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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눈물이 만든 걸작

이탈리아가 낳은 명품 ‘가야’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땀과 눈물이 만든 걸작

땀과 눈물이 만든 걸작

가야의 바르바레스코 와인. 사진 제공 · 신동와인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Piemonte) 주에 있는 작은 마을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이탈리아 최우수 와인 산지다. 지금은 바롤로를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르바레스코를 여왕이라 부르지만,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에 밀려 꽤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런 바르바레스코를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와이너리가 가야(Gaja)다. 가야는 185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5대째 와인을 생산하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바르바레스코 마을이 와인 생산보다 바롤로에 포도 납품을 주로 하던 1950년대, 가야는 이미 우아한 바르바레스코 와인으로 제법 명성을 얻고 있었다. 실력을 인정받으며 잘나갈 때 혁신을 꾀하기란 쉽지 않은 법. 하지만 4대손인 안젤로(Angelo) 가야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큰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하는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 프랑스산 작은 오크통을 도입했다.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난을 이겨내며 와인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안젤로는 토착 품종만 고집하는 관습에도 맞섰다. 바르바레스코 마을에 프랑스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들여온 것이다. 가족의 반대가 심하자 그는 아버지가 휴가를 간 사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고, 휴가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그 밭을 보고 “다르마지(Darmagi)”라고 탄식했다. 다르마지는 우리말로 ‘이럴 수가!’라는 뜻이다. 다르마지는 곧 와인 이름이 됐고, 이 와인 역시 가야의 명품으로 꼽힌다.
안젤로는 와인 등급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바르바레스코는 이탈리아 최고 등급인 DOCG 와인이다. DOCG 등급을 받으려면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만 만들어야 하지만 그는 1996년부터 와인에 바르베라(Barbera) 포도를 섞었다. 오로지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와인이 가야 와인 삼총사, 이른바 소리 산 로렌초(Sori San Lorenzo), 소리 틸딘(Sori Tildin), 코스타 루시(Costa Russi)다. 등급은 한 단계 아래인 DOC로 떨어졌어도 지금 이 와인들은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야 와인은 30년 이상 긴 수명을 자랑한다. 긴 병 숙성이 가능한 와인은 너무 어릴 때 마시면 맛이 거칠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야의 영 빈티지는 짧은 숙성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고 부드럽다. 반면 15년 이상 된 올드 빈티지는 여전히 진한 과일향과 탄탄한 타닌을 뽐내며 젊은 맛을 보여준다.
이런 우수함은 순전히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가야는 자사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포도를 구매하지 않는다. 농약이나 살충제 같은 화학물질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 그대로 땅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와이너리는 대부분 필수 인력 외에는 계약직을 많이 쓰지만 가야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직원 개개인이 가진 노하우와 열정이 좋은 와인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야 와인은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값을 하는 명품이다. 대를 이은 열정과 노력,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 변화와 혁신이 와인에 담겨 있다.
가야 와인을 음미할 때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지, 현실에 안주하며 안일하게 사는 것은 아닌지.


땀과 눈물이 만든 걸작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바르바레스코 마을과 다르마지 포도밭. 사진 제공 · 신동와인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73~73)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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