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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공급 대책, “수요자 배려하는 유럽과도 딴판”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임대주택 공급 대책, “수요자 배려하는 유럽과도 딴판”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동아DB]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동아DB]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되자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과 국민들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정부는 11월 19일 향후 2년간 전국에 공공임대 11만4000가구(수도권 7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11·19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2021년 상반기까지 4만9000가구(수도권 2만4000가구)를 우선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공공임대 3만9000가구(수도권 1만6000가구)를 찾아내 현행 기준에 따라 수요자에게 공급한다. 공공임대 주택 중 빈 집은 전세로 전환해 12월 말 입주자 모집, 내년 2월 입주 일정으로 진행한다. 또한 민간 건설사가 약정 물량을 지으면 LH 등이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신축 매입 약정을 통해 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 7000가구(수도권 6000가구)를, 공공전세 주택을 활용해 3000가구(수도권 25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공공전세 주택은 주변 시세의 90% 이하의 보증금으로 최대 6년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무주택자라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두 입주를 허용할 예정이다. 

2021년 하반기에는 공실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활용해 2만6000가구(수도권 1만9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2022년에는 신축 매입 약정 2만3000가구(수도권 1만7000가구), 공공전세 주택 9000가구(수도권 6500가구), 공실 리모델링 7000가구(수도권 5000가구) 등 총 3만9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전세대책 먹힐 가능성 낮아

하지만 24번째 대책도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1·19대책 발표 하루 전날인 18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꾼다는 정부 방안을 언급하자 이에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반발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에서 악의적인 보도가 있다”고 말한 뒤 “근본적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이라고 딱 찍은 게 아니라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호텔을 개조해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런던이나 여러 유럽의 대도시에서 임대주택 확대 정책으로 활용한 정책으로 단기적인 추가적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1%가 이번에 발표된 전세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인은 “공실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을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내놓는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강남에서는 아마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여러 가구가 밀집해 섞여 있는 형태를 원치 않을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삼성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인도 “임차인의 입장에서 그런 집을 선호할 리 없다”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세 아파트 공급’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11만4000가구 공급 방안 중 민간 아파트 물량은 없으며, 임대주택 공실 물량 3만9000가구 중 아파트가 일부 있지만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아파트이기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테이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데도 주거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주택 고령화 때문”이라면서 “공공임대 보급보다는 질 좋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또한 전세대책과 관련해서는 “당장 매입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질이 떨어지는 것들일 텐데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며, 임대 기간이 지난 후 매입 물량 처리 방법에 관해서도 나와 있지 않아 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11만4000가구 공급이라는 양적 목표는 평가할 만하나 시행 방법이 나오지 않아 2년 내에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고 원장은 “매입 임대방식의 경우 기존 대책의 재탕일 뿐 아니라 요즘처럼 집값이 오른 상황에 매입 가격에 맞춰 낮은 가격으로 집을 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 3만9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하는데 위치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공실 물량 대부분이 원룸 크기로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 원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려면 질적 전환이 필요한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나온 대책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주택소유율은 56.3%에 불과하다. 총 가구 2034만3000가구 중 1145만6000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0.1%p 상승에 그친다. 집 없는 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곳은 서울이다. 가구 주택소유율이 48.6%로, 전년 대비 0.4% 하락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꺼냈지만 임대주택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2018년을 기준으로 148만4000호다. 공공임대주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건설, 매입 또는 임차하여 공급하는 주택으로 임대 또는 임대한 후 분양전환을 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세부적으로 보면 최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영구 및 50년 임대주택을 비롯해 저소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국민임대주택(30년), 젊은 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한 행복주택(30년, 입주계층에 따라 거주기간 결정), 전세 계약 방식으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20년),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5년·10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공급하는 기존 주택매입임대주택(20년), 기존주택을 임차하여 저소득 서민에게 전대하는 기존주택전세임대주택(20년) 등이 있다.

중산층도 입주하는 파리의 사회주택

파리의 대표적 부촌인 16구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 [동아DB]

파리의 대표적 부촌인 16구에 위치한 공공임대주택. [동아DB]

여당 의원들이 말하는 유럽식 모델은 한국에서 얼마나 적용할 수 있을까. 파리 제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최민아 씨에게 물어봤다. 그는 최근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주택 분야가 아닌 건축과 도시계획 전문가인 그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집값이 비싼 파리 유학시절 아이를 키우면서도 겪지 않은 집 없는 설움을 귀국 후 10년간 일곱 번 이사를 다니며 겪은 것이 책을 쓴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가 볼 때 우리나라는 ‘전세 난민’ ‘영끌’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다. 이는 질 좋고 저렴한 임대주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임대주택 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국민임대주택은 소득 4분위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60제곱미터 이하인 주택은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70% 이하에게 공급되기 때문에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을 받는 맞벌이 부부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살기 쉽지 않다”면서 “설혹 대상이 된다 해도 도심 내에 골고루 퍼져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임대주택에 들어가 사는 것을 주저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경험한 파리의 사회주택은 우리나라와는 운영 방식이 크게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서민이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시나 공공기관 또는 비영리적 민간기업이 건설하고 임대해주는 집을 사회주택이라 부른다. 국민의 약 70%가 사회주택에 입주할 자격을 갖고 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살 수 있다. 같은 평형에 거주를 해도 각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내는 임대료가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소득을 기준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개별 주택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에서 보조금을 준다. 임대료가 올라가면 그에 맞춰 보조금도 올라간다. 프랑스 정부에서 임대료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고 임대료 인상도 매년 5%로 제한하는데 그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11·19 전세대책 가운데 하나로 “상가나 오피스텔, 호텔을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이미 런던이라 유럽의 여러 대도시에서 활용하는 정책”이라는 정부 당국의 설명과 관련해 그는 “유럽은 한국처럼 건물이 주거용, 상업용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의 건물 아래층에는 상가나 사무실이 있고 위층에는 주거시설이 있는 혼합 형태이다 보니 상가나 사무실에 공실이 생겨 주거시설로 개조한다고 해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사회 위해 주거안정 해결돼야”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 시 일정 비율 임대주택을 짓고 있으나 프랑스에서는 그 방식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같은 아파트라도 임대아파트는 동을 구분해 지어 임대임을 알 수 있으나 프랑스에서는 같은 동, 같은 평형에 자가와 임대가 공존해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임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의 공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소득 수준에 따른 생활 패턴의 차이로 음주와 소음 등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모두 분리를 희망했다고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려면 분양과 임대를 섞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LH에서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과 임대를 섞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파리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대부분의 지역에 30%의 비율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만약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사회주택 30%를 지으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면서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해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개인의 자유, 경제적 이익 제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에서도 궁극적으로 자기 집 갖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임대주택이 자가 소유로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덧붙였다.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그 돈을 갚는 데 도움이 되도록 개별 주택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고 만약 몸이라도 아파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시 되사준다고 한다. 

“임대할 때 자가 전환이 전제되면 아무래도 집을 깨끗하게 사용하니 관리회사는 유지보수비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요. 임대인이 집을 매입하면 관리기관은 그 돈으로 다시 싼 집을 사서 수리해 임대를 할 수 있고요. 이렇게 전체적인 순환까지 이뤄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부러운 점 같아요.”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10%인인데 반해 파리는 22%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우선 집부터’는 현 프랑스 정권의 핵심 모토”라면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가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터전이 돼야 하고,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가 보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1266호 (p12~16)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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