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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농협의 기막힌 면세유 장사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농협주유소 면세유, 전국 주유소 평균 매출이익률 2배 넘는 장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동아일보

2013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도소매업 통계자료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로, 일반 소매업 영업이익률 6.1%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다른 소매업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는 높은 매출원가 때문이다. 일반 소매업의 경우 평균 매출액 9억3400만 원 가운데 원가는 6억4800만 원으로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조금 못 미쳤다. 그에 비해 주유소는 평균 매출액 39억2300만 원 가운데 원가가 36억2400만 원으로 원가 비중이 92.4%에 달했다. 결국 높은 매출원가가 주유소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주요인인 셈이다.
막대한 시설자금이 필요한 주유소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한때 고소득을 보장하는 선호 업종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낮은 이익률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한 관계자는 “주유소가 난립한 탓에 가격 경쟁이 심화돼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 매출이익률은 해마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매출이익은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정유사 공급가격을 뺀 차액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계산법에 따라 주유소 평균 매출이익률을 환산해보면 경유의 경우 2008년 9.0%에서 2009년 9.3%로 반짝 높아졌다 2010년 7.1%, 2011년과 2012년 각각 6.5%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5.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휘발유의 매출이익률도 경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8년 8.1%에서 2009년 6.8%로 하락했고 2010년 6.2%, 2011년 6.4%, 2012년 6.2%를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5%로 더 떨어졌다.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이처럼 전국 주유소 매출이익률은 해마다 하락했지만, 전국적으로 농협주유소의 매출이익률은 해마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전국 농협주유소별 면세유 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농협에서 판매한 석유제품의 평균 매출이익률은 2012년에는 6.1%로 전국 주유소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 주유소 평균 매출이익률이 5%대로 하락한 2013년 농협주유소의 평균 매출이익률은 7.1%로 높아졌고, 2014년에는 10.4%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15년 10월 말까지 농협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판매로 올린 매출이익률은 10.9%까지 치솟았다. 농협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면세유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2898억 원에 달한다. 해마다 면세유 판매로 평균 1000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농협주유소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

2015년 10월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2215곳. 이 가운데 약 10% 수준인 1175개 주유소를 전국 단위농협 등에서 운영 중이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매출이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농협주유소만 나 홀로 승승장구해온 셈이다. 주유소 대부분이 어렵다고 아우성칠 때 농협주유소만이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농협이 석유제품을 판매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세금이 붙은 일반 석유제품의 이익률은 대폭 낮춘 반면 농민, 어민, 임업인 등 이른바 면세유 구매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는 평균 이익률을 상회하는 이윤을 붙여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2012년 전국 농협이 과세휘발유 판매로 얻은 매출이익률은 3.8%에 그쳤다. 그러나 면세휘발유 판매로 얻은 매출이익률은 9.4%에 달했다. 경유도 마찬가지로, 과세경유 판매로는 4.2% 매출이익률을 냈지만 면세경유 판매로는 9.2%의 높은 매출이익률을 기록했다. 겨울철 난방 및 시설 원예작물 재배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등유의 경우 과세등유 판매로 7.5% 매출이익율을 기록한 반면, 면세등유 판매로는 10%의 매출이익률을 올렸다. 2012년 9%대였던 면세유 판매이익률은 2013년 11%대로 올라섰고, 2014년에는 16%대, 2015년에는 20% 넘게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조). 정부가 농어민의 영농 지원을 위해 세금을 면제해줬지만, 정부와 농어민의 중간에서 면세유를 관리·감독하고 판매해온 농협이 농어민에게 바가지를 씌워 제 배만 불려온 셈이다.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과세유 싸게 팔고, 면세유는 바가지

