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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고 · 고려대 동문, 야권 ‘대선 승리’ 디딤돌 놓았다

“의협심 가득한 범생이” 오세훈, “농구 좋아한 리더” 박형준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대일고 · 고려대 동문, 야권 ‘대선 승리’ 디딤돌 놓았다

3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 부산시장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단]

3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 부산시장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취재단]

대일고·고려대 출신 두 인물이 서울, 부산 수장을 맡았다. 두 도시 41개 선거구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를 따돌린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각각 57.5%, 62.7%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거에서 완승했다. 대일고·고려대 동문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다시금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위중한 시기에 다시 일할 기회를 준 것은 산적한 과제를 빠른 시일 내 능수능란하게 하나씩 해결해 정말 고통 속에 있는 많은 서울 시민을 보듬어달라는 지상명령으로 알고 받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4월 7일 오후 11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시민들의 지지가 나 박형준이 잘나서,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지 않는다. 저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바짓단 복숭아 뼈 위에…”

오 시장과 박 시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각각 서울시장,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맡아 시정과 국정을 경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곳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던 대일고(현재는 강서구로 이전)다. 박 시장은 대일고 3회 졸업생으로 오 시장의 한 학년 선배다. 박 시장이 1978년 대일고 졸업 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했고, 오 시장 역시 한국외대 법대 입학 다음 해인 1980년 고려대 법대에 편입했다.

1994년 두 사람은 잠시 다른 길을 걸었다. 오 시장은 MBC 생활법률프로그램 ‘오변호사 배변호사’를 진행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으며, 박 시장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다. 이내 두 사람은 정치권에서 만난다. 오 시장이 먼저 16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입성했다. 이번 보궐선거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과 고교 후배인 황정일 전 서울시 시민소통특보가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수영구에 출마,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차떼기당’ 논란 이후 당에 불만을 표하며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에게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한 사람 역시 대일고 선배인 박 시장이다. 당시 동기생을 중심으로 대일고 동문 20~30명이 주요 행사장을 다니며 오 시장을 도왔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동기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오 전 시장의 급우 A씨가 대일고 동문들에게 오 시장이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나서준 일화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당시 좀 노는 학생들 사이에선 바짓단을 길게 입는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그의 바짓단은 복숭아 뼈 위로 훌쩍 올라가 있었다. 복장 규정 그대로였다. 이쯤 되면 캐릭터가 짐작될 것이다. 유약한 범생이로만 봤는데 그 속에 숨은 의협심이 가득하고 의분 같은 게 느껴졌다. 이 의협심이 언젠가는 좀 더 큰 차원에서 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대일고 동문들에 따르면 오 후보는 학창 시절 지금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학생은 아니었다. 동문들은 오 시장의 가정형편이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어머니의 베갯잇 장사를 도와준 경험 때문인지 조숙했다고도 회상했다. 다만 모교에 대한 애정이 커 졸업 후 동문을 모으는 구심적 역할을 맡았다. 오 시장이 대일고 출신 송상호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동생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와 연애 끝에 결혼한 점 역시 모교에 대한 애정을 더하는 요소였다. 오 시장은 첫 서울시장 도전을 앞둔 2006년 스승의날에 옛 은사인 이태준 대일고 교장의 자택을 방문해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오 시장의 고교 후배인 이종현 롯데건설 전무는 “오 시장은 동문들을 모아 은사인 이태준 선생님 집 다락방에서 직접 회칙을 만들어가며 동창회를 발기했다. 총동창회에 꼭 얼굴을 비추는 등 애정이 상당하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앞두고도 동문들과 모여 상의했다. 당시 동문들은 오 시장의 서울시장 도전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농구”

박형준 부산시장은 오 전 시장보다 활발한 이미지였다. 박 시장은 정치권에서도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린다. 2017년 JTBC ‘썰전’에서 테니스, 축구, 농구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특기로 ‘노룩패스’를 꼽기도 했다. 박 시장은 국회의원 재임 시절 보좌관들과 함께 농구를 즐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일고 동문들이 기억하는 학창 시절 박 시장의 이미지 역시 비슷했다. 점심시간마다 친구들을 이끌고 농구를 하던 리더십 있는 학생이라는 것. 박 시장의 급우 B씨는 “학창 시절 박 시장은 정말 잘 웃고 또 그 모습이 예쁜 사람이었다. 성품이 원만해 여러 사람과 두루 잘 지냈다. 이야기할 때 균형도 잘 잡고 합리적인 친구였다”며 “운동을 잘했는데, 특히 농구를 좋아해 점심시간마다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친구들과 농구를 했다.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포용심과 스킨십이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박 시장의 고교 시절 친구로는 대구지방검찰청장을 지낸 신종대 법무법인 청림 고문변호사가 꼽힌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역시 박 시장의 대일고 동기다. 

대일고 출신은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물론 박태진 JP모건코리아 대표,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역시 두 시장과 동문이다.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3월 29일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대일고 출신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두 대일고·고려대 출신 정치인이 야당 시장으로서 어떤 시정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1284호 (p6~7)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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