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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뿐, 인류 멸종 예방법은 있나 [책 읽기 만보]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뿐, 인류 멸종 예방법은 있나 [책 읽기 만보]

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해나무/ 324쪽/ 1만6500원

46억 년을 버텨온 지구가 파괴되고 있다. 수없이 먹고 버린 닭 뼈,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대규모 멸종 사태, 갈수록 강력해지는 기후 재난, 순식간에 퍼지는 신종 전염병, 사람으로 빽빽한 도시…, 2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가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 남긴 흔적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너무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인류가 지배하는 지금의 지질시대를 말한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 한 과학회의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새로운 지질학적 용어를 통해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역사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지구는 46억 년 전, 우주의 소용돌이치는 가스와 먼지 구름이 모여 만들어졌고 인류가 나타나기 전까지 운석 충돌, 화산 폭발, 빙하기 도래 등으로 모든 생물의 70~90%가 사라지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인류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예고되고 있다. 

2020년 1월 1일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두꺼운 연기로 뒤덮였다.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들불이 4개월 넘게 지속되며 캔버라의 대기질 지수는 위험수준으로 간주되는 200을 넘어 3400이라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다. 들불이 많은 호주의 특성상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경험이 풍부하지만 이번 화재는 더 크게, 강하게, 심각하게, 통제가 어려운 특징을 보였다. 바로 인류세의 재앙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인류는 1950년대부터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 올라간 대신 지구 시스템을 통제 불가능한 시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시대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이 질문의 답을 찾아서 전 세계 곳곳의 인류세 현장을 찾았다. 제작진은 영국에서 닭 뼈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를 만나고, 말레이시아 정글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과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연구자들을 취재하고, 하와이에서 인류세가 낳은 새로운 암석(그물과 밧줄, 산호, 조개껍질,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플라스틱 통, 미세플라스틱 알갱이 등이 어두운 돌에 결합)을 발견한다. 지구를 1억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라는 인도네시아의 붕인섬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다. 대한민국 또한 명백한 인류세의 현장이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고무줄을 먹는 울산 태화강변의 떼까마귀, 플라스틱으로 장이 파열돼 죽은 서해의 바다거북, 플라스틱 부표를 분해해 먹는 거제도 해변의 갯지렁이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인류세: 인간의 시대’는 지난해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진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목격한 생생한 현장의 기록, 인류세 현장과 인간의 미래를 마주하면서 느낀 심경 등을 담고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도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이 9%에 불과하다는 사실 앞에서는 절망감마저 든다. 그럼에도 문명의 붕괴를 분석하고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온 세계적인 석한 제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의 말은 희망을 준다. 



“저는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긍정적입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 만든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 소행성 충돌 같이 우리가 어찌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아니에요.”





주간동아 1258호 (p78~78)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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