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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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vs 현대重 ‘해군 첫 항모’ 건조戰 승자는?

각각 이탈리아·영국 파트너 업고 경항모 사업 2파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1-06-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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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9~12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최대 이슈는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사업이다. 건조비용 2조3000억 원의 매머드급 사업으로, 단일 함정 건조로는 한국군 사상 최대 규모다. 사업 수주를 놓고 국내 굴지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격돌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이 CVX 사업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돼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건조 계약을 둘러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므로 양사 모두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해외 유력 조선소까지 파트너로 섭외하는 등 그야말로 총력전 태세다.


    해외 유력 조선소 파트너 섭외 ‘총력전’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2015년 당시 한국 해군 항공모함 구상의 첫 삽이던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사업을 주관한 대우조선해양은 경항모 분야 최고 실적과 기술력을 가진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손잡고 출사표를 던졌다. 핀칸티에리는 이탈리아 해군 최초 수직 이착륙기 탑재 경항모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급, F-35B 탑재 차세대 강습상륙함 트리에스테(Trieste)급을 건조한 항모 전문 조선사다.

    대우조선해양 CVX 설계안은 1월 해군이 공개한 실물 모형과 유사하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급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이다. 길이 263m, 비행갑판 폭 46.6m 크기에 배수량 4만5000t급으로 프랑스 중형 항모 샤를 드골보다 훨씬 큰 덩치를 자랑한다. 대우조선해양 설계안의 핵심은 우수한 ‘소티 생성률(Sortie generation rate)’이다. 소티 생성률은 일정 시간 내 전투기가 얼마나 많이 이륙하느냐를 나타낸 지표다. 항모 전투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다. 핀칸티에리는 최근 미 해군으로부터 F-35B 운용 자격 인증을 받으며 F-35B 경항모 운용 데이터를 착실히 축적하고 있다. 그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최상의 소티 생성률을 낼 설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영국 7만2000t급 항모 퀸엘리자베스급과 유사한 파격적 외형의 항모를 제안했다. 영국은 한국이 경항모 구상을 본격화한 지난해 서울에서 항모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술 협력을 꾸준히 제안했다. CVX 사업 개념설계를 맡은 현대중공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형 퀸엘리자베스 항모를 준비한다. 현대중공업은 퀸엘리자베스급을 설계한 영국 밥콕(Babcock International Group)과 손잡았다. 밥콕은 퀸엘리자베스급 항모 2척을 모두 설계·건조했다.


    소티 생성률 vs 파격 외형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밥콕의 영향을 받았는지 현대중공업 CVX 설계안 속 경항모의 덩치는 1월 해군과 함께 공개한 것보다 커졌다. 현대중공업의 CVX 설계안은 전장 270m, 비행갑판 폭도 60m나 된다. 만재배수량 5만t을 가볍게 상회한다. 이 정도면 프랑스 샤를 드골급이나 인도 비크라마디티야급보다 큰 중형 항모 수준이다. 스키점프대를 설치한 점도 눈에 띈다. 스키점프대는 말 그대로 비행갑판 앞쪽을 위로 향한 곡면 형태로 만들어 항공기가 점프하듯 하늘로 솟구치도록 한 이함(離艦) 보조설비다. 항공기 활주거리가 줄어드는 덕에 경항모는 대부분 스키점프대를 채택하고 있다.





    수직 이착륙기 탑재형 경항모는 ‘먹잇감’

    항공모함 사출기(catapult)는 군용기 이륙을 보조하는 주요 설비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항공모함 사출기(catapult)는 군용기 이륙을 보조하는 주요 설비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현대중공업 설계안은 F-35B를 함재기로 채택한 경항모로선 최적의 형상이라고 본다. 문제는 여기서 최적은 어디까지나 경항모 기준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미 2015년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연구를 통해 한반도 주변 전장 환경에서 경항모의 생존이 어렵다는 결론을 받아들었다. 수직 이착륙기를 탑재한 경항모는 한반도 주변국 해군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이 함재기로 낙점한 F-35B는 대당 가격이 3000억원을 넘어설 기세다. 한국형 호위함 1척과 비슷한 고가이지만 F-35 시리즈 중 센서·무장 능력과 소티 생성률이 가장 떨어진다. F-35B를 운용하는 STOVL(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 방식 항모의 결정적 문제는 고정익 조기경보기를 함께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전에서 조기경보기의 위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STOVL 방식의 한국형 항모는 고정익 조기경보기를 탑재할 수 없어 원양 작전 시 생존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영국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퀸엘리자베스급 항모는 내년쯤 대대적으로 개조 공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최대 25t급 항공기를 쏘아 올릴 사출기를 장착하기 위한 것이다. 연료와 탄약을 만재한 F-35C는 어렵지만 고정익 조기경보기, 즉 E-2D(최대 이륙 중량 23.4t)나 무인 항공기를 쏘아 올리기에는 충분한 출력이다. 밥콕이 퀸엘리자베스급에 사출기를 적용한 개조 설계를 완성한 이후 현대중공업도 관련 기술을 제공받아 사출기 출력을 키우면 어떨까. 그러면 한국형 CVX는 작전 능력이 부족한 F-35B 탑재 STOVL 항모가 아닌, 5만t급 덩치에 맞게 F-35C 운용 능력을 가진 정규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항모가 될 수도 있다.

    CVX를 CATOBAR 방식으로 건조하면 2030년대 양산될 KF-21의 함재형 개발도 검토해볼 만하다. 함재기 선택 폭이 훨씬 늘어나는 것이다. 영국 퀸엘리자베스 개량을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가는 항모 도입 사업에 효율성 낮은 F-35B 탑재 STOVL 경항모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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