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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으로 중위권 사라진 ‘교육 양극화’

교사‧학부모 “코로나 장기화로 교육격차 심해졌다” 한목소리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원격수업으로 중위권 사라진 ‘교육 양극화’

  • ● ‘집콕’ 아이는 게임 삼매경 vs 학원 간 아이는 ‘열공’
    ● 학습 격차 현실화…중위권이 사라졌다!
    ● 학부모들, “2학기 땐 실시간 쌍방향 수업 도입해야”
    ● 정부는 원격수업 아카이브, 교육청은 플랫폼 만들어야
5월 14일 경기 성남시 운중중 학생들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5월 14일 경기 성남시 운중중 학생들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힘들어진 지 5개월이 넘었다. 4월 초유의 원격수업이 시작되고 6월 간헐적 등교수업이 전 학년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교사별 편차나 학부모․사교육 조력 여부 등에 따라 교육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교육부는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은 전교생 3분의 1 이하, 고교는 3분의 2 이하 등교하는 이른바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에 고3을 제외한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혹은 격주로 등교한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 일부 학교는 원격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해 실시간 원격수업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학습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2학기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에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주부 최모(50) 씨는 고1 아들의 공부 문제로 고민이 깊다. 최씨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반 아이들이 두 팀으로 나눠 격주로 등교하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는 주에는 영락없이 학습태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최씨는 “중학교 3학년 말쯤 될 때부터 정신을 좀 차리고 공부를 한다 싶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이 난리가 나는 바람에 아이 스스로 학업 의욕이 많이 꺾인 것 같다”며 푸념했다. 이어 최씨는 “등교 횟수는 절반 밖에 안 되는데 진도는 그대로 나가야하니, 아이가 주요 과목도 따라가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염창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김모(44) 씨도 중2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김씨의 아들은 1주일에 4일(월‧화‧수‧목요일) 몰아서 등교하고 2주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 ebs 강의나 e-학습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고 학습지를 푸는 방식이다. 

김씨는 “온라인 강의는 재생시간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아이가 제대로 학습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면서 “그나마 전업주부들은 옆에서 아이가 공부하는 봐주기라도 할 텐데, 나 같은 직장맘은 하루 종일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조르는 것도 큰 스트레스다. 김씨는 “컴퓨터 사용 원칙을 놓고 아이와 숱하게 싸운 끝에 이제야 겨우 자리 잡았는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EBS 방송도 못 듣는 아이들


전업주부라고 해서 학습 공백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초등학부모 최모(38)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 가질 않으니 그 시간에 학원을 더 보내겠다는 엄마들이 많다”며 “영어나 수학 말고도 국어, 과학, 사회 학원까지 보내 학습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인데, 2학기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학원 다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실력 차가 확 벌어질 것 같다”고 푸념했다.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5월 23~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다수(65.4%)는 온라인 수업 내용을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2%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화됐다고 답했다. 

교사들 역시 학습공백 및 교육격차에 우려를 표한다. 특히 가정에서 학습을 돌봐줄 어른이 없는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 결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서울 상암동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을 보는데, 온라인 수업 때 내준 숙제 결과물만 봐도 가정에서 학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며 “어떤 아이는 학원에 다니며 선행까지 하는 반면에 어떤 아이는 EBS도 제대로 안보고 학습지도 안 풀어 오는 등 차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성적 중위권이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안감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 18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상위권과 중위권 격차가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 상위권인 1등급 학생 비율은 8.7%로 지난해 수능(7.4%)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2~4등급 학생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영어는 원점수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등 절대평가로 치러지기 때문에 점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등급별 비율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영어 1등급 비율이 늘어난 것과 반대로 영어 2등급 학생 비율은 12.1%, 3등급 16.7%, 4등급 16%로 모두 전년 수능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수능 때 2~4등급 비율은 각각 16.2%, 21.9%, 18.5%였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수학 가형은 전년도 수능에서 0.58%였던 만점자 비율이 이번 6월 모평에서는 절반 이하인 0.21%로 떨어졌다.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와 평균점수 차이를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점수가 내려가 표준점수가 상승한다)도 134점에서 143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수학 나형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으로 지난해 보다 9점 내려가긴 했으나 만점자 비율이 1.21%를 넘은 것으로 보아 시험 문제가 다소 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학 나형의 만점자 비율은 0.21%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중하위권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교육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학습능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도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지난 6월 중순 치른 중간고사 결과를 두고 “중위권이 사라졌다”고 평했다. 이 교사는 “특히 수학 시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시험 문제를 비교적 쉽게 냈는데도 아예 문제를 풀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중위권이 너무 많아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였던 반면에 지금은 웬만큼 중위권을 유지하던 아이들마저 다 하위권으로 내려온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문제는 교사가 수업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박모 수학 교사는 “보통 학교 수업은 중위권을 중심에 놓고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중위권 자체가 사라지면 수업 난도를 어떻게 책정해야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중위권 학생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학생들이 수업의 부재로 하위권으로 떨어져버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과거로 회귀한 평면적 수행평가


