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2016.01.20

현장 전문가의 대입 전략 19

면접 문턱 왜 이리 높을까

대학의 인재 검증 잣대…지적 호기심, 학업 발전성, 심화학습 능력

  • 김혜남 문일고등학교 교사 22hakim@naver.com

    입력2016-01-18 11: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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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을 다녀온 학생이 푸념을 내뱉었다. “제시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서울대 지역균형전형은 인성평가에 가깝지만 일반전형은 사정이 다르다. 학업역량과 진로적합성을 파악하고자 심도 있는 제시문이 주어지고 추가 질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어지간한 학업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합격하기 어렵다. 면접에서 여러 주제를 포함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상이나 상황을 추론하는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경쟁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높은 문턱을 경험한 학생들이 혀를 내두르는 부분이다.
    고려대 수시모집도 마찬가지다. 한 일반 고교에서 학교장추천전형과 융합전형에 대비해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신설하는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췄고, 그 결과 고려대 수시모집 1단계 합격자가 7명이나 나왔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는 2명뿐이었다. 2단계에서 3개 제시문이 주어지는 수준 높은 면접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탄탄한 교과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독서를 통해 비판적, 심층적 사고력을 키워놓지 않으면 이처럼 면접에서 좌절하게 된다.
    최근 대학 수시모집에서 진학 실적을 높이고자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기획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을 독려하는 고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양한 비교과활동은 허망한 노력으로 끝난다. 결국 상위권 대학이 난공불락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학업역량이 중요하다.  
    내신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수능에 강한 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선발 비율이 4.2%에 불과한 논술전형에서 지원자의 40~50%가 합격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이유는 무엇일까. 논술은 교과 경쟁력뿐 아니라 비판적, 심층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료를 비교 및 분석하고 종합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학생들은 이러한 논술 경쟁력뿐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만큼 수능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16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난도가 높았다. 6월과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도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힌트를 주지 않아 수능 당일 당황한 학생이 많았다. ‘물수능’에 익숙해 어려운 단원이나 고난도 문제는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도 있게 공부한 학생은 오히려 고득점을 얻고 표준점수가 더욱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쉬운 수능에 젖어 쉽게 공부해온 학생은 통탄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무조건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진로와 연계돼 있는지, 자기주도적으로 활동했는지, 활동의 명확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면밀히 판단한다. 수상 실적이 많다고 높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수상 내용이 진로와 연결되는지, 상을 받을 만큼 역량이 뒷받침되는지, 혹시 그 학교에서 상을 남발하지는 않는지 등 다각도로 검증한다. 결국 상위권 대학이 인재 검증에 사용하는 잣대는 지적 호기심, 학업 발전성, 심화학습 능력이다. 수험생들은 지금부터 이 세 가지 능력을 기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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