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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단물만 제공하는 ‘리메이크’는 가라

[미묘의 케이팝 내비] 녹음만 다시 한 경우도 적잖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추억의 단물만 제공하는 ‘리메이크’는 가라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발매하는 셀프 리메이크가 유행 중인 가요계. [GETTYIMAGES]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발매하는 셀프 리메이크가 유행 중인 가요계. [GETTYIMAGES]

최근 제목 뒤에 ‘(2021)’이라고 표기한 곡이 눈에 자주 띈다. MP3 음원을 잔뜩 저장해 정리해본 세대라면 “2021년에 발매된 음반이라는 뜻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사운드를 보정, 정리하는 ‘마스터링’ 작업을 다시 한 ‘2021년 리마스터 버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것들은 대부분 리메이크 곡인데, 최근 ‘2021’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티스트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발매한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곡만 봐도 황인욱, 송하예, 보라미유가 다른 아티스트 곡을 리메이크한 경우라면 이루, 신지, MC스나이퍼, 이소라 등은 셀프 리메이크를 했다. 심지어 최근 1년간 자신의 곡을 9번이나 재발매한 아티스트도 있다. 이쯤 되면 현상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리메이크와 리바이벌은 이미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유행이다. 1990년대를 부활시킨 ‘무한도전: 토토가’도 벌써 7년 전이다. ‘뉴트로’ ‘시티팝’ ‘퓨처’ 같은 키워드가 이런저런 유행과 함께 우리를 스쳐갔다. 최근 브레이브걸스로부터 시작된 역주행이 SG워너비까지 이어지면서 과거 곡들이 음원 차트 정상권에 수두룩하게 올라오고 있다. 2021년 차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면 앞에서 말한 리메이크 곡 제목들이 현실을 환기해준다. 2021년이 맞고 과거 곡들이 인기라고 말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한다. 대중음악은 과거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끝없이 끌어오기 마련이다. 과거 주요 작품을 다시 찾고 되새기는 일은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요즘 2000년대 음악을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봤다”고도 한다. 확실히 SG워너비로 대표되는 (호소력을 강조하는 보컬, 부풀린 서정, 빠른 템포 등이 특징인) 2000년대 초반 발라드는 다른 시대와는 이질적인 양식이었다. 생경하거나 신선하다고도 할 만하다. 이에 자극받아 또 새롭고 참신한 음악이 태어날 수도 있겠다. 물론, 많은 이가 추억으로 하나 되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유행가’만이 가진 위대한 권력이다.

뒷맛이 쓴 상업주의 리메이크

그러나 추억은 대단하고도 위험한 마법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새로운 음악에 마음을 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추억보정’이라는 말도 있다.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듣던 노래는 추억 때문에 훨씬 좋게 느껴진다. 때로는 오로지 추억만으로 음악을 소비하기도 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니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다. 최근 리메이크 붐에 미심쩍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 따름이다.

추억이 깃든 음악을 다시 들으면 반갑다. 특히 원곡 가수가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실력이나 감성, 해석이 과거와 달라졌다면 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테고, 실제로 몇몇 음악가가 그런 인상적인 재해석 작업을 내놓곤 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별다른 차이도 없이, 녹음만 다시 했을 뿐인 리메이크 곡이 적잖은 현실은 아쉽다. 반갑고 신기하니까 클릭하게 된다. 그래서 흥행이 된다. 이후 대중에게 얼마간 추억의 단물을 제공하다 내려간다. 그게 전부라면 훌륭한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을까. 대중음악에서 상업주의를 경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좋은 음악에 대한 판촉이 아니라 음악이 발표되는 이유가 판촉뿐인 듯한 경우를 볼 때면, 아무래도 뒷맛이 쓰다.







주간동아 1290호 (p63~63)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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