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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우주 공간엔 영유·소유권이 없다

화성에서의 해적 행위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우주 공간엔 영유·소유권이 없다

우주 공간엔 영유·소유권이 없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자신을 ‘우주 해적’이라고 부른다. 사진 제공 · 다음 영화

화성 탐사대의 우주 조난기를 다룬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화성에서 불법적으로 운행하고 있으니 나는 우주 해적이다”라고 읊조린다. 해적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다른 배나 해안지방을 습격해 재물을 빼앗는 강도’로 법을 어긴 형사범이지만, 요즘은 ‘강도’라는 뜻보다 자신의 용맹성을 과시하며 우쭐댈 때 자주 쓰인다. ‘마션’에서 마크도 드넓고 황량한 우주 공간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자유롭게 다니는 자신을 멋있게 포장해 ‘우주 해적’이란 표현을 썼다.
그렇다면 ‘우주 해적’은 지구상의 법에 따르면 범법자일까. 먼저 우주 공간의 법적 지위부터 알아보자. 공해(公海·high seas, international waters)는 어느 나라의 영유권도 미치지 않는 바다를 가리킨다. 공해의 특징은 자유 항해에 있다. 어떻게 항해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해에 대비되는 것으로 영해가 있다. 영해에는 특정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며, 해양법의 관습상 무해통항권이 있다곤 하지만 반드시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에 반해 공해는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영공(領空)은 ‘영토와 영해’의 상공 부분을 말한다. 영공도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대기권 부분에 한정된다. 따라서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 공간은 특정 국가의 영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반대로 말하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점유 및 활용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우주 공간은 공해와 마찬가지로 어느 나라든지, 누구든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어떻게 해도 불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나라의 우주선이 우주 공간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불법이라 말할 수 없다.
우주 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는 곳을 가리키지만 그 안에는 달, 화성, 태양 같은 물체도 있다. 이러한 물체들에는 현재 어느 나라의 영유권이나 소유권 등의 권리가 미치지 않는다. 지구상에도 그런 공간이 있는데, 바로 남극대륙이다. 영유권을 주장하는 몇몇 나라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르면 새로운 영유권 주장은 금지돼 있다. 화성은 법률적으로 남극대륙과 같은 지위에 있다. 화성에도 토지가 있고 광물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남극대륙과 같다. 탐사를 통해 얻은 광물은 그 나라의 것이 되겠지만 그 공간은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니다.
해적은 바다에서 강도 행위를 한 사람이다. 국제법에서 해적에 관해 정한 것은 없고, 각 나라 형법에서 정한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형벌을 부과한다. 피해를 본 국가가 체포해 처벌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해적에 대한 처벌은 국제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자국 법을 적용하는지 여부일 뿐이다. 참고로 해상법(海商法)은 상업 선박의 운항 책임에 대해 규율하는 법률이므로 해적과는 별 관련이 없다. ‘마션’에서 마크가 타고 다닌 우주선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용에 동의한 것이므로 절도나 강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유로 볼 때 ‘마션’ 속 주인공은 지구상의 법으로는 ‘강도’가 될 수 없다. 법적으로는 절대 해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과거 문명국의 공적(公敵)이던 해적이 이렇듯 정서적 사면을 받고 ‘용맹스러운 바다 사나이’나 ‘자유인’ ‘방랑자’쯤으로 치부되는 것은 어쩌면 현대 사회로 오면서 광활한 바다에 너무 많은 규제와 제한이 생긴 데서 비롯한 반동(反動)은 아닐까.





주간동아 2015.12.09 1016호 (p33~33)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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