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2016.01.20

책 읽기 만보

우리가 알아야 할 제국의 민낯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1-18 13: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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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패커의 ‘미국, 파티는 끝났다’의 원제는 ‘The Unwinding:an inner history of the new America’다.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미국의 이면사’다. 한국 출판사는 여기에 ‘불평등으로 쇠락해가는’을 추가했다. 패커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고삐란 ‘미국인을 하나로 탄탄하게 묶어주던 끈’이다. 전문용어로 바꾸면 ‘사회계약’이다. 질서와 규율을 지키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나 국가가 나와 내 가정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썼다. “워싱턴 정당 집회의 재원 조달 방법이나 뉴욕 무역회사 영업 데스크의 금기사항이 완전히 변했고, 곳곳에서 예의와 도덕이 무너졌다. 과거의 제도를 쓸모 있게 만들어준 기준이 느슨해지고 지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 거의 반세기 동안 나라를 지탱하던 루스벨트 공화국은 고삐가 풀렸다. 빈 공안은 미국인이 생활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의 대가라고 할 조직의 자금으로 채워졌다.”
    패커는 197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사회의 이면을 13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건달이던 아버지와 청소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정치의 광기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 “생각을 품으면 그것을 믿을 수 있고, 결국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제시 잭슨 목사의 말을 신조로 삼고 시청자들에게 여왕처럼 군림하는 오프라 윈프리, 타고난 술꾼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구차했던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써서 유명해진 레이먼드 카버, ‘언제나 싼값’을 구호로 내건 수전노이자 월마트 창업자 샘 월턴, 유기농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거리낌 없이 코카인을 했고 학교에 텃밭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먹이는(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에게 영감을 준) 운동을 펼친 앨리스 워터스, 가난한 흑인소년에서 마약업자이자 랩 황제가 된 제이 지 같은 이들이다.
    또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흑인 최초로 미국 국무부 장관이 된 콜린 파월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도사회의 인물’이란 꼬리표를 붙여 소개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책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은 유명인사가 아니라 우리에겐 낯선 이름의 다음 세 사람이다. 미국 남부 출신으로 언제 어디든 카놀라 씨와 카놀라유, 바이오디젤유(재활용 연료)가 담긴 단지 3개를 들고 다니며 바이오에너지야말로 미국의 희망이라고 외친 딘 프라이스, 오하이오 주 제철도시 영스타운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자란 태미 토머스, 1987년 존 바이든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모금활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했지만 지금은 바닷가 마을에 살며 ‘부채 청산 : 왜 월가가 언제나 이기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있는 제프 코너턴. 언뜻 보기에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13명의 인물을 나열하면서 지난 40년간 미국의 변화상을 추적하는 패커식 논픽션에 찬사를 보낸다. 곧 한국판 ‘파티는 끝났다’가 나오지 않을까.




    전남일 지음/ 돌베개/ 368쪽/ 2만 원
    언제부터 남녀가 한방을 쓰게 됐고, 부엌이 여자의 공간에서 가족의 장소가 됐을까. 화장실은 언제부터 집 안으로 들어왔을까. 구들이 보일러로 바뀌는 순간 우리의 삶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옥, 양옥, 문간방, 다세대주택, 단칸방, 고시원, 저층 아파트, 초고층 주상복합,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 사는 곳이 바뀌면 사는 모습도 달라진다. 집의 변천사로 본 삶의 발자취.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216쪽/ 1만4000원

    아르바이트든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취업하면 일정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다. 이것을 연 단위로 합산한 것이 연봉이다. 연봉은 한국인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우리 사회는 서로의 임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임금불평등 수준 2위인 한국에서 연봉이 결정되는 구조를 살펴보고 연봉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이듦 수업
    고미숙 외 지음/ 서해문집/ 240쪽/ 1만3500원
    고전인문학자, 여성학 연구자, 심리학자, 물리학자, 노인정책 활동가, 사회복지사가 대중강연을 통해 들려준 노년 문화 담론을 책으로 엮었다. 고미숙의 ‘어른으로 늙어갈 용기’, 정희진의 ‘꼭 곱게 늙어야 할까’, 김태형의 ‘꼰대 말고 꽃대를 위한 심리학’, 장회익의 ‘노년이라는 기적의 블랭크’, 남경아의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유경의 ‘노년의 관계 맺기와 인생지도 그리기’ 등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엔진의 시대
    폴 인그래시아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544쪽/ 2만6500원
    자동차 보닛 아래에서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지난 100년간 인류 문명은 발전해왔다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가 포드 모델 T에서부터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인 도요타 프리우스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15대의 자동차를 통해 본 현대 문명의 역사. 자동차가 문화를 만들까, 문화가 자동차를 만들까. 그 논쟁 속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소띠 엄마의 워낭소리
    여영무 지음/ 문예출판사/ 344쪽/ 1만3000원
    1913년생 소띠인 어머니의 삶에는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5·16군사정변과 18년간의 박정희 통치 기간, 대통령직선제와 네 차례 수평적 정권교체까지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이 각인돼 있다. 원로 언론인인 저자는 80년 전 어느 겨울 어머니가 꽃가마 타고 가야산 기슭 백운동 신촌 심심산골로 시집오던 길을 다시 걸으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을 썼다.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알마/ 496쪽/ 2만2000원
    신경학자이자 ‘의학계의 시인’이라 불리던 저자는 지난해 초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나의 삶’이라는 글에서 “나는 인식이 있는 존재, 생각하는 동물로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혜와 모험이었다”며 말기 암 투병 사실을 밝히고 여름 무렵 세상을 떠났다.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삶과 연구, 저술활동을 정리한 자서전을 남겼다.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장이권 지음/ 뜨인돌/ 352쪽/ 1만6500원

    ‘나방의 의사소통’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0년 수원에서 처음 기재된 세계적 희귀종인 수원청개구리 등 국내 토종생물들의 서식환경 조사와 보전에 앞장서온 동물행동학자가 쓴 한반도 동물기. ‘까치설날’이 어저께가 된 이유를 번식 시기로 설명하고, 새와 곤충들의 짝짓기를 비교해 일부일처제가 인류 번영의 바탕이 된 근거를 제시하는 등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박형신·정수남 지음/ 한길사/ 432쪽/ 2만4000원

    감정의 거시사회학적 관점이란 감정이 우리의 사회적 삶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사회 변화를 촉진하거나 지체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두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안과 공포가 일상화된 한국 사회를 파헤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통해 ‘합리성의 사회학’을 넘어 ‘감정의 사회학’을 주장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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