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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현태 ㈜디트로네 대표

“어른도 함께 타는 유아전동차, ‘딸바보’ 아빠가 만들었어요”

유아전동차에 어른용 보드 결합  …  “패밀리 모빌리티 넘버원 되겠다”

“어른도 함께 타는 유아전동차, ‘딸바보’ 아빠가 만들었어요”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서른여섯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됐다. 소중한 첫딸에게 좋은 것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은 아빠는 해외직구로 유아전동차를 샀다. 외관이 무려 ‘람보르기니’였음에도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전동차는 직진도 못 하고, 어른을 태우고는 비탈길을 오르지 못했다. 소음도 심했다. 그리고 고작 4번 타고 나니 망가져버렸다. 아빠는 생각했다. 왜 유아전동차는 성능이 떨어질까. 부모가 함께 탈 수 있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딸바보’ 아빠는 내친 김에 직접 유아전동차를 만들기로 했다. 유아전동차에 어른용 보드를 결합한 ‘패밀리 전동차’를 선보이고 있는 김현태(45) ㈜디트로네 대표의 창업 스토리다. 

요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디트로네가 화제다. 1960년대 유럽 클래식 자동차와 닮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아이와 어른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다는 점이 신박해서다. ‘외제’로 소문났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 지 4년 된 국내 스타트업의 제품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서울 송파구,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부산 기장군 아난티 코브에 있는 디트로네 쇼룸에서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디트로네 전동차를 시승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도 ‘실물’이 가끔 목격되기도 한다. 300만 원 넘는 가격 때문에 ‘금수저 아이템’으로도 불리지만, 디트로네는 최근 가격을 100만 원 이상 낮춘 새 모델을 선보이며 고객 확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4월 30일 오후 김 대표를 디트로네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디트로네 라운지’에서 만났다. 석촌호수 옆 송리단길에 자리한 디트로네 라운지는 브런치 카페 겸 디트로네 자동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카페 바닥은 아스팔트고, 2층 공간은 주차장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현재까지 135억 원 투자 받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디트로네 쇼룸(왼쪽)과 디트로네 전동차를 타는 아빠와 아이. [사진 제공 · 디트로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디트로네 쇼룸(왼쪽)과 디트로네 전동차를 타는 아빠와 아이. [사진 제공 · 디트로네]

창업 전엔 무슨 일을 했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했다. 평소 창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큰딸 돌 무렵에 유아전동차를 샀다 크게 실망한 뒤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며 창업했다. 아빠가 되니까 유아용품에 관심이 많아졌고, 키즈산업에는 불황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왜 클래식 자동차 디자인을 택했나. 

“유아전동차는 대개 수입차 외관 디자인을 따른다. 겉은 화려하지만 플라스틱 재질에 성능이 낮아 금세 망가진다. ‘장인이 만들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 자동차 디자인에 나무 차체, 천연가죽 시트, 알루미늄 휠, 고성능 배터리 등을 적용했다(현재 차체 소재는 플라스틱에 실제 자동차 도장으로 변경됐다). 최고급 자재로 국내에서 소량 생산하다 보니 가격이 꽤 높아졌다.” 

디트로네가 처음부터 ‘어른용 보드 결합형’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첫 출시된 모델(‘디트로네D’)에는 유아 좌석 뒤에 어른이 앉을 수 있는 보조좌석만 설치됐다. 그리고 여기에 트레일러를 연결해 최대 5명이 동시에 탈 수 있게 했다. 당시 전동차와 트레일러를 함께 사면 300만 원이 넘었는데도 60% 이상의 고객이 트레일러까지 세트로 구매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게와 부피 때문에 전동차와 트레일러를 동시에 집 밖으로 갖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놀이 용도로 제품을 개발했는데, 그의 아내를 포함한 엄마들이 일상생활 용도로 전동차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동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해 아이들을 태우고, 어린이집 가방과 장바구니까지 실은 채 동네를 다니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엄마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전동차 뒤에 어른이 선 자세로 탈 수 있는 보드와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보드와 손잡이를 달면 엄마 혼자 힘만으로도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로비까지 얼마든지 전동차를 이동할 수 있다. 

2016년 보드와 손잡이가 달린 모델(‘디트로네S’)을 출시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나. 

“그렇다. 외부 투자 없이 개인 자금만으로 창업했다. 우리 식구가 살던 경기 부천의 주상복합아파트 1층 상가에 첫 매장을 내고,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고객을 모았다. 첫 3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생산을 맡긴 공장이 부도가 나기도 했고,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몇 명 되지 않는 직원들에게 월급 줄 돈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보드와 손잡이가 달린 디트로네S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이 135억 원이라고. 

“2015년 우연한 기회에 이종승 당시 NHN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났다. 디트로네S 개발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가 좋다며 바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때 이노폴리스파트너스도 함께 투자해줬고 이후 DSC인베스트먼트, 헤이스팅스자산운용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았다. 덕분에 디트로네S 개발에 15억 원을 들일 수 있었다. 앞으로 제품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는. 

“굴지의 회사를 창업해 일군 한 원로 기업인이다. 우연히 우리 회사에 대해 알게 된 후 투자 의향을 밝혀왔는데, 그때 국내 키즈산업 분야의 대형 업체와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이 세운 회사를 수십 년간 크게 키워놓은 원로 기업인의 경험과 혜안이 디트로네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논의 중이던 회사 대신 그분의 투자를 받아들였다. 2~3개월에 한 번씩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그분의 사업 DNA가 디트로네에도 스며들길 바란다.”

