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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랩 2050 대표. “증세 없이 월 30만 원 기본소득 가능”

〈허문명의 Pick〉 기본소득 논쟁①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이원재 랩 2050 대표. “증세 없이 월 30만 원 기본소득 가능”

  • 6월 23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이 있었지만, 별로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학습효과를 줬다고나 할까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포문을 열자마자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달아오르는 양상입니다. 기본소득 문제는 막대한 재원 때문에 효과를 면밀히 따져야 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대표적인 찬반론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상 토론을 이어가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원재.

이원재.

2018년 설립된 비영리민간연구소 랩(LAB)2050은 설립 직후부터 기본소득 문제에 천착해왔다. 랩2050을 이끌고 있는 이원재 대표는 “급격하게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면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해야 한다”며 “증세 없이 인당 월 30만 원 지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먼저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강조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 해결책

-기본소득 문제에 집중해온 이유는?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 갈등 요인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뤄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만든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부의 편중이 가장 급격히 이뤄진 나라다. 2017년 기준으로 20세 이상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50.6%)을 갖고 있다. 1999년만 해도 32.8%였다. 원래는 미국이 제일 높았는데 우리가 1위가 됐다.” 

-왜 그렇게 됐다고 보나. 

“하류층이 몰락했다기보다 상류층이 너무 가파르게 마치 피라미드처럼 성장했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실이 수출 제조 대기업, 흔히 재벌체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집중 분배됐다. 글로벌화한 수출 제조 대기업과 일부 공기업에서 임직원의 급여가 크게 오르면서 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소득 상위 10%가 됐다. 

그러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처지는 급속히 악화됐다. 대기업-중소기업, 수출산업-내수산업, 취업자-미취업자로 나뉘던 노동구조는 이제 ‘수출-제조업-대기업-정규직’과 ‘내수-서비스업-중소기업-비정규직과 자영업 등 나머지’로 양분된 채 고착화됐다. 이런 과정에서 일자리는 당연히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왜 지금 우리가 기본소득 도입을 고민해야 하는지 그 배경을 ‘내적 불평등’에서 찾고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제조업계에서는 일자리가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주로 자영업자가 일하는 서비스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새로 늘어난 일자리의 79%가 서비스업이었고, 11%만 제조업이었다. 일자리가 이렇게 양극화되는 와중에 새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대부분 도소매, 서비스 업종에 집중됐고 소득도 늘지 못했다. 이런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 격차는 단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본다.”

심각한 불평등이 낳은 사회 불안

-두 가지 문제란? 

“우선 심각한 사회 갈등이다.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불안이 크고 신뢰 수준이 낮은 것은 자명하다. 불안 심리는 고소득층,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은 고소득층일지라도 직장에서 잘리거나 까딱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류층은 포기와 좌절의 연속이다. 노력해도 위로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한민국 사람이 모두 자식 사교육과 부동산에 목매는 이유다. 삶의 불안감이 커지면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인생을 추구하기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로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 경쟁과 갈등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인사나 평가에서 작은 차이가 소득 차이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내수 부진이다. 피라미드처럼 형성된 고소득층도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돈을 잘 안 쓴다. 하류층은 저축할 여력이 없고. 실제로 통계가 잘 보여준다. 2000~2007년에는 대체로 가계소득보다 가계소비가 빠르게 증가했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긴 했지만 2010년까지는 대체로 비슷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에는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를 봐도 우리는 가계 임시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커지니까 소비보다 저축을 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내수 부문에 널리 퍼진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가계소득은 국민소득에서 비중이 6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다. 이처럼 가계소득 비중이 작다는 것은 정부 소득과 기업 소득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런 가계소득 마저 소득 상위 10% 집단에 절반이 편중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앗아간 일자리

이 대표는 또 “예전에는 가족 내 부양을 통해 소득재분배가 가족 안에서 이뤄졌지만 1인, 2인 가구가 늘다 보니 재분배가 힘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주일에 40시간, 혹은 48시간 일하는 것은 예전에 공장 노동자를 고용하는 시스템에 최적화된 방식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변화가 일어났다. 제조업에서 더는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7배 늘었지만 고용은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업에서 일어났는데, 이런 사람들을 기존 고용 틀에 담는다는 게 과연 효과적인지를 물을 때다. 비정규직 외주 하청, 사내 하청, 해외 아웃소싱이 계속 문제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플랫폼 노동, 즉 그때그때 프로젝트별로 일하는 자유노동자, 프리랜서가 증가해 지금은 고용 자체가 서서히 없어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이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언제 소득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그런 사람들이 대략 얼마나 된다고 보나. 

