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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규성 위키박스 대표

“보관함에 인터넷, IoT 입혔더니 ‘보석함’ 됐어요”

스마트 보관함 ‘O2O 박스’ 개발…비대면 무인플랫폼 ‘돌풍’

“보관함에 인터넷, IoT 입혔더니 ‘보석함’ 됐어요”

[김도균]

[김도균]

김규성(55·사진) ‘위키박스’ 대표는 지식재산권 전문가로 안철수(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이찬진(한글과컴퓨터) 같은 정보기술(IT) 1세대 기업인이 국내에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 10여 년 동안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사무총장과 상근부회장을 맡아 지식재산권 관련법을 정비하는 등 국내 IT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그가 KT엠하우스 대표 시절 선보인 휴대전화 컬러링 서비스와 모바일 상품권은 국민의 필수품이 됐다. 

11월 29일 김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식재산권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통해 사물인터넷(IoT)으로 생활물류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공로였다. 12월 11일 오후 서울 충정로 ‘주간동아’ 인터뷰룸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장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짐짓 의아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했더라. 

“11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마련한 ‘SW(소프트웨어) 주간 콘퍼런스’에서 시장성 있는 유망 SW 스타트업 16곳을 조사해 시상했는데 운 좋게 우리 회사가 최고상을 받았다. 3년간 고생한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나이 먹고 벤처를 창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웃음) 마지막 창업이라 생각하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회사로 만들겠다.” 

위키박스는 어떤 회사인가. 


“2013년 9월 설립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회사와 광고 제휴, 쇼핑 알리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주로 IT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2016년 스마트 물품보관함인 ‘O2O 박스’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올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택배 세탁물 실시간 확인

‘O2O 박스’ 애플리케이션의 택배·세탁물 서비스 화면. [김도균]

‘O2O 박스’ 애플리케이션의 택배·세탁물 서비스 화면. [김도균]

‘O2O 박스’의 의미는 뭔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을 연결하는 보관함인데, 기존 택배보관함에 인터넷 클라우드 기반의 IoT를 가미한 ‘스마트 보관함’이라고 보면 된다. 아파트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보면서 ‘저기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물품을 보관하는 함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서비스 도구로 활용하는 거다. 택배 물품의 경우 누가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세탁물이라면 인수증을 확인해 바로 결제도 할 수 있다.” 

택배 물품을 보관함에 넣어두면 수신자에게 통보가 되나. 

“O2O 박스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정보단말기)를 입력하거나 미리 다운받은 모바일 앱을 구동하면 비어 있는 함이 열린다. 배송업체 직원이 택배 수신자 혹은 자신의 전화번호나 가상번호를 입력하고 보관함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수신자에게 알람이 간다. 수신자는 누가 언제 어떤 물품을 가져다 놓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물건이 놓인 보관함을 확인해 원하는 시간에 빼 가면 된다. 택배를 보낼 때도 물품에 주소를 써놓고 함을 닫으면 택배기사가 와서 배송해주고 결제는 앱에서 이뤄진다. 세탁물도 마찬가지다.” 

세탁물은 종류에 따라 세탁비가 다르고, 옷감 손상 등으로 분쟁 여지도 있을 거 같은데…. 

“세탁물 종류와 수량을 앱에 입력하면 업무제휴를 한 인근 세탁소의 직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곧바로 수거해 세탁한 뒤 보관함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 세탁물 수거, 배송 상황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결제는 세탁소가 건네는 인수증을 보고 하면 되는데, 이때 옷감 상태를 확인해 문제가 발견되면 사진을 찍어 인수증에 첨부한다. 옷감 손상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확인한 뒤 세탁하기 때문에 오히려 분쟁이 사라진다.”


여성들 불안 해소한 비대면 거래

[김도균]

[김도균]

업무제휴를 하지 않은 ‘동네 세탁소’가 피해를 입는 등 골목상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동네 세탁소도 세탁물을 대형세탁소에 보내 세탁해오는 경우가 많다. 세탁비가 100원이면 45원이 딜리버리(배달) 비용이다. 그래서 서울 신길동 한 아파트 단지의 인근 세탁소는 세탁만 하고 우리가 배달서비스를 연결해줬더니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고마워한다. 앞서 청년 2명이 찾아와 창업 상담을 요청하기에 이러한 세탁물 배달 사업에 참여시켰다. 세탁소도, 청년 창업자도 모두 만족해했다. 지금도 O2O 박스가 설치된 주거 단지 인근의 일 잘하는 동네 세탁소를 찾아가 사업 제안을 하고 있다.” 