중간‧기말고사 외 수행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 만수동 소재 한 중학교 박모 교사는 “과거에 3번 할 수행평가를 지금은 1‧2개 정도, 그것도 단순한 지식 위주의 평가 밖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모둠별 혹은 팀별로 진행하던 협업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이 코로나19로 불가능해진 탓이다. 박 교사는 “기껏해야 독후감 쓰기 등으로 수행평가를 대체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질적으로 많이 향상됐던 수행평가 방식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중고교생뿐 아니라 초등생의 학력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심지어 초1부터 중1까지는 학생의 학력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마저 없는 상태다. 진보 교육계를 중심으로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학업성취도평가, 중간‧기말고사 등 사실상 모든 평가를 없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초등 5학년 학부모 김모 씨는 “아이가 성실한 편이긴 하지만, 시험이 없으니 제대로 잘 따라가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 특히 사회나 과학 등은 초등 고학년부터 잡아줘야 하는데 학교 수업을 제대로 못 들으니 나중에 ‘구멍’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제안한다.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공염불에 그쳤던 ‘실시간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때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언택트(비대면) 수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년 전 이명박 정부는 초중고의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도서벽지 학생들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모든 학교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원격수업에 대한 논의는 큰 진척 없이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그러다 2020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열리면서 원격수업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다시 일고 있다.

비대면 수업용 교육 콘텐츠 필요


현재 실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 소재 중학교 임모 교사는 “교사들의 적응력이 놀랄 만큼 빠르다”며 “온라인 개학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교사 대부분이 쌍방향 수업을 일상의 업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출석 확인도 5분이면 끝나고, 칠판과 분필 대신 와콤 태플릿PC와 전자펜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업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초중고 전체의 12.9%에 불과하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여름방학이 쌍방향 원격수업 준비의 골든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충남 서산 한 고등학교 교사는 “1학기는 교사나 아이들이나 갑작스럽게 시작된 온라인 개학에 정신이 없었지만 2학기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려면 여름방학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 교육청을 통해 전달받은 사항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학기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교육청, 교사단체 등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 확산 추이를 보고 온라인 수업을 계속 유지할지, 정상 등교할지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학습 격차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을 언급한다. 취약계층 학생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은 전국 교육청이 멘토 2000여명을 채용해 기초학력 등에 문제를 겪는 취약계층 학생 4만 명을 돌봐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원격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원격으로 도와준다는 개념이어서 학습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통해 ‘원격교육 역량 강화 및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으로 2708억 원을 확보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까지 전국 초중고 약 20만 개 교실에 고성능 무선망을 구축하고, 노후 컴퓨터 20만 대를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함께 원격수업 콘텐츠의 질 향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교사 대부분은 EBS나 유튜브 등 외부 온라인 강의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제작된 것으로 정상적인 등교가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활동보다는 지식 및 정보 전달 중심으로 강의가 구성돼 있고, 진도도 빨라 학교 수업과 ‘따로 논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 맞는 원격학습 플랫폼을 따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교육부는 양질의 온라인 학습 콘텐츠 아카이브를 만들고, 교육청은 교사들의 실시간 원격수업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김 교수의 말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to 부정사’를 배운다고 하면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아카이브에 접속해 선생님이 지정해준 동영상 수업을 들은 뒤,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선생님과 다시 to 부정사 활용법을 연습한다. 두 과정을 거치고도 수업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학교에 따로 등교해 추가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기존 우열반과 달리 학생 개개인의 실력에 맞춘 일대일 수업도 가능해 공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시간 원격수업 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되면 부모의 조력 없이도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등교하는 것과 똑같이 일정한 시간에 원격수업 플랫폼에 접속해 선생님 지시에 따라 아카이브 자료를 시청하고 수업을 받으면 학교에 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은 ‘교육 평등’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서울 시내 한 고교 최모 교사는 “기존 대면수업에서는 취약계층 아이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원격수업이 제대로 정착되면 가정형편상 학습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아이를 좀 더 살뜰히 살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간동아 1249호 (p26~2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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