 간 합의로 공천자를 결정한 일이 있다”며 “선거구 획정이 더 늦어지면 올해 총선 공천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10~11)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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