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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 김종인, 궁극의 ‘매직’ 이뤄낼까

사퇴담화문 국민의힘 ‘객체화’에서 읽히는 김종인 다음 행보

  • 곽대중 칼럼니스트

윤석열 + 김종인, 궁극의 ‘매직’ 이뤄낼까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차르’는 떠났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압승이 확인된 다음 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사를 떠났다. 어쩌면 김종인은 간파하기 쉬운 사람이다. 자기가 말한 그대로 행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기나긴 정치 생명을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행보도 언론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을 치를 만한 정치적 기반을 다지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수차례 예고한 것을 그대로 실천한 것에 불과하다. ‘직진’ 김종인 선생이다.


박영선 누른 오세훈  … ‘김종인 매직’ 저력

김종인 없는 ‘서울시장 오세훈’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 연말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순위 맨 끝자락에 있었다. 12월 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후보 적합도는 24.9%. 오 시장은 9.2%에 불과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경원 전 의원에게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당내 1차 경선에서도 졌다. 그런 오세훈이 나경원을 뒤집고 다시 안철수를 뒤집고, 끝내 박영선까지 눌렀다. 3개월 전까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차근차근 이뤄진 것은 ‘김종인 매직’이라는 표현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혹자는 안철수에 대한 김종인의 구원(舊怨) 운운하지만, 이는 김종인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탓이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올 때부터 김종인은 “민주정치는 굳건한 양당 체제를 기둥으로 발전한다”며 “그 기둥 가운데 하나가 완전히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야당으로 오게 됐다”(지난해 7월 14일 관훈클럽 토론회)고 설명한 바 있다. 엄격한 현실주의자 김종인은 ‘인물’ ‘바람’이 아닌 ‘정당’이 주축이 돼야 대선이라는 큰 판을 준비할 수 있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국민의힘 자체 힘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심지어 “3자 대결에서도 우리가 이긴다”고 고집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당 안팎의 반발이나 언론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야당 재건’ 역할을 맡은 김종인이 그동안 했던 일은 딱 두 가지. ‘수도권’에 집중하고 보수정당을 ‘중간’으로 돌려놓은 일이다. 광복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수도권은 늘 승리를 위한 교두보였다. 수도권 민심은 당락의 바로미터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고, 고학력자가 많으며, 다양한 지역 출신이 뒤섞여 있어 조직력을 통한 여론 조작 및 통제가 불가능한 표밭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선거를 치른 김종인도 항상 지적하는 바다. 

국민의힘 정강정책 제1조 1항으로 ‘기본소득’을 천명한 것,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수차례 방문해 무릎까지 꿇으며 반성한 것,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 모두 ‘수도권 공략’이라는 큰 틀에 따른 것이었다. 때마침 누구도 예상 못 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대까지 만들어졌다. ‘정권심판’ 여론을 수도권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종인으로선 계획한 바를 모두 이룬 셈이다.




“국민의 힘, 아직도 부족한 점 투성이”

그런데 김종인의 이번 비대위원장 사퇴담화문을 살펴보면 미묘한 뉘앙스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마치 국민의힘을 제3자 다루듯 객체 삼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담화문에서 김종인은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위해 그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투성이”라고 장외 평론가처럼 말한다. 국민의힘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마라”는 당부와 함께 “내부 분열과 반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그것으로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 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아직 국민의힘 내외부에 많다”고 정면 공격하는 내용이 새삼스럽다. 이 대목에서 김종인의 다음 행보를 읽을 수 있다. 

김종인은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날까. 자연인이 된 윤석열이 때마침(?) 역시 자연인이 된 김종인과 손을 맞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김종인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면 이렇게 예측해볼 수 있다. 윤석열이 김종인을 찾기 전 김종인이 윤석열을 먼저 찾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이 김종인과 만난 방식이 모두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의 자택 문을 두드리며 말 그대로 삼고초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김종인은 “윤석열이 찾아오면 만날 것”이라는 식으로 대답했을 뿐, 자신이 찾아가겠다는 뉘앙스로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아쉬우면 오라’는 것이다. 팔십 노정객의 노련함이자 아쉬울 것 없는 쪽의 선택이다. 

김종인이 떠난 국민의힘은 어떻게 될까. 당권과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안철수계가 합류해 새로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이 보인다. 김무성, 이재오 등의 합종연횡이 있을 것이고, 홍준표 의원의 합류 역시 예상된다. 다시 ‘그 옛날 그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 그 와중에 윤석열이 김종인을 찾아가고, 김종인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판을 펼친다면? 그 후 국민의힘을 빨아들이며 반(反)문재인 대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김종인 매직’이 만들어질 것인지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1284호 (p12~13)

곽대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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