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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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新현상 엔딩요정 “팬 서비스가 ‘초과근무’로 변질되지 않길”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4-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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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인기가요’에서 ‘엔딩요정 파업’ 문구로 엔딩을 장식한 샤이니 키. [인기가요 캡처]

    SBS ‘인기가요’에서 ‘엔딩요정 파업’ 문구로 엔딩을 장식한 샤이니 키. [인기가요 캡처]

    ‘엔딩요정’이라는 것이 있다. TV 음악방송에서 아티스트가 퍼포먼스를 마친 뒤 카메라를 바라보며 뭔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이는 무대에서 전화가 온 척 몰래 받는 시늉을 하다 “엄마, 잠깐만”이라고 말한 뒤 카메라를 진지하게 바라본다. 어떤 이는 머리를 쓸어 올리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놀라는 연기를 한다. 어떤 이는 ‘오늘은 내가 엔딩요정’이라고 쓴 종이를 펼쳐 보이기도 하고, 다른 아티스트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는 허둥대다 미처 종이를 꺼내지 못해 다급하게 “잠깐만요”라고 입모양으로 외치는 사이 화면이 넘어가기도 한다. 대체로 실없고 무해한 유머다. 팬들 사이에서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로 여겨지며 유쾌하게 회자된다.

    왜 ‘요정’일까. 원래 이 개념은 격렬한 무대를 마치고 숨 가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제는 음악방송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2016년 Mnet의 아이돌 연습생 경연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본격화했다고 할 수 있는데, 퍼포먼스가 끝난 뒤 아티스트를 좀 더 오래 보여주려고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시청자 투표를 받다 보니 여러 명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단독으로 비추느라 그 시간이 더 길어졌다. 마침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은 여성 연습생들이 대상이었고, 그래서 더 찜찜한 뒷맛이 남기도 했다. 숨을 헐떡이는 여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격한 퍼포먼스 뒤에도 흐트러짐 없이 ‘예쁜’ 얼굴을 보여주길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팬덤과 소소한 소통, 엔딩요정

    최근 엔딩요정은 이제는 자리 잡은 이 관행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를테면 감성적 발라드를 부른 뒤 댄스 가수처럼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직접적인 패러디다. 올봄 엔딩요정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특별히 거부하지 않는다. 실없는 유머를 보여줘 기대를 살짝 배반하는 대신, 팬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팬 서비스를 한다. 엔딩요정을 패러디한 것을 다시 엔딩요정이라고 부르다니, 찜찜하던 엔딩요정을 ‘덮어쓰기’한 것 같아 반가운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런 팬 서비스는 현 미디어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팬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가 일상이 됐으니 말이다. 엔딩요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팬덤 플랫폼을 통해 빈번하게, 쉼 없이 이어지는 소소한 소통이 무대 위로 올라온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방송국 출입구에서 벌어지는 소위 ‘출근길’처럼, 아이돌의 노동 현장이 무대 위 퍼포먼스에서 그 주변부로 점점 확대되는 맥락 위에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티스트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여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티스트가 사생활을 쪼개가며 메시지 서비스에 활발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팬들의 항의를 받는 시대다. 아이돌이 기본 업무 외에 추가로 노력하고 서비스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일만은 경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까지는 무해한 재미로 인식되는 듯한 엔딩요정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이를테면 최근 어떤 이는 ‘엔딩요정 파업’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엔딩요정을 했는데, 우리 케이팝산업은 필요한 경우 아티스트가 일정 업무를 ‘파업’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돌의 팬 서비스가 아이돌의 ‘초과근무’로 변질되지 않는 환경을 바라며, 일단은 이 유쾌한 신(新)현상을 즐겁게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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