“24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가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점포가 없는, 즉 사업자등록증만 갖고 활동하는 자영업자가 점점 늘고 있다. 어떻든 이런 노동 형태의 변화를 포함해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소득을 통해 복지국가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재원 마련, 가능하다

-결국 소득 불평등과 불안정성, 고용 불안정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 해결책이 기본소득뿐인지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어떻든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아닌가. 

“우리 연구소는 재원 마련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뒤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증세 없이 기존 시스템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우선 현금성 수당이 이미 대폭 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생계급여, 실업급여, 취업한 사람 가운데 소득이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로장려금까지 있다. 여기에 아동수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 청년, 청소년, 농민 수당 등 현금 수당이 굉장히 많은데 정리가 안 돼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저소득층의 소득 보전을 위해 조각조각 대응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일부 복지정책을 통폐합하면 당장 2년 뒤부터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 지급할 경우 연간 총 187조 원이 드는데 근로소득 공제, 보험료 공제 등 비과세·감면제도를 폐지할 경우 총 74조5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기초연금 등 일부 복지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31조9000억 원, 여기에 더해 기금 및 특별회계 정비, 지방재정 지출 조정 등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3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 나머지는 탈루 소득 과세 강화, 재정 증가분 일부 활용 등으로 충당하면 된다. 

우리 연구소가 마련한 안은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손해를 보지 않도록 조정하고, 4대 보험 관련 기금은 활용하지 않으며, 연소득 4700만 원 이하 계층이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소득 상위 계층은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부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나눠줘야 하나. 

“이번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보자. 소득에 따라 기본소득을 달리해 나눠준다거나 누구는 더 주고 덜 주고, 또 누구는 주고 안 주고 하는 게 말은 쉬운데 기준을 정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 행정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 

우리는 소득 보장 정책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①재분배 효과 ②행정 효과 ③민간소비 촉진 효과 ④일할 의욕 촉진 효과 등 네 가지를 가지고 분석했는데, 기본소득 정책이 그중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조세감면제도나 복지정책을 통폐합한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예를 들어 재정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을 때 대표적으로 지방정부에 순세계잉여금이라는 것이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받았지만 쓰지 않고 남겨둔 돈이다. 쉽게 표현하면 ‘나중에 쓰겠다 하고 예금통장에 묶어둔 돈’이다. 지난해 기준 31조 원에 달한다. 이런 돈들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 

또 모 지자체의 경우 신도시 건설 등으로 갑자기 세수가 늘어나자 2000억 원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이것을 전부 은행에 맡겨 1% 이자인 20억 원만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봤다. 지출예산은 2000억 원으로 나오지만 실제 수요자에게는 20억 원만 돌아간 것이다. 이런 예산이 많다. 이참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각종 감면 조치 등도 재검토하자고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제 비과세·감면이다. 흔히 연말정산이라고 하는 것인데 신용카드 사용과 의료비, 교육비 등 명목상 감면 액수가 80조 원에 달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감면 혜택이 커 없애는 게 좋다고 많이들 얘기해왔다. 또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 대부분 대출 형태의 지원인데, 이렇게 하지 말고 이자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돌려 세금을 아낄 수도 있다.” 

-국회 통과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돈 문제 이전에 기술 변화에 따라 고용 형태가 급격히 달라지고 소득 불평등도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이에 따른 사회 불안, 갈등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정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매우 암울해진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한다면 기본소득 논의도 진지해질 것이라고 본다.”





주간동아 1245호 (p26~29)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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