농민 울린 연 1000억 폭리
농협은 농민에게는 폭리를 취하고, 일반 고객에게는 평균보다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인근 주유소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결국 농어민을 희생양 삼아 과세유 고객 유치에 나선 것. 이를 위해 농협은 과세유 판매가격과 면세유 판매가격에 큰 차등을 뒀다. 상식적으로 면세유 판매가격은 과세유 판매가격에서 세금을 뺀 나머지 가격으로 생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세금 800원을 포함한 휘발유 판매가가 1500원이라면 면세유 판매가는 1500원에서 세금 800원을 뺀 700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농협은 얼마 전까지 과세유 따로, 면세유 따로 가격을 매겨왔다. 과세유가 1500원이라면 면세유는 700원보다 더 높은 가격인 800원, 심지어 900원 이상 판매한 곳도 적잖았다(28쪽 기사 참조).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과세유 마진율이 평균 5% 정도 되고, 면세유 마진율은 10%”라면서 면세유를 과세유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해왔다고 시인했다. 정부가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수결손을 감수하면서까지 농어민에게 막대한 양의 면세유를 공급해왔지만 정작 재미를 본 것은 농어민이 아니라 농협이었던 셈이다. 재주는 정부가 부리고 돈은 농협이 챙겼다는 얘기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또한 농어민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농협이 오히려 농어민의 유류 부담을 가중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세금 면제로 면세유 판매가격이 대폭 낮아졌음에도 과세유보다 높은 마진을 붙여 농어민에게 판매했다는 농협 측 해명에 어떤 농어민이 수긍할 수 있을까.  

Tip 면세유(免稅油)란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 2에 의거해 농어민의 영농, 영어 비용을 줄여주고자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석유제품을 뜻한다. 한국주유소협회에서 ‘휘발유 5만 원 주유 시 3만50원이 세금입니다’고 할 만큼 석유제품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 어업용 면세유가 1972년 먼저 도입됐고, 농업용 면세유는 86년부터 도입돼 운영 중이다. 해마다 면세유로 감면되는 조세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유류 마진율 농협 마음대로 “과세유는 5%, 면세유는 10%”▼
농협주유소는 농협중앙회가 정유사들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이를 다시 지역 단위농협에 공급하는 구조다. 연간 막대한 양을 정유사들로부터 사들이기 때문에 농협은 정유사들에게는 ‘슈퍼갑’이다. 농협중앙회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수수료 명목으로 이윤을 붙여 단위농협에 공급한다. 농협 측은 농협중앙회가 정유사에서 사들여 단위농협에 공급하며 붙이는 수수료율을 ‘영업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데, 농협 주변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수수료 명목으로 떼는 비율이 정유사 구매가의 5~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자재와 유류사업 양대 축의 사업을 영위하는데, 유류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6%에 달한다. 유류 중개로 농협중앙회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협주유소가 농어민에게 판매하는 면세유 가격이 과세유 판매가에서 세금을 제한 금액보다 높은 이유를 농협 관계자에게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농협이 판매하는 석유 과세품과 면세품의 마진율이 다른 이유가 뭔가.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낮아지면 마진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2000원짜리 제품은 5% 매출이익률만 적용해도 100원이 남지만, 1000원짜리 제품은 10%가 돼야 100원이 남는다.”



면세유 판매가격은 과세유 판매가격에서 세금을 뺀 가격으로 정해야 하지 않나.
“일반적으로 그렇지만, 면세유에는 배달경비가 대부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배달비를 제품 값에 포함해 받았는데, 앞으로는 배달비를 따로 받을 예정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유류제품 가격과 배달비를 구분해 받으라는 지침을 (전국 단위농협에) 내려 보냈다.”

농협주유소라 해도 지역마다, 주유소마다 면세유 판매가격이 다른 이유는 뭔가.
“배달거리 차이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는 이윤을 조금 붙여 팔아도 되지만, 먼 거리를 배달해야 하는 곳에서는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높여 받을 수밖에 없다. 농어민의 실익 증진을 위해 면세유 판매가를 높게 받지 말고, 과도한 마진을 취하지 말라고 (농협중앙회에서) 지침을 내렸다.”





주간동아 2015.12.30 1019호 (p24~26)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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