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6

2023.02.10

“‘US 인베스팅 챔피언십’ 우승자들 일제히 ‘매수’로 돌아서”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지금은 상승장 초입,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 ‘거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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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2-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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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강환국 퀀트 투자 전문가 겸 작가. [박해윤 기자]

    2월 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강환국 퀀트 투자 전문가 겸 작가. [박해윤 기자]

    지난해 고금리 시대가 시작된 뒤로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주식보다 예적금이 안전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1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폭을 ‘베이비 스텝’(0.25%p 인상)으로 전환한 2월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침체됐던 주식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환국 퀀트 투자 전문가 겸 작가도 올해 주식시장을 ‘황금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주식투자로 30대에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 된 강 작가는 이후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담은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퀀트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등 6권의 저서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통해서도 투자자들과 소통한다. 2월 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강 작가에게 효과적인 상승장 초입 투자법에 대해 물었다.

    2월부터 증시 오를 것

    미국 ‘투자의 신’ 마크 미너비니(위)와 데이비드 라이언이 향후 증시가 오를 것 이라는 내용으로 각각 2월 2일, 3일에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미국 ‘투자의 신’ 마크 미너비니(위)와 데이비드 라이언이 향후 증시가 오를 것 이라는 내용으로 각각 2월 2일, 3일에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최근 미국 ‘투자의 신’들이 매수를 외친다던데.

    “일단 누가 투자의 신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실제 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본, 그리고 그게 검증된 사람이 투자의 신이다. 보통 이에 부합하는 투자의 신으로 워런 버핏을 떠올리는데, 개인적으로 이분은 개인투자자에게는 도움이 좀 덜 된다고 생각한다. 하도 장기 텀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분이 사는 주식의 상당수는 1~2년 후 오를 만한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버핏보다는 실전 트레이딩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고 우수한 실적을 낸 사람들의 입을 주목해야 한다.”



    그게 누구인가.

    “미국에 ‘US 인베스팅 챔피언십(US Investing Championship)’이라는 실전 트레이딩 대회가 있다. 이 대회에서 우수한 실적을 낸 사람 중 가장 수준 높은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1997년, 2021년 우승자 마크 미너비니(Mark Minervini)와 1985~1987년 우승자 데이비드 라이언(David Ryan)이다. 미너비니는 상승장과 하락장을 굉장히 잘 맞힌다. 미너비니가 2021년 11월 트위터에서 매도 사인을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달 후부터 장이 신나게 하락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1월 13일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라이언의 경우 지난해 쓴 트윗이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맞았다. ‘SPY’라는 S&P5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386달러 수준이었는데 이게 400달러까지 간다고 말한 게 현실화했다. 라이언도 2월 3일 트위터에서 이 범위를 390~43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 2022년 우승자 아프잘 록핸드왈라(Afzal Lokhandwala)도 12월에 이미 증시가 저점을 지났다고 언급했다. 마크 리치(Marc Rich) 2세도 2월부터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1963년 장과 닮은 2023년

    일각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거품’으로 보고 하락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당연히 하락장이 안 끝날 가능성도 있다. 투자의 신들이 모조리 다 틀릴 가능성도 늘 존재한다. 그런데 거품이라는 단어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가격 범위보다 훨씬 비싼 것을 통상 버블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가 100억 원이라거나 코스피가 5000을 넘는다거나 하면 버블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코스피가 2400~2500 언저리에 있는데 이게 PBR(주가순자산비율) 0.9 정도 된다.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순자산보다 시가총액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이건 상식적으로 버블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소위 투자의 신들 의견에 아무래도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지금과 가장 비슷한 과거 장을 소개한다면?

    “묘하게도 2022년 장이 1962년과 아주 비슷하게 흘러갔다. 또 한 명의 투자의 신인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 같은 사람은 주식시장에 60년 주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보면 1962년에도 소련이 문제였다. 당시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소련발(發) 위기가 터졌다. 증시가 곤두박질쳤고 이듬해인 1963년에 장이 많이 올라갔다. 2022~2023년이 1966~1967년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1966년은 2022년처럼 물가가 불안정하고 경기침체 위기가 불거져 장이 안 좋았다. 하지만 1967년에 우려했던 경기침체 없이 물가가 떨어지고 금리가 하향 조정돼 이때 장이 매우 재밌었다고 한다.”

    당시 가장 유효했을 것 같은 투자법은 무엇인가.

    “상승장 초반이 좋은 점은 무엇을 사든 거의 다 오른다는 것이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주가 지수 ETF를 사는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레버리지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추천하지는 않는다. 개별 주를 산다면 차트를 보고 지지선과 저항선을 그어놓은 다음 주식이 저항선 위를 돌파할 때 따라서 들어가는 게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주도주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그때그때 다른데 요즘은 에너지 얘기가 많이 나온다.”

