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3

2022.06.10

모바일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판도 뒤흔들까

출시 닷새 만에 500만 달러 돌파… 돈 내고 캐릭터 등업하는 과금체계 비판도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2-06-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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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일 출시된 블리자드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블리자드]

    6월 3일 출시된 블리자드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블리자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이모탈(Diablo Immortal)’을 출시했다. PC용 RPG(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이자 블리자드의 첫 모바일 게임이다. 글로벌 사전 예약자만 3500만 명 이상이 몰렸고, 출시 24시간 만에 80만 달러(약 10억 원)가량을 벌어들이며 순항 중이다. 디아블로 IP(지식재산권)의 저력을 모바일 게임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글로벌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아블로는 1996년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식을 줄 모르는 인기로 액션 RPG 장르의 대명사가 된 게임이다. 블리자드는 2000년 ‘디아블로2’를 출시한 데 이어 2012년 ‘디아블로3’를 선보이며 PC방 열풍과 함께 컴퓨터, 유통, 광고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일컫는 말로 ‘디아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디아블로 이모탈도 그 명성에 걸맞게 출시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모바일앱 시장조사업체 앱매직(AppMagic)에 따르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출시 하루 만에 약 80만 달러 수익을 올린 데 이어 닷새 만에 500만 달러(약 62억8000만 원)에 도달했다. 세계 분포를 보면 미국이 46%를 차지하고 한국(19%), 일본(7%), 독일(6%), 캐나다(3%)가 뒤를 잇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등 양대 앱(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인기 게임 1위에 올랐다.

    디아블로 이모탈이 시작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블리자드의 연례 게임 행사인 블리즈컨에서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기다리던 ‘디아블로4’가 아닌 모바일 버전인 데다, 중국 게임업체 넷이즈(NetEase)와 함께 만든다는 소식에 팬들의 실망과 비난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넷이즈의 RPG ‘라스트 블레스’(옛 ‘디아M’)의 경우 디아블로3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블리자드는 넷이즈와 손잡았으며, 넷이즈는 자체 개발한 메시아(Messiah) 엔진에 디아블로를 실행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터치와 소셜 기능 더하고 ‘손맛’은 유지

    ‘디아블로 이모탈’은 PC 버전의 세계관과 캐릭터 육성 재미를 모바일에 그대로 옮겼다.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은 PC 버전의 세계관과 캐릭터 육성 재미를 모바일에 그대로 옮겼다.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은 기존 세계관은 물론, 다수의 적을 공략하는 액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까지 모바일 환경에 그대로 옮겼다. 디아블로3 이전인 디아블로2의 사건으로부터 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석이 파괴돼 성역이 위험에 직면하고, 대천사 티리엘이 사라져 인류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설정이다. 플레이어는 스토리가 전개되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전리품을 수집하고 새로운 능력을 잠금 해제하며 더 큰 위협에 맞서게 된다.



    이러한 배경과 스토리는 기존 PC 게임과 흡사하지만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터치 컨트롤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컨트롤러나 마우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대신, 화면에서 다양한 기능을 탭(tap)해서 사용할 수 있다.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리면 주문을 시전하거나 검을 휘두르는 것도 가능하다.

    조 그럽 디아블로 수석게임디자이너는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은 마우스 입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UI를 활용할 기회”라며 “모바일 플레이어의 잠재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 앤드 슬래시 게임 방식. [블리자드]

    핵 앤드 슬래시 게임 방식. [블리자드]

    최신 플랫폼으로 이동했지만 전통적인 게임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먼저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제공하는 자동 전투 기능을 없애고 핵 앤드 슬래시(hack and slash: 적을 자르고 베는 게임 방식)의 손맛을 그대로 살렸다. 이와 함께 자동 이동, 자동 사냥을 지원하지 않고 수동으로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빠르고 간편한 조작을 기대하는 모바일 플레이어들이 이런 게임 방식을 선호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겨오면서 요즘 게임 트렌드에 맞게 소셜 경험도 추가했다. 플레이어 간 대결(Player vs Player·PvP) 콘텐츠에서는 최대 8인의 전투부대를 꾸려 결투할 수 있다. 150명까지 모일 수 있는 ‘클랜’ 활동도 지원한다. 플레이어들은 클랜으로 힘을 합쳐 전투에 참전하고, 이 중 최상위 플레이어는 지도자로 등극할 수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모바일과 함께 PC 버전도 베타 버전을 출시한 상태다. 디아블로 측은 게임 방송이나 스트리밍을 통해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PC 버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베타 테스트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PC 버전에서는 모바일과는 다른 UI를 제공하며 키보드의 ‘W·A·S·D’ 방향키 설정을 통한 조작을 지원한다. 또 PC 버전은 배틀넷 서비스를 통해 협동 멀티플레이어가 가능하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에 PC방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는 디아블로 이모탈이 PC방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모바일 과금체계… 새 비즈니스 모델 될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26년까지 1395억 달러(약 1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아시아 전역에서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모바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넷이즈와 합작은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디아블로 시리즈만의 독창적인 게임성이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특히 전 세계 많은 플레이어는 PvP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묘한 과금체계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만 38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MMORPG의 오랜 강자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의 경우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고 아이템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 플레이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 대신 PC방 사업자들에게 이용 시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전설 문장을 구매하면 전설 보석을 찾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블리자드]

    전설 문장을 구매하면 전설 보석을 찾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블리자드]

    이에 반해 디아블로 이모탈은 국내 톱3 게임사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과 같은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이 역시 무료로 게임을 받을 수 있으며,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도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최고 레벨을 달성하고 더 강력한 장비를 소유하려면 과금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구매 아이템은 ‘전설 보석’이다. 캐릭터가 성장하고 장비를 강화할 때 필요한데, 얻기가 매우 어려워 유료 아이템이나 다름없다. 상위 랭커를 노리는 플레이어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과금체계다.

    이처럼 돈을 쓴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Pay to Win’ 게임 방식은 해외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온라인 게임매체 게임랜트(Game Rant)는 “소액 결제로 디아블로 이모탈의 캐릭터를 완전히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11만 달러(약 1억380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된다”며 “이러한 과금체계는 공평한 게임 운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아블로 인기를 끌어내릴 요소가 될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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