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8

2020.09.25

허점투성이, 병실 1인 1보호자 시스템

“외래진료 왔다” 말하면 출입 가능, 스크린도어 출입증 폰으로 찍어 공유하기도

  • 김유림 기자 고동완 인턴기자

    입력2020-09-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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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대학병원 본관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입원 환자의 경우 간병인 혹은 보호자 1명만 면회가 가능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뉴스1]

    서울 한 대학병원 본관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입원 환자의 경우 간병인 혹은 보호자 1명만 면회가 가능하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취약시설의 외부인 방문이나 면회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지침에 따라 병원은 대부분 간병인과 출입증을 소지한 보호자 1명을 제외하고 입원 환자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보호자라 하더라도 병실 밖에서 전화통화 등으로 안부 인사 정도만 나눌 수 있을 뿐, 환자와 대면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이러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계단 통하면 제지없이 출입 가능

    특히 입원 병동에 스크린도어가 없는 경우 외부인 출입을 원천봉쇄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외부 감염을 차단하고자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동 내 스크린도어 설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여전히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은 병원이 많다. 이런 경우 주로 간호사 등이 외부인 통제 업무를 맡지만, 출입로가 일원화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철통방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9월 초 기자가 방문한 서울 중구 소재 A병원 역시 마음만 먹으면 외부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병원은 간병인 혹은 보호자 1명만 환자와 접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날 기자는 간병인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보호자가 환자와 만나 대화까지 나누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보호자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병실 복도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환자를 부축하고 병실로 들어간 이 보호자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침대에 눕혔다.

    A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의 병문안 규칙을 묻는 질문에 “24시간 면회가 일절 금지된 상태라 면회객은 병원에 올 수 없다”면서도 “몰래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람까지 체크하기는 힘들다”고 푸념했다. 이날 기자가 목격한 보호자도 계단을 통해 올라와 간호사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비단 A병원뿐 아니다. 8월 부산 B병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에서 면회는 보호자 한 명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돌아가면서 면회를 오고 있다’는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이 글 밑에는 ‘외래진료를 본다고 거짓말을 하고 입원실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현재 병원은 면회객 관리 업무를 대부분 간호사에게 맡기고 있다. 하지만 근무 여건상 수시로 병실을 오가며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들이 간병인 내지 보호자의 출입 여부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35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최모 씨는 “요즘 같은 때 간호사에게 떨어지는 업무지침이 어마어마하다”며 “환자를 돌보는 사이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바코드 도용해 면회하는 사람들

    현재로선 외부인에 의한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크린도어 설치다. 스크린도어 개폐용 단말기에 무선인식(RFID) 카드를 갖다 대야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에 등록한 보호자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8월 25일부로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은 현재 외부인과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병동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개방된 병동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적십자병원 관계자는 “감염 위험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혹시 모를 오염원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문 설치를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 면회객을 살피고, 간호사들이 환자의 이동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고 해서 외부인 출입이 완벽하게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편법이 가능한 탓이다. 직장인 김모 씨는 “얼마 전 아버지가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데, 같이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 중 일부는 병실 출입 허용 바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간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병원 관계자는 “최근 바코드를 도용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병실 입구에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했다”며 “설령 바코드를 찍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병동 입구에서 제지를 당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출입증에 기록된 인물과 실제 인물을 완벽하게 구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한 대형병원 보안팀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단말기가 사진이 아닌 실물 카드만 인식하게끔 추가로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입원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도 별도의 보안요원을 두는 등 병원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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