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사람이 받는 상처의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봐요 [SynchroniCITY]

아빠와의 버킷리스트, 좋은 추억이 좋은 부모 만든다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사람이 받는 상처의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봐요 [SynchroniCITY]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는 안현모. [사진 제공 · 안현모]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는 안현모. [사진 제공 · 안현모]

현모 영대 님, 어린이날 아이들과 잘 보내셨어요?

영대 아시다시피 책 원고 작업이 막바지라 아이들은 할머니 댁에 보내고 저는 죽어라 일만 했답니다.

현모 저는 이상하게 매년 어린이날만 되면 아주 오래전 한 패밀리레스토랑 주차장에서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가 생각나요. 어떤 아저씨가 아이들을 차에 태우면서 “이제 어린이날 끄읕~!!” 하고 외쳤어요. 마치 “빨래 끝!”처럼. 그 한마디에서 아저씨의 해방감과 아이들이 느꼈을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영대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은데, 유학 시절 저희 부부는 정말 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이 둘을 주변의 도움 1도 없이 키웠어요. 잠깐 맡겨본 적도 없고요.



현모 와, 그럼 정말 끈끈하겠어요.

영대 아무래도 친하죠. 요즘 우리 딸들은 아빠가 일만 하고 대화를 안 한다며 투덜대요.

현모 진짜 좋아 보여요. 항상 따님들이 쓴 글이나 그린 그림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냥 건성으로 들어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그러시잖아요. 제가 볼 땐 무척 이상적이에요!

영대 이상적이라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겨우 하는 정도인 거 같아요. 육아 관련 책도 저 나름 봤는데, 소위 전문가라는 분 중에도 본인은 아이 한 번 재워본 적 없으면서 부모에게 과도하게 죄책감만 지우는 이론가가 많더라고요.

현모 우와, 박사 공부하면서 육아서적은 언제 보셨데요?

영대 저도 박사 이전에 그냥 사람이니까요. 저처럼 결혼해 애들까지 있는 경우 생활이 80, 공부가 20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현모 박사학위 따려면 365일 논문에만 매달려야 하는 줄. ㅎㅎ 진심으로 대단하세요. 따님들이 분명 좋은 아빠로 기억할 거예요.

영대 결혼하고 육아하면서 더 드는 생각인데, 사람이 받는 상처의 뿌리는 가정에 있는 거 같고, 그 치유법도 가정 안에 있는 거 같아요. 이번에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비슷한 작품 중에 숀 펜이 감독한 ‘인투 더 와일드’가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를 봐도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죠.

현모 조지 칼린 아시죠? 옛날 코미디언 겸 배우요. 그분이 남긴 어록 가운데 “All the problems in the world… ALL of them…can be traced back to what fathers do to their sons”라는 말이 있는데,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쳤잖아요. 완전 공감.

영대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전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 행동으로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네요.

현모 저랑 친한 오빠 한 명도 1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육아에만 전념했는데, 그 오빠가 아빠들 전부 최소 6개월은 무조건 육아휴직을 쓰고 육아를 도맡아봐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빠들은 밖에 나가 열심히 일해 돈만 벌어오는 존재로 자리 잡은 경향이 있잖아요. 육아 포함 집안일은 엄마가 전담하고. 저는 그런 아버지의 자녀교육 부재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구멍을 만든 거 같아요.

영대 맞아요. 또 그런 아빠를 본 아들이 자라 나중에 아빠가 되면 똑같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줄 모르는 아빠가 되는 거고요.

현모 맞다! 선배 한 분이 언론사를 나와 아주 재미있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는데, 바로 그런 아빠들을 위해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캘린더 기반으로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예요. 아빠랑 버킷리스트를 만들어가는….

영대 내 삶의 버킷리스트라는 건 들어봤지만 아빠와의 버킷리스트라니. 진짜 좋은 아이디어네요!

현모 어릴 적 일기장을 보니 아빠랑 같이 연을 날리거나, 소소하게 무언가를 한 날들이 즐겁게 기록돼 있고, 본인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썼던 다이어리를 들춰보니 주말마다 아이들과 어디 놀러갈지에 대한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는 거죠.

영대 회사 이름이 궁금합니다만.

