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T

넷플릭스의 한국상륙작전

7.99달러에 모든 영상 무제한 시청, 국내 제휴업체 아직 미선정

  •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

넷플릭스의 한국상륙작전

1월 6일 미국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쉽게 말해 동영상 다시 보기 서비스다. 실시간 TV나 중계 등의 콘텐츠는 없고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원하는 대로 내려받아서 보는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VoD)다. 멜론이나 벅스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그 알맹이만 음악 대신 비디오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넷플릭스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5년까지 60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을 포함해 130개국에서 거의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단숨에 시장을 190개국으로 넓혔다. 이 정도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깔린 나라는 대부분 끌어안았다고 보면 된다. 국내 진출 역시 확장되는 시장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넷플릭스를 보는 방법은 매우 많다. 별도의 전용기기는 없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애플리케이션(앱)이 넷플릭스를 보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개인용 컴퓨터(PC)의 웹브라우저에서도 재생할 수 있다. 근래 나온 스마트TV라면 앱 장터에서 넷플릭스를 재생하는 전용 앱을 내려받으면 되고, 애플TV나 넥서스 플레이어도 넷플릭스를 TV로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크롬캐스트도 된다. 근래 나온,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치고 넷플릭스를 볼 수 없는 기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넷플릭스가 콘텐츠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격과 ‘무제한’이 경쟁력

넷플릭스의 한국상륙작전

Twin Design / Shutterstock.com

넷플릭스가 해외, 특히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월 단위로 한 번 결제하면 모든 영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의 콘텐츠 소비 방법은 DVD를 구매하듯 애플 아이튠즈에서 영화, 드라마를 구매해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영화는 대체로 10~20달러 선, 드라마는 편당 3달러 정도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7.99달러면 등록된 모든 영상을 추가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다. 화질을 고화질(HD)로 올리면 9.99달러를 내면 된다. 아이튠즈에서 드라마 에피소드 3편 구매할 비용이면 넷플릭스에서는 드라마 전편을 다 볼 수 있다.
게다가 한 번 결제로 혼자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접속해서 쓸 수 있다. 아예 9.99달러짜리 서비스는 2명, 11.99달러짜리 서비스는 4명의 이용자를 등록해 쓸 수 있다. 미국 케이블TV방송은 채널별로 결제가 이뤄지고, 인기 있는 채널은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단돈 9.99달러로 모든 문제를 풀어냈다. 케이블TV방송의 천국으로 꼽히는 미국이 넷플릭스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기대와 걱정으로 갈린다. 미국처럼 기존 방송과 영상 콘텐츠 시장을 싹 갈아엎을지도 모른다는 업계의 우려와 “그게 그렇게 좋다며?”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섞여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단숨에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까지는 어렵다. 하지만 넷플릭스 자체가 콘텐츠 소비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스트리밍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소비법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정해진 시간에 TV로 시청하는 ‘본방시청’은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량은 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 기능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미 변화의 지표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는 2015년 연례보고서에서 2019년까지 LTE(롱텀에볼루션)나 3G(3세대) 등 무선인터넷 트래픽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어나고, 그중 80%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가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 역시 리포트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파나 비디오매체를 통하던 전통적인 영상 미디어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아마존, 훌루, HBO처럼 다양한 월정액형 구독 서비스가 있다.
의외로 국내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월 단위로 구독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본떠 ‘유플릭스 뮤비’를 월 7000원에 서비스하는 정도다. IPTV(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TV)나 앱을 통한 다시 보기 서비스는 가장 일반화된 콘텐츠 이용 방법이지만 이들은 월 단위 기본요금 외에 추가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완전 구독형 서비스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 IPTV의 주문형 비디오는 방송이 끝난 뒤 1시간 이내 다시 보기를 제공하고, 극장과 거의 동시에 영화를 개봉하는 등 넷플릭스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변하는 콘텐츠 소비, 경계하는 시장

오히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웹하드나 P2P(개인 간 파일 공유)를 통한 음성적 불법복제다. 불법복제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미 너무 많이 퍼져 있다. 웹하드업체들이 콘텐츠를 정식으로 제휴하고,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기술을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불법복제 콘텐츠 이용자들을 어떻게 양지로 끌어들이느냐가 넷플릭스 성패의 중요한 열쇠다.
결국 콘텐츠의 질과 양이 뒤따라줘야 한다. 또한 유료결제인 만큼 앱 사용이 쉬워야 하고 자막이나 화질도 좋아야 한다. 불법복제 콘텐츠 이용자라고 지갑을 열지 않는 건 아니다. 웹하드도 한 달에 1만 원 내외 요금을 내는 서비스다. 콘텐츠에 돈을 안 내겠다고 쓰는 서비스는 아닌 셈이다. 꼭 넷플릭스가 아니어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은 지상파와 케이블TV방송, IPTV 등 콘텐츠 및 유통권을 쥔 사업자들 간 잡음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다른 형태의 유통채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업계가 반길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 수급을 위해 파트너 제휴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넷플릭스는 이미 갖고 있는 콘텐츠와 일부 국내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당장 국내 콘텐츠 수급을 위한 파트너 제휴를 하지 못했다고 볼 자료가 없는 건 아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은 볼만한 콘텐츠의 양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에게 거는 기대는 콘텐츠의 양이 전부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경쟁 서비스들과 비교해 콘텐츠 수는 적지만 볼만한 영상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개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시스템과도 관련 있다. 넷플릭스가 이용자들과 계정을 공유하더라도 접속 후에는 이용자가 구분되도록 갈라놓은 것은 개개인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다. 분석을 통해 넷플릭스 첫 화면은 서서히 이용자 개인이 보고 싶은 화면으로 채워진다. 넷플릭스가 비디오대여점이 아니라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미국 의회를 배경으로 한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대박을 낸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에 진출하면서 ‘괴물’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에게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해 자체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제휴를 통한 콘텐츠 제공이 서비스의 전부는 아닌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에 대한 기대는 많이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이미 대세가 됐고, ‘무제한’이라는 말이 잘 통하는 국내 시장인 만큼 가격이 적절하고 콘텐츠만 잘 채워진다면 전체적인 영상시장의 흐름 변화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54~55)

최호섭 IT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