디트로네S가 보급되면서 디트로네 전동차는 ‘놀이용 제품’에서 ‘생활 속 모빌리티’로 그 의미가 달라졌다. 초기에는 ‘아빠 고객’이 80~90%로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엄마 고객’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아이를 태우고 짐까지 싣고 다니기 좋은, 엄마에게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엄마에게 편리한 이동수단

오는 8월 출시하는 전동차 모델 ‘디트로네M’과 유모차 ‘디트로네i’. [사진 제공 · 디트로네]

오는 8월 출시하는 전동차 모델 ‘디트로네M’과 유모차 ‘디트로네i’. [사진 제공 · 디트로네]

이에 디트로네는 모빌리티 성격을 더욱 강화한 새 모델(‘디트로네M’)을 8월 출시한다. 보조좌석을 없애고(어른은 보통 서서 타지, 앉아서 타지는 않는다), 전장 길이를 120mm 줄였다. 무게는 10kg을 덜어낸 21kg. 김 대표는 “소형차를 제외한 승용차 트렁크에 실리는 크기”라고 설명했다. 또 시트가 전동차와 호환되는 유모차(‘디트로네i’)도 새로 출시한다. 가격대는 전동차가 200만 원이 좀 안 되고, 유모차는 80만 원대다. 

이번에는 ‘금수저 아이템’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신생아 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유모차고, 유모차 시트를 전동차에 설치할 수도 있다. 또 전동차는 6~7세까지 탈 수 있다. 우리 딸들이 지금 10세, 7세인데 아내는 지금도 이동하기 편하다며 디트로네를 타고 다닌다.(웃음) 신생아 때부터 6~7세까지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평가해주면 좋겠다.” 

엄마들은 유모차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데. 

“한국 소비자는 유럽 유모차를 선호한다. 그들의 어마어마한 노하우를 단번에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유럽 명품 브랜드에 유모차를 납품하는 홍콩 회사와 협업해 제작했다. 양대면이 가능한 무게 9kg급 절충형 유모차로 한 손으로 쉽게 접을 수 있고 전용 아이스박스를 탈·부착할 수도 있다.” 

애프터서비스(AS)는 잘 해주나. 


“아직 남은 과제다. 지금까지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왔던 AS를 이제부터는 직접 할 계획이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지역은 올해부터 디트로네가 직접 고객 집을 방문해 AS를 제공하려 한다.” 

추운 겨울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이용하기 꺼려질 텐데. 

“실제로 그런 날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소할 새로운 모델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언제든 우리 제품을 벤치마킹한 업체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계속 선보이면서 시장을 리드해가겠다는 각오다.”


테슬라에도 제품 공급 예정

4월 25~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홀가분 베이비페어 with 코베’에서 관람객들이 디트로네의 전동차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디트로네]

4월 25~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홀가분 베이비페어 with 코베’에서 관람객들이 디트로네의 전동차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디트로네]

디트로네는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미 미국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과 유명 장난감가게 파오 슈워츠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전역에 마이크로 킥보드를 유통한 바 있는 유명 유통업체 SKR와 중국 총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중국에 11개 매장을 열 계획인데, 4월 초 베이징과 상하이에 매장 2곳이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중국 SKR가 3년간 최소 600억 원을 개런티하기로 했고, 디트로네 브랜드와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플래그십 디자인은 우리가 직접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해외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 

“해외 바이어도 어른이 함께 탈 수 있는 유아전동차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중국, 동남아, 러시아 등 신흥개발국의 경우 디트로네의 럭셔리한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특히 중국 고객은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달라든지 하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요구가 많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마쇼(SEMA Show)에 참가했다. 

“세마쇼는 세계 각국의 튜닝카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디트로네와는 크게 관련성이 없다. 그런데 올드카 마니아가 많이 찾아오는 행사인 만큼, 그들이 디트로네의 디자인을 좋아할 것 같다며 우리 회사를 초대했다. 40대만 갔고 갖는데, 다 팔고 왔다.(웃음) 또 거기서 만난 전기차 회사 ‘테슬라’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현재 계약을 앞둔 상태다. 라스베이거스 쇼핑몰에 디트로네 매장을 낼 것을 의논하고 있기도 하다.” 

테슬라가 어떤 제안을 했나. 

“테슬라 자동차 디자인으로 어른이 함께 타는 유아전동차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다. 우리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테슬라 브랜드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목표는 세계시장에 디트로네 브랜드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이지만, 혁신 기업 테슬라와 협업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글로벌시장에서 패밀리 모빌리티 넘버원이 되는 것이 디트로네의 꿈”이라고 했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는 현실에서 해외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 다이슨이 뛰어난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선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 헤어드라이어를 만들듯이, 바퀴가 필요한 생활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또 “애플이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면서도 디자인 정체성을 잃지 않듯 디트로네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종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제조’ 스타트업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고, 더욱 사명감을 느낀다. 바이오, 게임, 핀테크(금융+기술) 분야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정부 지원도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이 부러웠다. 또 이런 분야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받을 수 있지만, 제조 스타트업은 ‘일단 만들어 팔아봐라. 매출이 나오면 그때 투자를 고려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제품 양산과 마케팅 단계에서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디트로네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제품으로 제조 스타트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업하면서 제조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인재를 정말 많이 만났다. 이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






주간동아 2019.05.03 1187호 (p28~31)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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