    주식으로 동적 자산배분 고려할 만

    주식, 채권, 금 등 자산별 전망도 궁금하다. 어디에 얼마나 배분하면 좋을까.

    “경제는 크게 사계절로 나눌 수 있다(표 참조). 첫 번째 계절은 경제가 좋은 데다 인플레(물가상승률)도 높고, 두 번째는 경제가 안 좋은데 인플레가 높고, 세 번째는 경제가 좋은데 인플레가 낮고, 네 번째는 경제도 안 좋은 데다 인플레도 낮은 것이다. 경제가 좋으면 보통 주식이 잘나간다. 인플레가 낮으면서 경제가 나쁘면 주식은 안 좋지만 대신 채권 같은 게 잘나간다. 또 물가가 많이 오를 때는 주식과 채권은 매우 안 좋아지고 실물자산, 즉 금이나 원자재가 확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물가가 안정화되면 사람들이 다시 주식이나 채권에 자산을 투자한다. 이 4개 시나리오로 보통 세계경제를 나눌 수 있는데, 중요한 건 현재가 사계절 중 어디쯤에 속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달, 3개월, 6개월 뒤 경제가 어떤 계절로 움직일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이 어떻게 변화든 크게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자산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어느 계절에 와 있다고 보나.

    “2계절인 것 같다. 물가가 높다는 것은 일단 사실이다. 경제는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또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조짐도 있다. 경제가 좋은지 나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중간 어디쯤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만 봐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3~6개월 뒤인데 그건 아예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제부터 주식시장이 살아난다면 동적 자산배분(장이 가장 강한 자산에 투자하다 해당 장이 약세일 때 안전자산으로 넘어가는 투자법) 차원에서 그냥 주식에 몽땅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도 그렇고, 다른 전문가들의 전망도 자주 틀린다. 그게 문제다. 100% 확신으로 주식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면 돈을 끌어모아서 지수 곱하기 3배 ETF에 전부 투자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틀릴 가능성이 꽤 있다는 것을 알기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동적 자산배분도 최대 손실률이 굉장히 낮은 편이긴 하다. 보통 하락장 초기에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도 단기 수익에 도움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최근 “현금은 더는 쓰레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주식, 채권보다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레이 달리오는 앞서 언급한 투자의 신들보다 훨씬 장기적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주식과 채권의 향후 10년 수익률이 별로 안 좋을 가능성이 크기는 하다. 10년 수익률을 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2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버핏이 만든 ‘GDP 지표’이고, 두 번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만든 ‘실러 퍼(PER)’ 지표다. 두 지표가 높으면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수익이 안 좋다고 본다. 미국은 현재 두 지표가 모두 높다. 하지만 우리는 10년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는 10년은커녕 10일도 못 버티는 사람들이다. 10일도 못 버티면서 무슨 10년을 논하겠나(웃음).”

    2월 비트코인도 자산배분 측면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나.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주식, 채권과 상관성이 아주 낮았다. ‘상관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자산배분 원칙에 따르면 주식이 떨어질 때 코인은 오른다는 뜻이니까 자산배분에 도움이 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코인과 주식의 상관성이 매우 높아졌다. 주식이 빠지면 코인도 같이 빠지는 시스템이 된 것이다. 따라서 자산배분 차원에서는 도움이 안 되지만 현재 주식이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단기) 트레이딩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저점에서 2배 올랐을 때 매수하는 게 가장 심플하면서 좋은 방법이다. 그 전 구간에는 이미 물려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서 그렇다.”


    윌리엄 오닐의 책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왼쪽)과 스탠 와인스타인의 책 ‘주식투자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 법’. [굿모닝 북스 제공, 플로우 제공]

    윌리엄 오닐의 책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왼쪽)과 스탠 와인스타인의 책 ‘주식투자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 법’. [굿모닝 북스 제공, 플로우 제공]

    추가로 지금 참고할 만한 투자의 대가가 더 있다면?

    퀀트를 하든, 백 테스트를 하든 “직접 투자전략을 개발해 본인만의 철학으로 투자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그러나 투자자의 90%는 그것을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경우에는 잘하는 사람을 참고해 따라 하는게 좋다고 보는데, US 인베스팅 챔피언십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윌리엄 오닐(William O’Neil)이라는 사람의 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래서 오닐의 책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읽어야 최근 투자의 신들이 올리는 트윗을 이해할 수 있다. 덧붙여 스탠 와인스타인(Stan Weinstein)이 쓴 ‘주식투자 최적의 타이밍을 잡는 법’. 이 두 권이 앞서 말한 트레이더들에게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책들이다. US 인베스팅 챔피언십 2019년 우승자 레이프 소레이드(Leif Soreide), 2020년 우승자 올리버 켈(Oliver Kell) 등도 트위터에서 거의 매일 활동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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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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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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