현재 O2O 박스는 서울 신길동 래미안에스티움과 구로디지털단지, 경기 일산 CJ홈타운 등 아파트 및 빌라는 물론, 경기도청 같은 관공서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 군시설,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돼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5월 처음 출시된 O2O 박스가 이처럼 급성장한 이유는 여성 1인 가구가 급증한 데다, 안전과 보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자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20년 동안 택배업에 종사할 수 없게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불안한 1인 가구주나 여성이 많이 이용할 거 같은데…. 

“그렇다. 배달을 가장한 강도 등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프라이버시 노출을 꺼리는 분도 자주 이용한다. 장보기 배송서비스를 신청해도 집에서 누군가 기다려야 하지만, O2O 박스가 설치돼 있다면 완전한 비대면(非對面)서비스가 가능해 여성이 특히 안심하고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생활 편의성 때문에 이용하는 분도 꽤 많다.” 

생활 편의성? 


“그래서 시작한 게 ‘출근배송서비스’다. 요즘은 출근 후 아침식사 대용으로 간편식을 시켜 먹거나 건강음료 등을 마시는 직장인이 많은데, 집을 나설 때 이런 음식들을 주문해두면 회사에 도착해 O2O 박스에서 찾아갈 수 있다. 출근시간 동안 배달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신선한 음식을 제때 받아볼 수 있다.” 

신선식품 등은 여름철에 빨리 상할 거 같다. 

“신선식품의 경우 냉장보관함에 넣으면 된다. O2O 박스는 레고 블록처럼 냉장고함과 일반함을 여러 개 붙일 수 있도록 설계됐고, 냉장고함이 많이 필요한 곳은 여러 개를 설치하면 된다, 만약 일정 기간이 지났는데도 찾아가지 않으면 회사 중앙관제실이나 아파트 경비실에 통지하고, 수신자에게도 다시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맘카페 공유함…진화하는 보관함

사무실에 설치된 ‘O2O 박스’에서 한 직장인이 물건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위키박스]

사무실에 설치된 ‘O2O 박스’에서 한 직장인이 물건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위키박스]

스마트폰 앱과 클라우드를 이용한 비대면서비스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듯하다. 

“그렇다. 서울 명동 거리를 구경하다 물건을 많이 샀다면 명동에 있는 O2O 박스에 넣어두면 된다. 그리고 물품을 받을 시간과 호텔, 공항 등 받을 장소를 입력하면 그쪽에 설치된 O2O 박스에서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다. 놀이시설이나 영화관에 설치된 물품함에 옷, 가방 등을 넣어뒀다 나중에 찾지 않고 귀가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거다. 이런 곳에서는 영화가 끝날 즈음이나 매 시간 알림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해보니 한강변이나 대학교 복사 가게, 맘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겠더라.” 

한강변에서? 

“한강변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많은데, 배달하는 사람은 주문한 사람을 찾느라 한참을 배회하곤 한다. 이때 한강변에 설치된 O2O 박스에 음식을 넣어두면 바로 찾아갈 수 있다. 복사를 많이 해야 하는 대학생의 경우 쉬는 시간에 복사물을 찾으러 가면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길게 줄을 서야 한다. 복사물을 O2O 박스에 넣어두면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어 편하다. 또 맘카페 회원들은 아이들 책과 물건을 서로 교환하거나 벼룩시장을 여는 일이 많은데, 이때 물건을 O2O 박스에 가져다 놓고 상대방 전화번호나 가상번호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함께 쓰는 물건의 경우 사전에 등록한 몇몇 사람만 O2O 박스를 열 수 있어 공유 물건함으로도 제격이다. 이런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는 곧 사업화할 수 있다. 전남 한 지방자치단체와는 ‘비대면 지역 농산물 판매’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수도권 기초단체와 자매결연을 해 O2O 박스를 만들었다. 계절마나 나오는 농산물을 O2O 박스 광고판과 앱으로 알려주면 수도권 주민이 주문한다. 지난해 농산물에 만족스러웠던 소비자는 생산자 이력을 확인한 뒤 같은 농산물을 올해도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판로 확보가 가능해 서로 ‘윈윈(win-win)’이 된다.” 

미국 시장 진출설도 들린다. 

“올해 초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설명회를 가졌는데, 미국 현지 업체들의 반응이 좋았다. 한 대형세탁업체는 O2O 박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미팅을 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배달 전문회사와도 공동 사업을 논의 중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봤던 ‘쓸쓸한’ 택배보관함에 IoT와 인터넷을 입혔더니 보석함이 된 거 같다.(웃음)”






주간동아 2018.12.21 1169호 (p28~31)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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