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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찍는 미국 수준 돼야 ‘이재명 공약’ 지킬 수 있어”

“기본을 기본이라 부르지 못하고…” 與 대선주자에 내린 기본주의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달러 찍는 미국 수준 돼야 ‘이재명 공약’ 지킬 수 있어”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5월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정책토크쇼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5월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정책토크쇼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5월 8일부터 나흘간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4%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26.2%)과 오차범위에서 다투고 있다. 당내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13.0%)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4.3%)를 크게 따돌렸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포퓰리즘 논란은 언젠가 겪을 문제”

이 지사는 5월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정책토크쇼에 참석해 “불평등 격차를 완화하며 공정성을 회복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안 그래도 국민의 삶이 버거운데, 민생이나 생활개혁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선 연기론도 일축했다.

상황은 이 지사가 웃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5~30일, 4월 23~30일 전국 유권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월 광역자치단체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는 62.5% 긍정 평가를 받아 17개 시도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0.8%p).

이낙연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이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적정생활기준 달성을 추구하는 ‘신복지체계’를 발표하며 이 지사와 선을 그어왔다. 그는 이 지사가 5월 4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자는 구상을 밝히자 이튿날 유튜브채널 ‘이낙연TV’를 통해 군 복무자에게 3000만 원 사회출발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평소 이 지사에게 쏟아졌던 “포퓰리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만 함께 받았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5월 12일 ‘주간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이 지사가 약속한 공약을 다 지키려면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재정과 같은 수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장가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형성 가능성이다. (대권주자들이) 돈을 직접 준다고 약속하면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더 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이 아닌, 국부펀드 조성과 연수익 7% 이상 약속하는 국민행복적립계좌를 공약했다.



경선에서 이 지사를 향한 공격이 도리어 본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포퓰리즘 논란은 이 지사가 언젠가 겪어야 할 문제다. 경선 단계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인 논쟁을 거치는 것이 오히려 본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 프레임’ 역시 여권 대선주자들이 주의하는 부분이다. 이 지사가 오래전부터 보편복지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키워온 만큼 해당 이슈로 경쟁하면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최근 여권 경쟁자들이 재정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사가 관련 담론을 선도한 분위기라 해당 주제로 다툴 경우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이 지사가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것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얘기하면 국민은 기본소득이 가져올 부작용이 실현될까 봐 걱정한다. 반면 다른 대권주자들이 재정 지원 공약을 발표하면 선거용 사탕발림이라 여기고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지레 짐작한다”고 말했다.

“기본 시리즈에 섞이면 곤란하다”

실제로 대권주자 중 이름에 ‘기본’이 들어가는 공약을 내세운 사람은 국민 기본자산제를 주장하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뿐이다. 국가가 신생아에게 일정 자산을 신탁하고,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가 이를 운용해 성인이 될 때 돌려주는 구상이다. 이 지사를 의식한 공약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김 의원은 5월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기본소득하고 기본자산이 이름이 비슷해 오해하는데,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기본자산’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여러 공약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적립형으로 돈을 모아 사회초년생에게 1억 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제도 구상이 대표적 예다. 다만 정 총리는 사회적 상속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공약에서 ‘기본’이라는 글자를 지웠다. 5월 6일 김두관 의원과 가진 조찬 모임 후 김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자산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인식을 같이했다. 공동 토론회를 제안했더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 말했다”고 밝혔지만, 정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따로 발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기본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 주의하는 측면이 있긴 하다. 기본자산과 기본소득이 사촌지간 정도 돼 비슷하게 보일 여지가 있지만 (미래씨앗제도는) 적립형에 방점을 찍은 만큼 기본소득과 설계가 다르다. 당장 표를 줄 수 없는 미래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부분도 차별점이다. 이를 전하기 위해서라도 ‘기본 시리즈’에 섞여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89호 (p14~15)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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