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3

2022.04.01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좋은 형제’ 되려나

[김수민의 直說] 용산 이전 강행 野, 검수완박 외치는 與

  • 김수민 시사평론가

    입력2022-04-03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옛날 옛적에 우애 좋은 형제가 있었다. 형은 동생 살림살이를 늘 걱정하다 자신이 추수한 볏단을 밤마다 몰래 동생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제의 볏단 양은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 형은 밤길에 동생과 마주쳐 깜짝 놀랐다. 동생도 볏단을 들고 형 집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다. 요즘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힘 관계도 이와 꼭 닮았다.

    문 대통령 긍정 평가 반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3월 21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12명에게 물은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율은 같은 기관의 전주 조사보다 4.0%p 상승한 46.7%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 패배의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최근 잘한 일이 뭐가 있는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대형 악재다. 도무지 좋은 일이 없었다. 답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있다.

    같은 조사는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에 관해서도 물었다. “잘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46.0%에 그쳤고, “잘 못할 것”은 그보다 많은 49.6%였다. 문 대통령이 건넨 볏단을 받으며 대선 주자가 된 윤 당선인이 자신을 희생해 문 대통령을 떠받친 격이다.

    “비호감 후보로 찍히면 당선 후에도 임기 초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지고 국정운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필자가 1월 ‘주간동아’ 지면을 통해 지적한 말이다. 선거 양상은 그 후 두 달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이겼더라도 국정수행 전망은 밝지 않았을 것이다. 후보들은 대선에서 이미 국민 절반을 상대 당에 대한 반대층으로 굳혀놓았다.

    대선 당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3사(입소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가 지상파 3사 의뢰로 투표자 4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각별히 곱씹을 만한 대목이 있다. 전체 응답자의 49.3%는 자신이 투표한 후보를 두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투표했다”고 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4%p). “만족스럽다”는 응답(47.6%)과 비슷하다. 불만족스러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내키지 않아도 찍었거나 상대 후보가 그만큼 더 싫었다는 뜻이다. 또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절반은 얼마든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구조에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반대층을 더 굳히고 자신의 지지 기반도 허무는 선택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던 대선 공약은 당선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당선인 스스로의 고백으로 파기됐다. 그러면서 용산 국방부 청사를 염두에 두고 고려한 지 닷새 만에 새 이전 후보지로 발표했다. 졸속 논의는 모든 관련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확연히 누르는 결과를 빚어냈다.

    볏단 들고 집 나서는 與

    이 문제는 단일 사안에 그칠 것인가. 집권 준비 세력의 ‘국회 패싱’은 정부 앞날을 더욱 비관케 한다. 이번에 집무실을 이전하면 그다음 대통령도 재이전을 하지 않는 한 해당 집무실에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명백한 정책 사업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회 심사 및 의결을 받지 않는 예비비 집행을 요구했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반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이 이미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제왕적 대통령’이 즐겨 하는 말이다. 임기 중 여소야대라고 해서 국회를 건너뛰는 대통령은 임기 중간 총선에서 또 ‘여소야대’를 부르기 쉽다.

    그뿐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및 취임식 초청’에 대한 당선인 측 열의는 반대층과 일부 지지층에게 ‘전정부의 귀환’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통제해야 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인권운동단체와 일전을 벌이다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자초했다.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 원전 가동 확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앞으로도 갈등 사안이 산적해 있다. 매를 벌어서 미리 맷집을 키우겠다는 심산인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건네주는 볏단을 넙죽 받고만 있을까. 벌써 볏단을 들고 밤길을 나설 태세다. 첫 볏단의 이름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축소됐으나, 현장에서는 안착되지 못한 채 재조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당시 국민은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는 것에 낙담했다. 이제는 “검수완박의 목적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힐난을 받고 있다.

    수사·기소와 판결이 분리된 현대 형사사법체계에서 굳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리적으로도 지지받기 힘들다. 논쟁하면 할수록 해외 선진국 대다수가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음만 부각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에서 패하자마자 각종 민생경제 현안을 제쳐두고 집권 기간 내내 고집 부린 문제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은 최악의 수다.

    이대로 가면 6·1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벌써 오만한 국민의힘을 응징하자”와 “아직 방자한 민주당을 마저 심판하자” 대결이 될 것이다. 2024년 총선과 그 후 선거도 선하게 그려진다. 민주당 거부층과 국민의힘 거부층 중 어느 쪽이 더 투표에 불참할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난다. 양당의 볏단 크기는 거의 그대로고, 국민의 분노는 치솟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