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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에 드리운 작전세력 그림자

‘bigmouth’ ‘떠버리’ 통해 유포 … 여러 버전 만들어 추적 따돌려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윤석열 X파일에 드리운 작전세력 그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동아DB]

작전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가 무르익었다는 방증이다. 조만간 각 당은 차기 대선 경선을 시작한다. 본선보다 치열할 공산이 크다.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더 그렇다.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기도 하다. 압도적 1위가 있다면 흑색선전, 곧 네거티브전도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X파일’은 예고된 ‘약방의 감초’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내 경선 당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이명박 X파일’과 ‘박근혜 X파일’이다. 이명박 X파일은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박근혜 X파일은 최태민 씨와 관련된 내용이 주였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인 치열한 공방의 결말은 모두가 안다. 대세에 지장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대선에서 승리했다.

문건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작전’

지나고 보니 일부 내용은 사실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로 밝혀져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도 최태민 씨의 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경제공동체였다는 사실이 인정돼 탄핵됐다. 혹자는 X파일 내용을 국민이 사전에 인지했다면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당시 국민이 “X파일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관계없다”고 판단 내렸다고 봐야 한다.

한때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 ‘X파일’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이런 종류의 보고서는 선거 때 각 캠프에서 만드는 흔한 대응 문건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 후보, 특히 유력 후보에 관한 신상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문건이다. X파일 논란은 당내 경선 때 더 치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중 유사한 대응 문건을 만들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경선 대비용과 본선 대비용 모두 만든다. 본래 내부용, 곧 대외비 문건으로 만들지만 이런 문건은 자주 외부에 흘러나온다. 말 그대로 외부로 흘러나간 것이라면 이는 ‘사고’다. 반면 내부용 문건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이건 ‘작전’이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한 유튜버가 6월 23일 시중에 떠도는 다수의 X파일 중 하나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前 총장 처 · 장모 관련 ‘따다 붙인’ 댓글 늘어

작전세력은 어떻게 움직일까. 우선 빅마우스(bigmouth), 즉 정치권의 ‘떠버리’를 노린다. 누군가로부터 비밀스러운 정보를 들으면 입놀림을 참지 못하는 이로, 좋게는 ‘소식통’으로 불린다. 이들 몇 명에게 “너만 보라”고 전달하면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내용이 구전되느라 확산에 시간이 걸렸지만, 요즘은 문자메시지와 단체연락방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며칠이면 정치권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된다.

여의도에서 암약 중인 정보지 관계자도 관련 내용을 파악했을 테다. 이들은 본래 X파일 내용에 흥미를 유발할 만한 살을 덧붙여 고객에게 전달할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면 최초 유포자를 가려내기조차 어려워진다. 가공에 가공을 거친 까닭에 어느 것이 원본인지 진위 확인도 용이하지 않다. 작전세력이 원하는 바도 이런 상황이다. 영리한 작전세력은 각기 다른 버전으로 다수의 빅마우스에게 유포한다. 혹시 모를 추적을 따돌리려는 의도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혀 논란이다. 장 소장은 6월 21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20년 있다 보니까 이런 정보를 작성하거나 유통하고, 정보들에 해박한 능력이 있는 분을 많이 안다. 그분들이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이런 문건이 있다’면서 지난주 초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장 소장이 말한 ‘정보를 작성하거나 유통하고, 정보들에 해박한 능력이 있는 분들’은 정보지 관계자일 개연성이 크다. 장 소장은 이후 “문건을 파기하겠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이들이 선한 의지를 갖고 X파일을 전달해준 것처럼 얘기한다. 평소 친하게 지냈다면 오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이른바 ‘선수’다. 일부러 유포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소장은 어떤가. 정치권에서 20년을 보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전 대표 보좌관 출신이다. 20년 경력에 당대표 보좌관까지 지냈다면 그 또한 선수급이다. 정보지 관계자가 전해준 문건 내용을 그대로 믿었다는 점도 의아하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유포되는 문건은 내용을 가려서 보기 때문이다. 문건을 본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윤석열 X파일’ 내용은 장 소장이 입수하기 전부터 세간에 퍼졌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드루킹 사건,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처럼 이번에도 작전세력은 인터넷상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출처가 한 곳으로 추정되는 ‘따다 붙인’ 댓글이 최근 늘었다. 장 소장이 언급한 윤 전 총장 처와 장모의 과거에 관한 내용이 위주다.

민주당은 적잖이 당황스러울 테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미 밝혔듯이 윤 전 총장 관련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본선 때 활용하려 비축했는데 벌써 창고 대방출에 들어갔으니 김이 샐 법하다. 과거 대선에서 대세에 지장이 없었던 것은 경선 때 치열한 공방을 벌인 점도 작용했다. 재탕이다 보니 본선 즈음에는 국민도 지겨워했다. 이번 X파일 논란 역시 윤 전 총장에게는 백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본선 때 집중될 민주당 측 공세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1295호 (p8~9)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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