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9

2020.07.24

中 위성항법 ‘베이더우’ 완성, 한반도도 손금 보듯 들여다본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에 이어 4번째 자체 위성항법시스템…100개 이상 국가에서 이용 가능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07-16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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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의 마지막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China Daily]

    중국이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의 마지막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China Daily]

    중국 인민해방군은 1996년 3월 8일 대만 남북부 양대 항구인 가오슝(高雄)과 지룽(基隆), 진먼다오(金門島) 앞바다를 향해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중국의 의도는 3월 23일 실시되는 대만의 첫 직선제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을 주장해온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당선을 저지하고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 인민해방군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한 발은 지룽에서 18.5km 지점을 타격했지만 나머지 두 발은 목표 지점에서 상당히 벗어난 엉뚱한 해상에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미사일에 장착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해 전달되는 위치 정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은 엄청난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외국이 장악한 우주 군사시설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고 25년 내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6월 23일 쓰촨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3호 운반로켓을 이용해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北斗衛星導航系統․BDS)’(이하 베이더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지막 위성을 발사해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베이더우는 북두칠성의 앞 두 글자를 말한다.

    4번째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베이더우 시스템용 위성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7년 4월 14일 위성 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지금까지 모두 인공위성 55개를 발사했다. 이번에 완성된 베이더우 시스템은 이 가운데 위성 35개로 운영된다. 중국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한다.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은 3단계 전략으로 추진됐다. 중국 정부는 2007년 첫 위성 발사 후 자국을 대상으로 1차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2년 말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2차 베이더우 시스템을 운용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3차 베이더우 기본 시스템을 완성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들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대했고 이번에 모든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GPS), 러시아(글로나스), 유럽연합(갈릴레오)에 이어 4번째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됐다. 베이더우 시스템 책임자인 양창펑(楊長風) 총설계사는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은 우주 강국으로 가는 기념비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GPS는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이 현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항공기, 선박, 차량 운행에 널리 이용될 뿐 아니라 기상, 어업, 임업은 물론, 토목 측량이나 등산길 안내, 금융 서비스 등에도 유용하다. 스마트폰과 5G(5세대), 그리고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가치도 엄청나다. 

    GPS는 민군 겸용이 가능하며, 각종 미사일 발사 때 목표물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준다. 또한 전투기, 함정, 무인공격기, 지상 전투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 GPS를 개발해 군사 분야에 사용해오다 1993년부터 민간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해왔다. 

    중국이 베이더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 GPS와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위원셴(郁文賢) 상하이 베이더우위성항법혁신연구원 원장은 “미래에는 GPS와 베이더우 시스템을 겸용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두 시스템이 서로 치열하게 대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은 베이더우 시스템 서비스 지역을 현재 100여 개국에서 차츰 넓혀가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우주로 쏘아 올린 베이더우 위성은 55개, 위성항법시스템 관련 특허는 7만5000건으로 세계 1위다. 중국은 미국(GPS는 위성 31개)보다 많은 위성을 운용한다는 점을 내세워 전 세계를 대상으로 24시간 고정밀 위치․시간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5월 베이더우 시스템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측량팀을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보내 산의 높이를 재측정하기도 했다.

    베이더우 시스템 산업 발전 원년

    중국 시창우주센터 관제소가 베이더우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China Daily]

    중국 시창우주센터 관제소가 베이더우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China Daily]

    특히 중국 정부는 올해를 베이더우 시스템 산업 발전 원년으로 삼았다. 중국 위성항법시스템 관리 판공실은 올해 베이더우 시스템으로 창출되는 산업가치가 4000억 위안(약 68조6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각종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최대 1200자의 문자메시지를 중계하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베이더우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가 제공하는 시간 정보는 금융망, 전력망 운영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중국에선 베이더우 시스템을 이용한 총기 위치추적시스템이 개발됐다. 베이징 바이리넝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총기에 부착된 반도체 칩이 총기의 실시간 위치 신호를 통제센터로 보내 총기 위치를 24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총기가 총기 소지자로부터 멀어질 경우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고, 관련 기관은 즉시 총기 수거에 나설 수 있다. 이는 범죄자 등의 손에 총기가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에서는 민간인의 총기 소유가 금지되며 군인, 경찰, 무장수송 요원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물류, 금융, 재난 구조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들과 베이더우 시스템을 연계해 이른바 ‘우주 실크로드’ 구축에도 나섰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위성항법시스템 표준으로 베이더우 시스템을 공식 채택할 경우 중국은 5G를 비롯해 차세대 통신기기와 기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특정 국가의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 국가의 패권 아래 들어간다는 뜻한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베이더우 시스템을 이용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미국 GPS의 80% 수준의 나라가 베이더우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70%가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칩이 장착돼 있다.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미 자사 제품에 베이더우 시스템에서 보낸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했다. 이 때문에 한국 등에서 중국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사용할 경우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도 중국 베이더우 시스템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 태국, 쿠웨이트, 라오스는 이미 베이더우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해 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양 총설계사는 “중국의 베이더우는 세계의 베이더우”라며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 시장은 확실히 베이더우의 시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더우 위성을 제작한 중국항톈과학기술그룹의 왕핑(王平) 총설계사도 “베이더우 시스템은 중국과 주변국들에 더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더우 시스템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

    중국 정부가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목적은 군사적 활용이다. 특히 현대전에서 독자적인 위치항법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처럼 GPS 접근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서도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사일 등 각종 정밀 유도 무기들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베이더우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 정보는 일반용과 군사용으로 나뉜다. 무료로 공개되는 일반용은 위치 오차가 5~10m이지만, 암호화된 군사용의 경우 10cm 이하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오차가 30cm인 미국 GPS보다 베이더우 시스템이 더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군용 차량 580대가 동원했는데, 베이더우 시스템과 5G 통신 장비를 이용해 행렬이 기준선에서 좌우로 1cm 이상 벗어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천 배치한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東風·DF)-21D의 경우 베이더우 시스템에 따라 작전 효율성이 최소 100배에서 최대 1000배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또 적국 군함과 전투기, 미사일의 이동 및 발사, 속도 등에 대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중국이 현재 대비하는 우주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미 베이더우 시스템을 이용, 지원하는 전담 부대까지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창정로켓 발사로 우주개발을 시작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베이더우 시스템 구축은 중국의 ‘우주굴기’를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과 미국의 GPS가 앞으로 글로벌시장은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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