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3

2018.11.09

황승경의 on the stage

한 끗 생각의 차이

뮤지컬 ‘오디너리데이즈’

  • 입력2018-11-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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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컬처마인]

    [사진 제공 · 컬처마인]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3월 ‘2018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두 계단 떨어진 57위였다. 156개국 가운데 57등이면 절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상위권에 든 나라의 국민도 우리처럼 정치나 사회에 불만이 많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차이라면 라이프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 행복을 찾고자 우리나라에도 덴마크의 ‘휘게’(hygge·소박하고 여유로운 삶), 스웨덴의 ‘라곰’(lagom·소박하고 균형 잡힌 삶), 프랑스의 ‘오캄’(aucalme·평안하고 고요한 삶)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행복을 찾는 뮤지컬 한 편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오디너리데이즈(Ordinarydays)’는 2008년 영국 오프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에서 200회 넘게 공연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처음 공연이 시작돼 지방 투어 중이다. 

    무대는 미국 뉴욕 초고층 빌딩숲이다. 뮤지컬은 회색빛 공간에서 스치고 만나고 헤어지는 청춘남녀 4명의 현대적 낭만을 담고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현대문학을 공부하는 8전 9기의 인생 뎁(조지승·김려원 분)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대학원 졸업논문 노트를 잃어버린다. 노트를 찾던 중 거리예술가 워렌(김지훈·조지철·강찬 분)을 만난 뎁은 세련되게 포장됐지만 가식적인 자신의 위선에 부끄러워한다. 

    [사진 제공 · 컬처마인]

    [사진 제공 · 컬처마인]

    차디찬 도시 뉴욕에도 젊은 연인의 핑크빛 사랑은 꽃피는 법. 제이슨(나성호·이창용 분)과 클레어(박혜나·김경선 분)는 결혼이라는 관문 앞에서 삐꺽대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려 한다. 그리고 일상 속 특별함이 무대를 강타한다. 연출가 추민주는 송스루(Song Through·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뮤지컬) 형식의 풍부한 선율적 감성을 수채화처럼 무대에 펼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범한 날에 평범한 인간들이 평범한 사건을 겪지만, 이 또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 열정은 현실이라는 장벽에 막히고 꿈은 각박한 생활 앞에서 꺾이는 줄 알았는데, 뮤지컬은 한 끗 차이인 ‘메이드 인 뉴욕’ 오디너리데이즈 라이프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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