현모 늑대가 부성애의 아이콘인 거 아셨어요? 늑대가 포유류 중에서도 드물게 죽을 때까지 일부일처제를 하는 동물이고, 지극정성으로 새끼들을 보살핀대요. 그래서 늑대를 모티프로 삼았더라고요.

영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모 님은 아버지랑 가장 좋았던 기억이 뭐예요?

현모
저희 아빠는 진정 늑대 같은 아빠셨어요…. 힘들게 사업을 하면서도 거의 주말마다 딸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시고. 그래서 어느 하나를 꼽을 수가 없네요.

영대
좋은 아빠셨다. 아! 그래서 현모 님도 바다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구나.

현모 그죠. ㅎㅎ 영대 님은요?

1983년 아버지가 처음 사준 라디오. 김영대는 이 라디오를 들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사진 제공 · 김영대]

1983년 아버지가 처음 사준 라디오. 김영대는 이 라디오를 들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사진 제공 · 김영대]

영대 저는 아시다시피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셨지만, 어릴 때 전자상가에 데리고 다니셨던 게 신나는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전자제품을 좋아하셔서 전자상가나 백화점 같은 데 자주 가 최신 기기들을 사 모으셨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다 저를 위해 산 거나 마찬가지였더라고요. 저한테 조작법 다 익혀놓으라 하시고 당신은 그냥 재밌게 구경만 하셨어요.

현모 오, 그럼 영대 님도 지금 장비를 사 유튜브 방송을 하시는 것도 아버님 영향이네요.

영대 아마도? 근데 훈훈한 분위기를 좀 깨자면, 사실 마지막으로 남은 아빠에 대한 기억은 혼난 거예요. ㅎㅎ 투병하느라 몸도 안 좋으신데 매를 드셨죠.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음악만 듣는다고….

현모 딱히 잘못하신 것도 없었을 텐데...했네요.

영대 지금 음악 일하는 걸 알면 좋아하실지, 화를 내실지. ㅎㅎ 저도 아빠가 되고 나니 그 마음이 뭔지 좀 알 것 같고, 가장이 되니 나는 왜 아빠처럼 못 할까라는 죄책감도 들면서 애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야지 하는 바람도 생겼고요.

현모 제가 아직 부모 입장이 돼보질 않아서 그런가, 우리 사이에 수준 차가 나네요.

영대 에이, 그건 아니죠. 남자가 군대에 다녀왔다고 다 철 드는 게 아니듯, 사람이 자식만 낳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현모 그야 그렇죠. 저는 아시다시피 마음공부나 심리 상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자식 간 관계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강의도 듣고 하는데, 참 묘하게도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라 두려움도 있어요. 정확히 반반 공존하는 거 같아요.

영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저 역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을 떨치지 못했답니다.

현모 그런데 이런 당연한 고민을 남편이랑 두런두런 나누던 게 한 예능프로그램에 일부만 편집돼 나가고, 그게 또 단정적으로 기사화되면서 제가 ‘딩크족’(DINK: 일부러 자식을 낳지 않고 맞벌이를 하며 풍족하게 지내는 부부)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녔다는 거…. ㅠㅠ 모르시죠?

영대 아이고…. 그건 마치 미혼인 사람을 ‘비혼족’으로 단정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현모 개인적으로 ‘자궁을 적출해 버리라’는 둥 험한 댓글이나 쪽지도 받고, 하…. 적잖이 시달렸는데, 이제 좀 오해를 푼 거 같아요. 저는 딩크도 아니고 듀크(DEWK: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도 아니고, 아직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요!

영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인데.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 “준비 중이냐” 이런 질문 자체도 사실 큰 실례죠.

현모 오늘 참으로 ‘가정의 달’다운 토크를 한 것 같은데, 어버이날엔 뭐 하세요?

영대 책 원고 마감이 며칠 안 남아서 어머니에게 전화 드리려고요. 용돈만 먼저 송금했습니다! ㅎㅎ

현모 완전 디데이가 코앞이시군요.

영대
하루에 원고지 40매씩 쓰고 있어 무아지경이에요.

현모 아흑. 바빠서 같이 막국수도 못 먹으러 가고…. 언제 끝나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289호 (p60~62)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7

제 1317호

.12.03

위기의 롯데, 절대로 잘리지 않는 기업은 옛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