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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궁지에 몰린 ‘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손배소송 승소, 형사재판 이어져…박유하 교수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박세준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궁지에 몰린 ‘제국의 위안부’

궁지에 몰린 ‘제국의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1월 13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게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박 교수는 여전히 종래 주장을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1월 12일 밤 ‘주간동아’와 e메일 교신에서 자신에 대한 학계의 각종 공박에 대해 “근거 없는 악의적 이야기이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 14부(부장판사 박창렬)는 1월 13일 이옥선(88)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유하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할머니들에게 1000만 원씩 총 9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할머니 등은 2014년  6월 이 책 초판에 쓰인 ‘정신적 위안자’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처녀’ ‘자발

궁지에 몰린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세종대 교수와 그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 동아일보

적 매춘부’ 등 34개 문구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교수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하는 한편, 이 책에 대한 출판·판매·발행·복제·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한 달 후인 7월에는 이와 별도로 인당 3000만 원씩 총 2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 교수는 2015년 2월 법원이 “군 위안부에 대해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처녀’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한 부분을 삭제하지 않으면 군 위안부의 명예나 인격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출판·판매 등 가처분신청 사항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자 책에서 문제가 된 부분 34곳을 ‘○○○’으로 지운 뒤 2판을 출간했고, 그 후 1년여 만인 1월 13일 손해배상소송의 1심 패소 판결이 나온 것.



양쪽으로 갈린 학계 의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책에 쓴 표현이 “학문의 자유에 해당해 제재받아서는 안 된다”는 박 교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표현으로 원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판결문 가운데 일부.
‘이 책에서 ‘가라유키상의 후예’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등 10개 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본인의 선택에 의해 매춘업에 종사한 사람임을 암시해 허위사실임이 인정된다. (중략) ‘일본 제국에 대한 애국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등 32개 부분은 인격권을 침해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 (중략) 피해자들이 생존하는 경우라면 피해자들의 인격권이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
이 할머니 등 3명은 선고가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강제로’ 끌려간 것”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대한민국에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게 아니라는 점. 검찰은 할머니들의 형사고발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고, 1월 현재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 기소는 학계의 논쟁을 재점화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1월 2일 박 교수의 기소 관련 기자회견 직후 소설가 장정일,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등 국내 지식인 190여 명이 박 교수의 형사기소를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위안부 문제는 당초부터 갈등을 유발할 요소를 갖고 있는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사안이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자 60명은 “이 책의 내용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 책은 종군위안부의 책임을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업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피해의 구제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아픔을 준다”고 공박했다. 반대 성명을 발표한 이재승 교수는 주간동아와 인터뷰를 통해 박 교수와 그의 책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 책이 과연 표현의 자유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엄정한 토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엄중한 역사적 현실이 있음에도 잘못된 내용들을 표현의 자유로 용인하자는 말은 무책임한 처사다.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문제의 책임 소재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고찰해야 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위안부가 군대 내 시설의 일부이고 ‘일종의 군수품’이며 일본군은 군수품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 법적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잘못된 논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책임을 덜어주는 형식의 서술을 했다.”





“일본에 대해 40년 공부한 사람”

이 교수는 박 교수가 이러한 시각을 갖게 된 근본 원인을 일본 자료에 편중된 인용에서 찾았다. “일본 사람의 이야기만을 통해 조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섣불리 한일관계를 동조화했다”는 것. 이런 비판은 이미 과거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윤정옥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박 교수가 일본 우익의 흐름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교수 역시 서평에서 “(박 교수가) 일본제국의 국가범죄임을 간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궁지에 몰린 ‘제국의 위안부’

김규항 칼럼니스트와 김철 연세대 교수, 장정일 소설가(왼쪽부터)가 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의 형사기소에 대한 지식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제국의 위안부’에 인용된 내용과 그 성향이 일본 우익학자의 저술인 경우가 많다”는 주장과 “박 교수가 일본제국주의 시스템을 과소평가하거나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박 교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손해배상 소송 1심 패소 판결이 있기 하루 전인 1월 12일 저녁 보내온 e메일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인용된 저서 대부분이 우익학자의 저술’이라는 주장을 누가 했는지 알려주시고 직접, 그 책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말해주세요.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악의적인 이야기입니다. ‘일본 제국주의라는 시스템을 너무 과소평가하거나 잘못 해석했다’는 비판은 비판자들이 비판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일본에 대해 40년 공부한 사람이고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젠더’라는 책은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한 책입니다. 참고해주세요.”
박 교수는 이미 34곳이 삭제된 ‘제국의 위안부’ 2판의 서문에서 ‘‘매춘’이라는 표현은 피해 입은 소녀의 이미지를 놓지 않으려 했던 이들과, ‘매춘부’라고만 주장해온 이들이 똑같이 성 관련 문제에 대한 금기와 차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점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했으며, ‘동지적 관계’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위안부를 ‘제국에 성과 신체를 동원당한 개인’으로 간주하면 일본에게 사죄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더 명확해지기 때문에 쓴 것이고, 그들이 말하는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독도 연구 전문가이자 박 교수의 동료 교수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6.01.20 1022호 (p34~3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박세준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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