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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자헛 매각 ‘설’이냐 ‘사실’이냐

2007년부터 영업손실…가맹점협의회 “매각 계획 투명하게 밝히라"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피자헛 매각 ‘설’이냐 ‘사실’이냐

피자헛 매각 ‘설’이냐 ‘사실’이냐

한국피자헛가맹점협의회 회원들이 2015년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피자헛 본사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1985년 국내에 진출해 피자의 대중화를 이끈 한국피자헛. 한국피자헛은 30여 년 동안 피자업계 매출 1~3위를 오르내리며 인기를 유지해왔다. 피자헛은 미국 요식업체그룹 ‘염브랜즈(YUM! Brands)’에 속한 브랜드로, 염브랜즈는 한국피자헛을 통해 국내 피자헛 매장에서 나오는 수익과 매장 운영방침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피자헛을 둘러싼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자헛 가맹점주 단체인 한국피자헛가맹점협의회(가맹점협의회)는 2015년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피자헛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피자헛이 가맹점협의회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회사를 팔려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점협의회는 한국피자헛에 “매각설은 가맹점주와 매장에서 근무하는 수천 명 종사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피자헛 매각 ‘설’이냐 ‘사실’이냐
한국피자헛 측은 “제삼자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 당사와 관련한 매각 정보는 허위”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각 가맹점주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매각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최근 8년간 영업실적과 가맹점계약서 내용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매각설에 힘을 실어준다.
매각설에 군불을 지피는 증거로 먼저 꾸준히 악화되는 재무 상황을 들 수 있다. 한국피자헛은 2007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뀌면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각 가맹점주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매출은 2006년 2600억 원에서 2009년 1800억 원, 2014년에는 1100억 원대로 계속 하락했다는 것. 즉 8년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또한 그들에 따르면 2008, 2009, 2014년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2008)의 당기순손실이 생겼으며 2007년부터는 계속 영업손실이 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한국피자헛은 2012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과·제빵 가맹사업 관련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을 때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와 달리 모범거래기준 적용을 거부했는데, 회사 측이 밝힌 거부 이유는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해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근 염브랜즈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사실도 매각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10월 피자헛의 중국사업부가 ‘염차이나’로 분사 방침을 밝힌 후, 같은 해 12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염브랜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투기등급)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제삼자는 누구, 빈칸 남긴 계약서

피자헛 매각 ‘설’이냐 ‘사실’이냐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와 공유한 계약서 일부 내용. 전문가들은 “한국피자헛 사업권을 제삼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0년째 피자헛 매장을 운영해온 A씨는 한국피자헛의 영업 적자에 대해 “과도한 판촉 활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2~2014년 시행한 ‘1+1행사’가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A씨는 “피자 한 판 값으로 두 판을 제공하는 1+1행사는 피자헛의 전반적 이미지 하락과 영업손실을 가져왔다”며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약 2년 동안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도록 강요하면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한국피자헛의 재무 상황 악화는 그때부터 예상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피자헛 측은 지속적인 매출액 감소와 영업손실을 부정하고 있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확한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한국피자헛이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피자헛은 염브랜즈의 피자헛 인터내셔널(Pizza Hut International)에서 비중 있는 실적과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외식시장이 급성장하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염브랜즈의 아시아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위한 중요한 국가다. 따라서 염브랜즈와 한국피자헛은 제삼자 매각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피자헛이 가맹점과 공유한 계약서는 매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계약서는 확정되지 않은 제삼자가 한국피자헛으로부터 재가맹계약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임의의 시점에 양도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46쪽 사진 참조). 이 계약서는 어느 법률에 의거했고 피자헛과 가맹계약자(가맹점 운영자) 사이 ‘재가맹사업자’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피자헛 법인 도장과 가맹점주의 도장이 날인돼 있다.
7년째 피자헛 매장을 운영하는 B(50)씨는 “가맹점 계약 당시 계약 관계자, 날짜 등을 빈칸으로 둔 채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 전체 내용이 책 한 권만큼 두꺼워 일일이 내용을 따지지 못했다”며 “계약서 내용은 한국피자헛이 제삼자에게 사업권을 매각한 후 재계약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방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피자헛이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사업권을 팔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매각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한다. 정재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제삼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약서”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어느 재가맹사업자가 어느 시점에 양도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사와 가맹계약자(가맹점 운영자)가 제삼자 양도를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즉 임의의 제삼자에게 사업권을 쉽게 위임할 수 있는 계약서다. 비록 빈칸이 있어도 법인과 가맹점주가 도장을 찍었으므로 법적 효력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법무법인 청목 가맹거래자문팀 ‘롬브렐라’ 변호사는 “해당 기업이 ‘매각 예정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면, 그 주장과 배치하는 계약 내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계약서의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표준가맹계약서를 참고할 때 가맹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하는 조항이 아니며, 가맹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별도의 운영 주체 설립이 예정돼 있을 때 주로 넣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별도의 운영 주체란 한국피자헛의 가맹사업권을 양수할 제삼자를 말한다.
한국피자헛은 이 계약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관련 내용(계약서)은 한국피자헛의 경영·영업상 기밀정보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만 답변했다.





전 지점 가맹점화, 매각 전초 단계

2015년 8~12월 이뤄진 ‘전 지점의 가맹점화’도 매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전국 350여 개 매장을 두고 이 가운데 75개를 직영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매출 부진’을 이유로 61개 직영점의 가맹점 전환 및 폐점을 발표했다. 한국피자헛 측은 “나머지 14개 매장은 직영점으로 남겨두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시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맹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점하는 과정에서 직원 3800여 명이 해고됐으며, 2억~3억 원의 초기비용이 드는 매장을 평균 6000만 원에 매각했다고 한다.
가맹점협의회 관계자는 “한국피자헛이 가맹점화를 통해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 대량 해고로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켜 제3의 기업이 인수하기 좋은 조건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직영점은 본사가 직원을 파견하고 고용이나 영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만, 가맹점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형태이므로 본사의 법적 책임이 덜하고 임대료, 인건비 같은 고정비용 대부분도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한편 매장 매출의 수수료 책정률은 직영점보다 가맹점이 높다. 한국피자헛의 경우 직영점은 매장 매출의 6.8%(미국 본사 로열티 3%와 한국 본사 수수료 3.8%), 가맹점은 11.8%(미국 본사 로열티 6%와 한국 본사 마케팅비 5.8%)를 매달 납부한다. 즉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본사가 거둬들이는 수수료도 증가한다.
각 가맹점주에 따르면 염브랜즈는 2014년 한국피자헛에 자본금 6억 원을 투자하고 100억 원의 로열티를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가져갔다. 한 가맹점주는 “한국피자헛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 수익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대로 한국피자헛 사업이 탄탄하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피자헛의 중국사업부가 지난해 전 지점을 가맹점화했고 올해 말까지 ‘염차이나’로 분사할 예정인데 한국피자헛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 예상된다”며 “한국피자헛은 무조건 ‘매각 계획이 없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가맹점주와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피자헛 측은 “가맹점 전환은 사업의 효율성을 위한 경영전략일 뿐 매각설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기존 직영점의 가맹점 전환은 염브랜즈의 글로벌 가맹화 전략에 일관되는 정책이고, 국내 시장에서 한국피자헛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맹점 확대는 포화 상태에 직면한 국내 외식시장에서 경영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향상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사는 마스터프랜차이즈로의 전환 계획을 검토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피자헛은 “매각설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매각 가능성에 대한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 가맹점주들의 비판에 직면한 한국피자헛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44~46)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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